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 제1경으로 꼽히는 석문면 교로리 왜목마을. 해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찾는 관광지인 이 마을은 사실 상처가 많은 곳이다. 왜목마을로 향하는 길을 따라 고압 송전선로가 어지럽게 지나가고 거대한 송전탑이 들녘마다 꽂혀 있다. 그 끝에는 한국동서발전(주) 당진화력본부가 자리 잡고 있다.

당진화력은 현재 8기의 발전설비가 가동 중이고 현재 건설하고 있는 9호기의 경우 2015년 12월에, 10호기는 2016년 6월에 완공될 예정이다. 9·10호기가 지어지면 당진화력에서만 총 6000MW 이상의 생산설비를 갖추게 된다.

뿐만 아니라 당진화력 바로 옆에는 동부발전에서 화력발전소 건설을 계획하고 있어 전국 최대 규모의 당진화력에 동부화력까지 더해져 교로리는 사실상 화력발전소 최대 밀집지역이 될 전망이다.

발전소 건설에 반드시 수반되는 송전선로도 문제다. 교로리는 765kV와 154kV 두 종류의 송전선로가 V자 형태로 갈라지는 곳으로, 제6차 송배전계획에 345kV 송전선로가 추가로 반영된 상태다.

십여 년 전, 당진화력과 송전선로가 건설된 이후 이곳에서는 주민들의 신음이 이어지고 있다. 교로2리 임근규 노인회장은 이전과 다르게 암에 걸리려 죽거나 투병하는 마을 주민들이 많아지면서 직접 암이 발병한 주민들을 세기 시작했다.

임 노인회장은 “마을 주민들의 암 투병과 암으로 사망한 이유가 당진화력 때문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당진화력이 지어지고, 송전선로가 들어선 이후로 암 발생이 급격하게 증가한 것은 사실”이라며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을 인식하면서 주민들의 스트레스도 상당히 심각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임근규 노인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언제부터 이곳에서 살아 왔는가?

교로리는 나주 임 씨 집성촌이다. 14대째, 500년 이상 대대로 조상들이 이곳에서 살아 왔다. 나도 태어나서 지금까지 마을을 떠나본 적이 없다.

그렇다면 당진화력이 들어선 이후의 변화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겠다.

물론이다. 주민들의 암 발병이 당진화력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없어 단정 지을 수는 없다. 하지만 이전에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암에 걸리진 않았다.

당진화력이 들어선 이후 암으로 사망하거나 투병 중인 주민들은 몇 명인가?

암으로 사망한 주민은 12명이고, 현재 투병 중인 주민이 11명이다.

특정한 암이 발생한 것은 아닌가?

그렇지는 않다. 각각 다양한 암을 앓고 있다.

이번에 당진화력 인근 주민들의 건강이 좋지 않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는데.

알고 있다. 몸에 이상이 있는 것 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정신적 스트레스도 상당하다. 날씨가 궂으면 송전선로에서 웅웅대거나 찌릿찌릿 하는 등 이상한 소리가 난다. 뉴스에 나왔던 것처럼 형광등을 송전탑 근처에 꽂았더니 정말 불이 켜지더라. 이것(당진화력과 송전선로) 때문에 늘 마음이 편치 않다.

또 다른 피해는 없는가?

송전선로에서 300m 정도 떨어진 곳에 사는 한 주민의 아들은 선천적으로 지적 장애를 갖고 태어났다. 소도 기형 송아지를 낳기도 했고, 엄청나게 잡히던 망둥이·숭어·매기 등 물고기가 거의 없어졌다. 또한 철탑 때문에 땅을 사려는 사람이 없다. 왜목 관광지 이외에는 지가가 타 지역의 1/10 수준에 불과하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100명의 사람도 사람이고 10명의 사람도 사람이다. 100명을 살리자고 10명을 죽이는 것은 옳은 사회라고 볼 수 없다. 단 한 사람이라도 소중하게 여겼으면 한다.

<편집자주> 당진·태안·서천·보령 등 충남 지역에는 대규모 화력발전소가 밀집해 있다. 뿐만 아니라 서산에는 대산석유화학단지가 입주해 있고 당진에는 현대제철을 비롯해 동부제철, 동국제강 등 철강산업이 가동 중이다. 이러한 산업들로 인해 주민들은 심각한 환경문제를 우려해 왔다. 이에 당진시대·태안신문·뉴스서천은 발전소와 제철소 주변의 환경문제의 대안을 찾고자 관련 기획을 시작하게 됐다.

※이 취재는 충남미디어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