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 주민들의 인권지킴이 역할을 담당할 국가인권위원회 대전인권사무소가 지난달 15일 문을 열었다. 대전인권사무소 설치는 지난 2001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설립된 지 13년 만의 일이다. 부산과 광주(2005년 개소), 대구(2007년 개소)에 지역인권사무소가 설치된 것과는 달리 충청지역에는 인권사무소가 설치되지 않았다.
충청지역민들은 인권상담을 위해 서울을 오가야 하는 불편을 겪었다. 인권 교육의 기회를 얻기도 쉽지 않았다. 때문에 지역 시민사회단체 단체가 적극적인 유치운동에 나섰다. 그 결실로 대전인권사무소가 문을 연 것이다. 대전인권사무소는 대전·세종·충북·충남지역 주민의 인권상담과 진정조사·인권교육 업무를 맡고 있다. 특히 인권관련 지방자치단체 진정사건도 지역인권사무소가 조사업무를 담당한다.
하지만 시작부터 ‘생활밀착형 인권지킴이’라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쏟아져 나왔다. 대전인권사무소가 들어선 대전 KT빌딩은 KT에서 관리하는 통신보안건물이다. KT는 모든 건물 출입자에 대해 신분 확인 작업을 거치고 있다. 인권위 사무실을 방문하려면 1층 안내 데스크에서 신분증을 맡기고 전화번호까지 남긴 후 출입증을 교부받아야만 한다. 인권상담을 하기 위해서는 민간기업 직원들에게 신상부터 털려야 한다는 얘기다. 인권의 중심축인 인권사무소가 사무실 선정에서부터 인권보호를 등한시한 탓이다.
개소식 행사도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개소식에 지역 인권시민단체가 초대장을 받지 못한 건 약과다. 현판식과 축사가 대부분 대전시장 등 기관장 위주로 진행됐다. 여성·농민·비정규직 노동자·청소년 등 지역인권사무소 개소에 큰 기대를 갖고 있는 시민들은 구경꾼이 되고 말았다. 이는 처음부터 예견된 일이기도 했다. 대전인권사무소 7명의 상주 직원 중 지역을 아는 지역 인사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부산·광주·대구 인권사무소에 지역 전문가가 다수 포진해 있는 것과 대비된다.
충남도는 지난 13일 도민의 인권 보호를 위한 ‘충남 도민 인권선언문’을 제정 선포했다. 인권선언문 선포는 광주광역시에 이어 광역자치단체로는 두 번째의 일이다. 특히 이날 선포식에는 600여 명의 도민들이 참여해 ‘도민을 위한’ 선언임을 분명히 했다. 앞서 충남도는 공개모집을 통해 인권선언 도민참여단을 구성했다. 21개 조항에는 △차별금지의 원칙 △민주적 참여의 원칙 △노동에 관한 권리 △농어민의 권리 △어린이·청소년·여성·장애인·노인·이주민·북한이탈주민 등 소수자에 대한 권리 등을 담았다. 인권제도 정비·인권문화 조성·교육· 인권협력체계 구축 등 세부 인권정책 추진계획도 제시했다.
대전인권사무소 개소식과 충남도의 인권선언문 선포식 중 어느 쪽이 지역민을 주인으로 세우려 했는지, 인권에 대한 고민의 시간을 갖게 했는지는 언급하지 않아도 분명하다.
다행히 대전인권사무소는 “지역의 단체와 적극적으로 교류하고 지역사회와 협력을 강화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시작은 미약하지만 그 끝은 창대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충청민의 인권상황을 파악하고, 피해를 구제하는 일이 지역인권사무소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지역민들도 인간답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대전인권사무소의 문을 자주 두드려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