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대한민국에서는 <21세기 자본론>의 저자인 토마스 피케티(Thomas Piketty) 파리경제대학 교수의 열풍이 거세다. <21세기 자본론>은 미국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됐다. 우리나라에서도 시중에 나오기도 전에 사전예약을 통해 6000여 부나 팔렸다니 딱딱한 경제학 서적으로써 출판시장에서 보기 드문 광경이다.
피케티 교수, 그는 지금 경제학자들 사이에 사회 불평등 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연 학자로 평가받고 있다. 20여 개 나라에서 200년 넘는 과세자료와 국민계정을 이용해 각 나라의 불평등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방대한 실증연구를 통해 증명해 보인 결과이다. 그가 던지는 메시지는 한마다로 간단하다. “경제를 시장에 내맡기면 사회 불평등이 계속해서 커지게 되므로 부자의 재산과 소득에 세금을 매겨 불평등을 해소해야 튼튼한 자본주의가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그가 한국에 왔다. 그는 “심각한 불평등은 성장률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한국도 외환위기 이후 지나친 불평등과 저성장이라는 악순환을 경험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슈퍼부자들에 대한 누진세 적용은 한국의 불평등을 치유할 수 있는 가장 시장친화적인 해결책이고, 부와 권력의 집중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며, 증세로 늘어난 재원을 교육과 복지에 투자한다면 생산성 향상과 성장에 크게 보탬이 될 것”이라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한국 정부는 피케티 교수의 조언과는 반대로 담뱃값·주민세·자동차세 인상 등 서민의 호주머니를 터는 ‘서민증세’로 사회 불평등을 부추기고 있다. 특히 담뱃값을 2000원 올려 흡연율을 낮추고 국민건강을 지키겠다는 것이다. 정말 담뱃값을 2000원 올리면 흡연율이 뚝 떨어져 국민건강에 보탬이 될까? 그랬으면 좋겠으나 담뱃값 인상과 흡연율의 관계는 소비의 비탄력적인 속성이 강하다. 즉, 담뱃값을 올리면 처음에는 가격효과 때문에 다소 흡연율이 감소될 수 있으나 시간이 경과하면서 담배가 가지고 있는 소비의 비탄력성(중독성) 때문에 흡연율은 원래 위치로 되돌아간다.
한 예를 살펴보자. 우리나라는 2004년 말 담뱃값을 500원 인상한 바 있다. 그 당시 담뱃값 인상 전후의 담배판매량을 보면 국민건강을 지키겠다는 정부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담배협회자료에 의하면 지난 2004년 말 1065억 개비에 달했던 담배판매량이 2005년 823억 개비로 감소했다가 이후 다시 증가추세를 보여, 2009년 말 판매량이 948억 개비에 달하면서 5년 만에 사실상 원상태로 되돌아 갔다. 즉 담뱃값을 올려 흡연율을 줄이고 국민건강을 보호하겠다는 것은 연목구어나 다름없는 일이다.
담배는 주로 서민들이 많이 피운다. 정부는 부자들에게 깎아줘 생긴 구멍 뚫린 세수를 서민들의 지갑을 털어서 메우겠다고 솔직히 고백해야 한다. 담뱃값에 매길 세금 2조8000억 원이 있어야 4대강 사업 등에 마구 쏟아 부은 나라 곳간을 채울 수 있다고 동의를 구해야 한다.
필자는 정부에게 ‘서민증세’를 논의하기에 앞서 슈퍼부자와 재벌들에게 실질적 부담을 줄 수 있는 소득세와 법인세 인상부터 해야 한다고 피케티 교수와 같은 주장을 늘 해왔다.
지금 정부는 ‘서민증세’가 아니라 피케티 교수의 조언대로 슈퍼부자에 대한 보다 강력한 누진세 적용을 꺼리거나 머뭇거려선 안 된다. 이명박 정부가 5년간 깎아준 슈퍼부자들에 대한 세금, 100조 원에 육박하는 ‘부자감세’도 하루 빨리 철회해야 한다. 경제학 교과서에도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기에 벅찬 서민들에 대한 증세는 가장 마지막에 하라고 쓰여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