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택·당진항 서부두 매립지 관할권 분쟁과 관련해 200여 명의 당진시민들이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행정자치부를 항의 방문했다.
시민들은 행정자치부 후문 앞 인도에서 약 2시간 동안 시위를 벌이며 평택시와 행정자치부를 규탄했다. 이들은 “행정자치부가 지자체 간 분쟁을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조장하고 있다”며 “평택시가 적법한 시기를 지나 신청한 매립지 귀속 자치단체 결정 신청을 행정자치부는 반려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상경집회 동행취재]
오전 9시30분
각오를 다지는 출정식
사람들이 모였다. 충남도계 및 당진 땅 수호 범시민 대책위원회(공동위원장 김종식·최명수·박영규, 이하 대책위)는 물론이고 각 읍·면·동에서 참여한 주민들이 당진시의회 앞에 모여 평택·당진항 매립지 관할권 분쟁에 대해 평택시와 행정자치부를 규탄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가운데는 30~40대 청년들도 있었지만 백발이 성성한 노인들도 많았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행정자치부를 항의방문하기에 앞서 당진시의회 앞에서 열린 출정식에는 김홍장 당진시장과 이재광 당진시의회 의장을 비롯한 의원들도 참석해 시민들을 응원하고 격려했다. 읍·면·동 연두순방 일정 등으로 인해 시민들과 함께 하지 못하는 김홍장 시장은 이들에게 못내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시민들은 안전하게 잘 다녀오라는 인사를 받으며 각각 5대의 버스에 나뉘어 탑승했다.
오전 10시 10분
서해대교 건너며 본 분쟁 지역
시민들을 가득 태운 버스가 출발했다. 각각의 버스에는 대책위 임원들이 탑승해 시민들에게 이번 분쟁이 왜 일어났는지, 어떤 내용인지 설명했다. 참가자들에게 나눠준 성명서와 매립지에 대해 당진시 관할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유인물을 읽는 동안 버스는 당진IC를 빠져나와 고속도로에 진입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서해대교가 나왔다.
행담도를 지나 서해대교 중반을 넘어 섰을 때 다리 아래로 매립지가 나타났다. 오른쪽 유리창 너머로 태영그레인터미널과 카길 사료공장 등이 위치한 양곡부두가 보였다. 아산만 바다 한 가운데를 매립한 땅과 제방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이곳이 평택시가 관할권을 주장하는 바로 서부두 내항이다.
이곳을 지나며 박영규 공동대책위원장은 “평택의 입장에서 보면 서쪽에 위치해 있어 ‘서부두’라고 불리고 있지만, 당진시 동쪽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동부두’라고 부르는 것이 맞다”며 “수 백년 전부터 지역 주민들이 관습적으로 지켜 온, 헌법재판소가 이를 인정한 충남도계 안에 속한 땅이다”라고 말했다. 시민들은 눈으로 창밖을 보고, 귀로는 대책위의 설명을 들으면서 우리가 투쟁을 하러 서울정부청사까지 찾아가는 이유를 다시 한 번 상기했다.
오후 12시
행정자치부 청사에 도착
두 시간을 달려 서울에 도착했다.
남산터널을 지나 종로에 들어서자 도로 한가운데 광화문 광장이 펼쳐져 있었다. 광장의 끝엔 광화문이, 그 너머엔 경복궁이 있었고, 북한산 자락을 마주한 곳에 행정자치부 건물이 보였다.
주요 행정기관들이 모여 있다 보니 집회와 시위가 자주 있는 이곳에 당진시민들이 탑승한 버스가 도착하기도 전 일찌감치 자리잡은 경찰들이 눈에 띄었다.
후문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비좁은 버스 안에서 시민들은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웠다. 밖으로 나온 시민들은 서로 사진을 찍어주면서 어쩐지 들떠 보이기도 했지만, 이마에 ‘사수’라고 적힌 붉은 띠를 단단히 매는 손길에는 결연함이 묻어 나왔다. 어깨띠를 두르고 행정자치부 후문 앞에 자리를 잡았다.
오후 1시
“갈등 조장 행자부 각성하라!”
어른 5명이 나란히 서면 인도가 꽉 찰 정도로 공간은 협소했다. 그렇게 50m 가량 인도를 가득 메운 주민들은 집회를 시작했다. 김현기 집행위원장의 사회로 사람들은 구호를 따라 외쳤다.
“지자체 간 갈등 조장, 행자부는 각성하라!” “헌재 결정 무시하는 관할권 신청 반려하라!”
김종식 위원장은 대회사를 통해 “지난 2004년 국가 최고의 기관인 헌법재판소에서 해당 지역에 대한 도계를 분명히 했음에도 불구하고 평택시는 호시탐탐 이 지역에 대한 야욕을 드러내 왔다”며 “일본이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주장해 우리나라 국민들이 불안해하듯, 평택시 역시 당진시민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에 대한 청문회가 국회에서 진행되는 가운데 증인으로 참석한 김동완 국회의원도 잠시 현장에 들러 시민들을 격려했다.
