계성초교 6학년 박은영·김지연·김가영
“엄마가 해주시는 맛있는 것 먹으며 가족들과 집에 있을래요.”
계성초등학교 6학년에 다니는 은영, 지연, 가영이의 올 어린이날 계획은 한결같이 조용하게 보내겠다는 것이다. 예년 같으면 용인에 있는 놀이공원에도 가고 선물도 푸짐했는데 고학년이 되어서인지 예전처럼 어린이날에 대한 설레이는 기대감도 줄었고 경제가 나빠 어려워하시는 엄마, 아빠를 보아서라도 검소하게 보내겠단다.
은영이 아빠는 상업을 하시고, 지연이와 가영이 아빠는 회사에 다니신다. 은영이 아빠는 겉으로 표현하시지는 않지만 전보다 소득이 많이 줄어 걱정하시는 걸 은영이는 잘 안다. 지연이와 가영이도 물가가 올라 시장가기가 두렵다는 엄마와 회사에서 잘리면 어쩌나 걱정하시던 아빠를 보면서 IMF라는게 그냥 TV에서 나오는 얘기가 아님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생활에도 작지만 여러가지 변화가 생겼다고 한다. 각자 방에서 따로따로 시청하던 TV도 한자리에 모여 보게 됐고, 남의 나라 국기가 그려진 티셔츠나 뺏지를 달고 다니던 친구들도 이젠 그것을 창피하게 여긴다고 한다. 대신 우리 것을 좋아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직도 해외에 나가서 수억원씩 하는 사치품을 사들여오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이해할 수가 없어요.”
“TV에서 보면 허리띠를 졸라매는 건 서민들 뿐인 것 같아요.”
돌아가며 불쑥 내던지는 ‘진단’들이 열세살박이 어린소녀들 답지않게 제법 날이 서 있다.
손재주가 많고 공부도 잘하는 은영이의 꿈은 작가가 되는 것이다. 훌륭한 작가가 쓴 글을 읽을 때면 나도 남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글을 언젠가는 꼭 써보겠다는 다짐을 한다. 누구앞에서도 자기의견을 자신있고 조리있게 말하는 지연이의 꿈은 아나운서. 피아노를 잘 치는 가영이는 평범한 선생님이 돼 아이들을 잘 가르치고 싶다.
내년이면 중학생이 돼 올해가 마지막 어린이날이 되지만 세 어린이 모두 부모님께 특별히 받고 싶은 선물이나 부탁이 없다고 한다. 대신 비록 어려운 때이지만 지금까지 늘 그래주셨던 것처럼 따뜻하게 감싸주고 자신들도 이젠 철없는 아이가 아닌 어엿한 청소년으로 엄마, 아빠에게 든든한 후원자이자 사랑스런 딸이 될 것을 다짐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