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시행 가정폭력방지법, 친고죄 폐지로 구제범위 넓혀
7월 1일부터 가정폭력방지법이 시행되고 있다. 그동안 가정내에서 일어나는 폭력문제는 매우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집안일’이라는 이유로 사회적으로 방치되어 왔던 게 사실이다.
따라서 이 법의 개정시행은 가정폭력이 개인 당사자들이 알아서 해결해야 하는 가정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와 국가가 적극 개입하여 해결해야 할 사회적 과제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지난 9일 당진군은 이 문제와 관련, 평택대 사회복지학과 신은주 교수를 초청해 라는 강연을 실시했다.
가정폭력에 관한 주요사항과 함께 강연내용을 요약·발췌한다.
/편집자주/
가정폭력을 다루고 있는 법은 좥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좦과 좥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좦으로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처벌·교정을 동시에 해결하려 하고 있다.
가정폭력은 부부사이의 일방적 학대 뿐만 아니라 좥가정구성원 사이의 신체적·정신적 또는 재산상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좦를 말하며 배우자 또는 배우자 관계에 있었던 자, 부모자식, 형제, 동거가족 등의 사이를 말한다.
가정폭력은 특히 아내, 아동, 노인 등 사회·경제적 약자를 대상으로 발생하고 있을 뿐 아니라 가해자의 반복적이고 의도적인 폭력으로 인해 피해자에게 심각한 신체적·정신적 손상을 주고 있어 더욱 심각하다. 가정폭력은 물리적 폭력만이 아니라 언어를 통한 학대, 성적학대 등 다양한 형태로 약자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
강연은 주로 매맞는 아내에 촛점을 맞추었다.
남편만 아내를 때리냐고?
아내에 대한 폭력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등장하면서 한편에서는 매맞는 남편의 문제가 제기되기도 한다. 그러나 통상적인 부부폭력(부부싸움)과 ‘아내통제를 위한 일방적이고 가부장적 테러리즘’은 다르다. 아내에 대한 폭력은 ‘결혼했기 때문에 너는 내 것이다’라고 남성이 ‘자기’의 여자에 대한 일방적 통제를 사용한 욕망이며 가부장적구조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통제방법은 신체적·성적폭력의 틀 속에서 강제와 억압, 정서적 학대, 고립화, 부인 비난, 자녀사용, 남편의 특권사용, 경제적 학대사용 등 다양하게 나타난다.
피학대 여성 보통 10년 견뎌
이러한 폭력의 부당함에도 불구하고 학대당하는 여성들이 피난처를 구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미국의 경우 6~7년, 한국의 경우 8~10년씩이나 된다. 이의 가장 큰 이유는 여성 스스로가 자신을 ‘학대의 진정한 희생자’로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즉, 자신이 당하고 있는 폭력을 오히려 합리화 하기 때문.
‘남편이 문제에 빠지고 병들어 있어서 내가 돌보지 않으면 죽을 것’이라든지, ‘남편의 구타는 그의 책임이 아니다’라든지 구타로 인한 상처와 책임을 자신에게 전가해 버리는 경우 등이다. 또 여성에게 경제적 기반이 없거나 오랫동안 친구와 가족으로부터 소외되어 갈 곳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학습된 무기력의 피해자
연구에 따르면 구타당한 아내들의 정신적 후기증상으로 우울증이 가장 크고, 정신분열증, 약물중독, 외상후의 스트레스 장애, 적응장애 등이 나타난다.
또 매맞는 여성을 ‘학습된 무기력’에 빠진 피해자로 볼 때 그들은 자존감이 낮으며 자신의 욕구보다 다른 사람의 욕구를 우선적으로 생각해 자신이 끝까지 참고 견디면 남편도 좋아지리라고 믿는다.
경제적으로 남편에게 의존하고 지속적으로 구타당하여 자신이 없으므로 본래 자신이 가진 능력보다 훨씬 자신을 무력하게 느낀다.
주체성·존엄성 회복하도록
따라서 상담기관, 쉼터에서는 학대받는 여성에게 긴급 피난처를 제공하여 그들의 육체적·정서적 치료와 안정을 돕는 한편 자신의 피해의식과 무력증을 극복하고 주체성과 존엄성을 지닌 인간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인간회복 차원에서 의식교육을 해주어야 한다.
또 법률·의료·취업에 대한 지원, 자녀문제해결 지원을 통해 자립할 기회를 제공, 다시 좌절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이혼은 최종적인 하나의 대안으로서 여성이 진정으로 원하는 선택을 하도록 도와야 한다.
폭력 알게 된 상담소도 신고의무
가정폭력방지법은 가정폭력의 예방과 피해자 보호를 위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강화시켜 신고체제를 구축하고 상담소나 보호시설을 두도록 하고 있다. 의료기관 역시 피해자 본인, 가족, 친지나 상담소의 요청이 있을 때 치료상담을 해야 하며 비용은 가해자가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또 가정폭력 행위자에 대해서도 퇴거, 격리, 피해자 접근금지등의 긴급조치와 보호처분, 사회봉사, 구치소 유치 등의 규정을 두고 있다. 가정폭력 범죄사실을 알게된 의료기관이나 상담소의 장 등 제3자도 반드시 신고하도록 의무규정을 두고 있다. 관계자는 어떤 경우에도 비밀을 엄수해야만 한다.
‘친고죄’ 폐지, 가해자 처벌
98년 7월 1일부터 시행되는 가정폭력방지법의 가장 큰 의의는 그동안 피해자 자신이 신고해야 했던 ‘친고죄’에서 자신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인 경우에도 고소할 수 있게 규정된 점과 가해자에 대한 처벌규정을 둔 것이다.
이 법의 개정은 ‘가정폭력 또한 범죄행위’라는 사회적 공감대 형성과 법적 처벌을 계기로 모든 폭력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가정폭력이 사라지기를 바라는 염원이 담겨있다.
그러나 법이 제정되었다고 뿌리깊은 문제가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겪는 문제를 당당하게 극복하고자 하는 단호한 의지와 용기를 피해자 스스로 가져야 한다. 이 과정에서 상담자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