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가 다가왔다. 오늘도 마실 수밖에 없다. 거절할 수 없는 한국 사회 술 문화의 현실이다.
모 대기업 이사인 임모(51) 씨는 술을 잘 마시는 술고래요, 애주가다. 이분이 처음부터 술을 잘 마셨던 것은 아니다. ‘실적은 술자리에서 나온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그 정신으로 ‘갑’을 상대하다 보니 맑은 정신을 유지할 수 있는 강한 ‘술 마시는 실력’이 필요했다. 센 술 실력을 위해서 한 잔 두 잔 마시는 연습을 지속적으로 했다. 어느 순간 주량이 늘었다. 정말로 술이 세졌다. 술자리를 함께한 고객들을 배웅할 정도로 강한 ‘술 상무’가 됐다.
그렇다면 술을 이겨낸 강한 체력은 정말로 유지되고 있었을까? 의심할 필요가 있다. 주량은 알코올을 분해하는 유전적 능력과 후천적 ‘연습’을 통해 결정된다. 여기서 연습이란 반복해서 술을 마시는 것을 말한다. 즉, 지속적으로 술을 마시면 그만큼 주량도 늘어난다. 실제로 10일 정도 지속적으로 술을 마시면 간의 알코올 분해 능력도 늘어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또한 뇌세포도 알코올에 내성이 생겨 어느 정도는 견딜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를 두고 술이 세졌다고 생각하면 큰일이다. 술을 뇌세포가 기억했다는 것은 간에 문제가 이미 발생한 상태라는 것이다. 대표적인 두 기관에서 세포가 파괴되는 것에 가속도가 붙었다.
술은 몸과 마음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독한 놈이다. 한국 사람의 과반수는 술을 마시면 안 되는 체질이다. 그런데도 성인남자 4명 중 3명은 ‘문제 음주자’다. 직장여성도 3명 중 1명은 거절할 수 없는 직장 내 음주문화 때문에 곤욕을 당한다. 알게 모르게 과도하게 술을 마시며 몸을 망친다.
술은 주로 위와 장에서 흡수된다. 그 후 알코올 성분은 혈액을 따라 몸 전체로 퍼진다. 도중에 간장을 통과하며 분해된다. 간에서 분해과정을 거친 알코올은 심장과 대동맥 등 혈관을 거쳐 온 몸 구석구석으로 전달된다. 오장육부와 근육, 지방조직으로 파고든다. 이 과정에서 알코올은 혈관에 충격을 준다. 적당히 마시면 이런 충격이 혈관을 확장시켜 피의 흐름을 도와준다. 그래서 사람들은 술을 적당히 마시면 건강에 좋은 것이라고 착각한다.
술이 간으로 오면 아세트알데히드라는 강한 독성물질로 변한다. 알코올 분해효소는 주력부대(알코올탈수소효소)와 기동타격대(아세트알데히드분해효소)가 있다. 소량은 기동타격대가 먼저 작동한다. 주력부대는 기다린다. 근데 자주 마시면 타격대가 더욱 강해진다.
그 결과 술을 마시는 양이 늘어나 기동타격대로는 해결될 수 없다. 이쯤 되면 주력부대가 작동하게 돼 주인을 살리기 위해 생고생을 한다. 흡수된 알코올이 간의 분해 능력을 초과해 버리는 것이다.
문제는 한국 사람의 과반수는 ‘기동타격대 효소’가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심각한 알코올중독자가 더욱 많다고 보고된 바 있다. 분해되지 못한 독성물질이 혈액을 타고 전신을 돈다. 인체 곳곳 여러 장기에 치명적인 해를 끼치게 된다. 술은 간에서 초산(아세트산)으로 분해되어 간 밖으로 배출돼야 한다. 이때 초산으로 분해되기 위해서는 칼슘이 필요하다. 따라서 골다공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분해되지 못한 독성 물질은 뇌세포로 그대로 전달된다. 따라서 골이 패는 현상이 나타난다. 3~4일 동안 폭음(2시간 내 소주 5잔 정도)을 하면 알코올성 치매, 정신분열증세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이 현상을 알코올 전문가들은 뇌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는 것’이라 비유했다.
한 두 잔 술에 얼굴이 빨개지는 사람은 더욱 조심해야 한다. 혈액순환이 남들보다 잘되기 때문에 얼굴이 붉어지는 것이 아니다. 알코올 분해효소 중 기동타격대가 선천적으로 없기 때문이다. 주인을 살리기 위한 경고의 메시지라고 보면 된다. 술 때문에 얼굴이 빨개지는 사람에게 술을 권하는 것은 그 사람의 심장에 총구를 겨누는 것이다. 뇌세포를 망치로 때리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오늘도 마실 수밖에 없었다”는 핑계를 대지 말자. 술이 지나치면 당신의 행복도 지나친다. 연말연시 술에 대한 지식을 갖고 지혜로운 대처가 필요하다. (자료제공 : 독립사회복지사 송영팔 1004클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