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연·지연·학연·돈 선거 오명 벗어야

투명한 운영공개·조합원 적극 참여 필요

3.11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당진시농민회(회장 이희조)가 올바른 조합장 선거를 위한 토론회를 지난달 28일 개최했다. ‘조합장 선거 선택의 기준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당진시청 대강당에서 열린 이번 토론회에서 토론자들은 조합장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들은 물론 농민들의 의식 개혁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당진시농민회와 좋은농협만들기 정책선거실천 전국운동본부가 공동으로 주최한 이번 토론회에는 충남발전연구원장을 역임한 박진도 지역재단 이사장이 주제발표를 진행하고 토론회 사회를 맡았으며 △남무현 괴산 불정농협 조합장 △김희봉 당진시농민회 협동조합개혁위원장 △이덕기 당진시농협 감사협의회장 △강사용 전국쌀생산자협회 충남도지부장 △유재석 당진시귀농인협의회장이 토론자로 나서 조합장 선거의 의미와 좋은 농협을 만들기 위한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들은 농민 조합원이 주인이 되는 협동조합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존의 혈연·지연·학연에 얽매인 ‘돈 선거’라는 부정적인 조합장 선거에서 벗어나 투명하게 조합을 운영하고 농민들 스스로 좋은 농협을 만들기 위한 자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주제발표> 박진도 지역재단 이사장

“지역농협부터 개혁해야 한다”

발전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뿌리가 튼튼해야 하는데 바로 지역의 뿌리는 농업과 농촌이다. 당진이 아무리 외형적으로 성장한다 하더라도, 뿌리인 농업·농촌이 튼튼하게 함께 발전하지 않으면 건강한 발전을 이뤄낼 수 없다.

농협은 정말 농업인을 위한 협동조합인가? 조합장과 임직원을 위한 협동조합이지는 않나? 요즘 농협에서는 마트·주유소 운영은 기본이고 심지어 장례사업까지 하는 곳도 있지만 농산물 생산·유통·판매·가공 등 실질적으로 농민을 지원하는 사업은 거의 하고 있지 않다. 농업인이 바라는 협동조합의 역할은 지극히 미미할 뿐이다.

농민들의 관심이 거의 없는, 거대 조직인 농협중앙회 개혁을 통한 지역농협의 개혁은 이미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다면 지역농협에 대한 일상적인 개혁을 이뤄내야 한다. 농민들이 빠진 농협 개혁은 무의미하다. 하루아침에 변할 수는 없지만 이번 조합장 동시 선거를 지역농협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학연·지연·혈연과 돈을 떠나 조합장으로서의 인품과 능력을 가진 인물을 뽑는다면, 정책에 의한 선거를 이뤄낸다면 농협의 변화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농협에 대한 농민들의 불만은 많았지만 농협을 바꾸기 위한 노력을 얼마나 해왔는지 농민 스스로 자신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다. 농협이 바뀌어야만 농민들이 힘을 가질 수 있다. 힘을 모아 좋은 농협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자.

<토론>

김희봉 당진시농민회 협개위원장

“농민 의식 개혁 위한 교육 절실”

협동조합에서 가장 중요한 사업은 조합원의 의식을 개혁하는 일이다. 농민들은 농협이 우리 농산물 판매에 소홀하다고 비판하면서도 농협 마트에서 수입농산물을 판매하는 것이 경영을 위해 당연하다고 여긴다. 좋은 농협을 만들기 위해서는 조합원들의 의식을 바꾸기 위한 교육 사업에 적극 투자해야 한다. 또한 농협이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해 농민을 위한 조직이 돼야 한다. FTA 등 농업·농촌에 큰 피해를 주는 정책에 대해 농협 조합장들이 나서질 않는다. 농민을 위한 본연의 길을 걷길 바란다.

이덕기 당진시농협 감사협의회장

“이윤 아닌 농업공동체 추구해야”

농협의 설립목적은 농민들에게 기술을 제공해 생산성을 향상하고, 조합원들이 생산한 농산물 유통을 책임짐으로써 조합원의 사회·문화적 지위 향상을 도모하는 것이다. 그러나 작금의 농협은 이러한 설립 목적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말로는 농협의 주인은 농민이라지만 임직원들이 주인 행세를 하고 있다. 농협은 경제사업 활성화 및 투명한 운영 공개로 조합원의 참여를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조합원들은 단합된 힘으로 조합 운영에 적극 참여하고 이윤추구가 아닌 농업 공동체 추구를 위해 힘써야 할 것이다.

남무현 괴산 불정농협 조합장

“지역 유지 뽑으면 유지 행세할 뿐”

농민들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조합장을 지역 유지를 뽑아 왔다. 이렇게 조합장에 당선된 이들은 당연히 농민 위에 군림하며 지역 유지 행세를 할 수 밖에 없다. 농협이 농업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지 않으면 존재 가치가 없다. 농민들은 뒤에 물러서서 농협을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좋은 정책을 만들어, 민주적으로 조합을 운영하는 조합장을 선택해야 한다. 조합 운영공개를 할 때는 농민들이 알아 보기 쉽게 자료를 제공하는 등 투명한 공개와 활발한 토론만이 조합원들이 농협에 참여할 수 있게 만드는 길이다.

유재석 당진시귀농인협의회장

“법에 명시된 역할이라도 충실해야”

조합원 스스로 문제가 없는지 자성해야 한다.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 제도라는 외적변화와 더불어 조합원들의 내적변화가 함께 이뤄져야 진정한 개혁을 이룰 수있다. 협동조합은 비인간적인 자본주의 시장에서 사람 냄새가 나는 유일한 탈출구가 될 수 있다. ‘권리 위에서 잠자는 자의 권리는 보호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법과 원칙에 따라 조합이 운영될 수 있도록 농민 스스로 깨어 있어야 하고, 조합은 이를 교육해야 한다. 조합은 법에 명시된 협동조합의 역할만이라도 충실히 이행했으면 한다.

강사용 전국쌀생산자협회 충남도지부장

“농협 개혁은 ‘나’로부터 시작”

농협 개혁은 ‘나’부터 이뤄져야 한다. 농협 조합장뿐만 아니라 이·감사·대의원 선거까지 타락한 선거를 이어온 결과 농협은 제 역할을 다 하지 못하고 지금과 같은 결과를 가져왔다. 적자가 심각하면 다 터놓고 발전 방향을 고민해야 하는데 농협 운영에 대해서 농민과 조합의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불신만 커져가고 있는 것이다. 또한 지역 특성에 맞는 특화사업을 활성화하는데 농협이 앞장서야 한다. 지역 농업과 농민 조합원을 위해 일할 준비가 돼 있는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 최우선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