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12월이 돌아왔다. 매년 어김없이 12월이 돌아오지만 언제부터인가 12월이란 달이 특별하게 다가온다.
벌써 20여 년이 흘렀다. 그해 12월은 참 추웠다. 뉴스에서는 대입시험 한파 기사를 어김없이 내보냈다.
대학 입학을 위해 시험을 본 나는 기대치를 밑돈 결과로 마음이 시렸다. 반쯤은 막연한 희망으로, 반쯤은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대입 원서를 썼고, 원하던 학교로 진학하는 것에 실패했다.
생각보다는 담담하게 받아들였던 것 같다. 어쩌면 그 무게를 제대로 알지 못했는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다시 공부를 하는 건 정말 싫었고 꿈꾸지 않았던 학교와 학과로 진학을 결정했다. 새로운 환경이 주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난생 처음 맞닥뜨린 큰 실패의 경험은 그 해 겨울이 무척 추웠던 기억으로 남아 있다.
이듬해의 12월은 조금 더 절박하게 맞이했다. 부모님 몰래 다시 대입을 준비하고 있었던 상황에서 다른 마음을 가질 여유가 없었다. 아침 일찍 나와 공공 도서관에서 공부에 매달렸던 생활이 한동안 계속됐고, 하루 빨리 새로운 생활을 맞이하고 싶었다. 간절한 마음으로 노력하고 준비한 결과, 다행히 원하는 결과를 거둘 수 있었다. 절박했던 12월은 이듬해 따뜻한 봄으로 이어졌다.
이후의 12월은 잘 떠오르지 않는다. 하나하나 꼽아 보면 많은 일들이 있겠지만, 지난 시간을 곱씹기보다는 앞으로 다가올 시간에 대한 기대가 더욱 컸던 시기여서 그렇게 지나간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저 앞만 보며 달렸던 것 같다.
그렇게 보면, 12월이 특별해 진 것은 내가 학교로 나와 선생님이라는 이름을 가진 후부터가 아닌가 생각한다. 선생님이 되어 맞이한 첫 12월은 참으로 부끄러웠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 신규 교사로서 헤맸던 시간들이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는 것을 알지만, 그 시기의 나는 시간을 버티기에 급급했던 것만 같다.
그 부끄러운 12월을 다시 맞이하지 않도록, 내게 용기를 주고 나를 일으켜 세워준 아이들과 선배, 선생님들이 없었다면 지금도 그저 부끄럽기만 했을 것 같다.
그렇게 한 해 두 해 지나고 보니, 학교에서의 12월은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그저 개인적인 의미로 1년을 마무리하는 것이 아니라, 제자들과 함께 보낸 1년을 정리하는 시간, 교사로서 반성하고 다음을 준비하고 기약하는 시간으로 자리한다. 학교에서의 시간은 더욱 그렇다.
다른 일과는 달리 1년 단위로 만남과 헤어짐이 반복되는 학교에서는 그래서 12월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애정을 다해 만났던 아이들과 열정을 담아 해왔던 일들을 정리하고 되새기며 추억으로 남기는 때, 지난 과정 속에서 나를 다시 만나고 성장할 수 있는 때가 바로 12월이다.
지금처럼 내년에도 다시 12월을 맞이할 것이다. 12월의 고민들을 안고 또 그렇게 한 달을 꾸려 나가겠지?
그러나 그 12월은 오로지 12월만은 아닐 것이다. 나와 아이들, 동료 선생님들과 함께한 시간들이 쌓인 12월일 것이다. 모두들 그렇게 걸어온 시간만큼 또 한 걸음을 내딛을 것이다.
함께 하는 모든 이들과 같이 한 걸음 더 내딛을 수 있기를, 그런 12월이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