김 의원은 “평택·당진항 매립지 분쟁은 항만 발전을 저해하는 것”이라며 “행정자치부가 중심을 잡아야 할 일”이라고 촉구했다.
김 의원에게 김현기 집행위원장은 “행정자치부에 근무했던 선배(김동완 의원)가 왔는데도 누구 하나 나와 보지도 않는다”며 “이 문제가 김 의원에게는 내년 총선 때문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는 이재광 당진시의회 의장을 비롯해 박장화·양창모 의원이 시민들과 함께 했으며, 최형일 재경당진시민회장도 참석해 고향 주민들의 목소리에 힘을 더했다.
오후 2시20분
시민 대표 행자부 과장 면담
경찰과 대책위 임원들 사이에서 신경전이 오갔다. 대책위 임원들은 행정자치부 청사에 들어가 차관 또는 담당 국장을 면담하겠다고 요청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대책위 대표 2명만이 담당 과장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대책위는 “그럴 거면 만나지 않겠다”, “직접 내려오라”며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협의 끝에 대책위 김종식·박영규 공동위원장과 김현기 집행위원장, 이재광 의장, 김덕주 안전자치행정국장 등 5명이 들어가 담당 과장을 면담했다.
그동안 시민들은 밖에서 행정자치부와 평택시를 규탄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다행히 날씨가 풀려 매서운 날씨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몇 시간째 바람도 피하지 못하고 찬 아스팔트 바닥에 앉아 있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오후 3시15분
찬바람 맞으며 보낸 두 시간
약 50분간의 면담을 끝낸 대책위 임원들이 밖으로 나온 뒤 면담 결과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하고 집회를 마무리 했다.
김종식 위원장은 “아직 분쟁조정위원회 결정이 내려지지 않아 확실한 대답을 듣긴 어려웠다”며 “담당자에게 당진시의 확고한 입장과 매립지 관할의 타당성을 다시 한 번 주지시켰으나 담당자는 평택시 때문인지 철저히 중립적인 입장을 고수했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행정자치부와 평택시를 규탄하는 구호를 몇 차례 더 외친 뒤 현장을 정리하고 버스에 탑승했다.
오후 5시 40분
“이제부터 시작…힘 냅시다”
당진시민들을 태운 버스가 서울시내를 빠져나오는 데만 40여 분이 걸렸다. 시민들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서로를 다독이며 십 수 년 동안 이어져온 평택시와의 분쟁에 대해 걱정하는 한편 분노했다.
[상경집회 말!말!말!]
김종식 공동위원장
“당진시민, 이웃 잘못 둬 고생이다. 이번 기회에 평택시가 다시는 ‘찍 소리’도 못하게 당진 땅과 충남도계를 확실히 하자.”
박영규 공동위원장
“지난한 싸움이 될 것이다. 당진시민들이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끝까지 함께 해주길 바란다.”
김동완 국회의원
“신평-내항 간 연육교 건설을 위한 타당성 연구용역 진행을 평택시 주민들이 방해하고 있다. 또한 연육교 건설은 국가의 항만계획에 의해 추진되고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당진시의 지역이기주의로 인해 마치 국가 예산을 낭비하는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이재광 당진시의회 의장
“독도를 빼앗으려는 일본과 당진 땅을 빼앗으려는 평택은 똑같다. 충남도계에 대한 문제인 만큼 충남도 15개 시·군이 모두 들고 일어나 행정자치부를 압박해야 한다.”
박장화 시의원
“국가가 지역 간 분쟁을 해결하지는 못할 망정,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혼란을 야기하도록 법을 개정한 정치인과 행정을 맡는 공무원들은 각성해야 한다.”
양창모 시의원
“당진시의회에서도 성명을 발표하는 등 시민들과 함께 하고 있다. 똘똘 뭉쳐서 우리 땅을 끝까지 지켜내야 한다.”
정상영 시의원
“겨울 날 어르신들이 밖에서 고생을 해야 하는 게 너무나 안타깝다. 지역의 분쟁을 조장하는 행정자치부와 평택시는 각성해야 한다.”
이병성 당진항만 대표
“당진항을 찾는 데에 무려 7년의 세월이 걸렸다. 지금까지 평택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며 분쟁을 야기하는 이유는 항만이 갖고 있는 수십조 원의 미래 부가가치 때문이다. 항만의 가치 때문에 당진 땅을 침탈하려 한다.”
최형일 재경당진향우회장
“당진 땅을 빼앗으려는 평택시에 대해 분노를 금할 길이 없다. 이 문제에 대해 당진시민과 함께 협조하며 향우회원들도 적극 동참하겠다.”
신완순 당진시개발위원회 사무국장
“법적으로도 문제가 많은 평택의 관할권 조정 신청을 받아들인 행정자치부에 대해 분노를 감출 수 없다. 반드시 올바른 결정이 내려질 것이다.”
정상용 당진시재향군인회 사무국장
“이번 집회를 계기로 매립권 분쟁에 대해 깊고 자세히 알 수 있었다. 시민들에게도 자료를 만들어 배포해 함께 공유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싸움이 장기화되더라도 당진시민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끝까지 함께 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