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섭이가 걸었다. 누군가의 부축이 있어야만 걸을 수 있지만 분명 유섭이가 원하는 대로 한 발씩 내딛었다. 이제야 힘겹게 한 발 앞선 유섭이는 이제 세상으로 힘차게 걸어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걸음을 뗀 유섭이가 사람들을 향해 말을 건넸다.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아 “고맙습니다”라고. 2006년 2월 4일, 저산소증으로 인해 뇌병변을 안고 유섭이가 태어났다. 그로부터 9년 뒤, 2015년 2월 4일은 유섭이가 많은 이들의 기도와 함께 희망을 새롭게 선물 받은 날이 됐다.

유섭이 엄마 유서완 씨에게 진통이 찾아왔다. 건강했던 그이기에 수술보다는 자연분만이 나을 거라고 의사는 진단했다. 진통이 시작된 지 하루가 지나고 분만실로 들어갔다. 하지만 한참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아기는세상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아이가 숨을 쉬어야 하는 시간이 지났다. 의사는 남편 전세윤 씨에게 나가 있으라고 했고, 전 씨가 무언가 잘못 됐다는 직감으로 다시 분만실로 들어온 순간 그 때 유섭이가 태어났다. 당시 전 씨는 아이를 보고 가장 먼저 이렇게 말했다. “아이가 왜 이렇게 까매?”

아기의 머리 크기가 커 수술을 했어야 했지만 무리한 자연분만으로 인해 아이는 숨을 쉬지 못했다. 이 때문에 저산소증이 찾아왔고 뇌에 손상을 입었다.

“뇌병변이라는 소리를 듣고 딱 갇히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냥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일어난 거지’ 이 생각만 했었죠.”

10년 간 13차례 입원

힘겨운 날들이 연일 이어졌다. 유섭이는 잦은 경기를 일이켰고 재활을 위해 10년 동안 13차례 병원을 바꿔가며 입원을 해야만 했다. 치료비도 만만치 않았다. 남편 전 씨가 벌어오는 돈은 꼬박 유섭이 치료비로 들어갔다. 하루는 유 씨가 소리 내 울었다. 그 때 ‘아빠, 엄마’도 제대로 하지 못했던 유섭이가 “엄마, 울지 마세요”라고 떠듬떠듬 말했다. 그 순간 유 씨는 “어렵다는 생각을 내려놨다”며 “희망이 있고 없고를 떠나 우리에겐 유섭이가 가장 큰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끝에서 찾아온 희망의 답변

뇌병변으로 근육을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해 걸을 수 없던 유섭이는 재활치료를 받으며 숱하게 병원을 오갔다. 아이를 조금이라도 낫게 하기 위해 갖은 정보를 알아보던 유 씨는 감각신경을 선별해 절단하는 SDR수술을 알게 됐다. 미국의 세인트루이스 병원에서 이 수술에 대한 성공 사례가 있다는 것을 접하고 수술 가능 여부에 대해 메일을 보냈다. 하지만 두 차례 연이어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많은 시간이 지났다. 유 씨는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미국에 메일을 보냈고 며칠 후 ‘축하합니다’라는 답변이 도착했다.

이어지는 수술비와의 싸움

그 후부터는 7000만 원이라는 수술비와의 싸움이 이어졌다. 유섭이가 걸을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인 SDR수술비를 위해 포기할 수 없었다. 그는 전국적인 복지단체에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답변은 오지 않았다. 그 때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의 한 담당자가 조언을 해줬다. 그 후 손톱깎이와 작은 물품들을 담아 1만 원에 판매하는 수익사업을 시작했고 남편 전 씨의 직장인 동국제강 홈페이지에 사연을 올리자 260여 명의 직원들이 유섭이를 응원하며 2600만 원을 모았다. 유 씨는 “그 때 희망을 찾았다”고 말했다. 이후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서도 가능성 있다고 판단해 3000만 원의 수술비를 지원하면서 다행히 수술비가 마련됐다.

일일찻집으로 체류비 마련

하지만 미국에서의 체류비도 문제였다. 없는 돈, 있는 돈 모아 수술비를 마련했기에 더 이상 남은 돈이 없었다. 그 때 유섭이네 가족은 당진시청의 이동신문고를 두드렸고 당시 상담자였던 충남지역자활센터의 조상원 센터장을 통해 유섭이 소식이 지역사회에 알려졌다. 당진시와 카페하인츠, 해나루보호작업장, 당진제일교회, 당진중앙성결교회, 당진떡집, 주공그린마트, 동인상사, 현대제철 이웃사랑나눔회, 대우광고사, 내포문화사, 충남장애인부모회 당진지회, 익명의 기부자 등 따뜻한 손길이 이어졌다. 그렇게 수익금 1200만 원이 모아지며 유섭이네 가족의 미국 체류비가 마련됐다.

“가슴으로 모아진 힘, 감사합니다”

많은 사람들의 기도에 힘입어 지난 2월 4일, 유섭이는 생일날 희망을 선물 받았다. 유 씨는 “금액도 금액이지만 이 돈은 많은 분들의 가슴 속에서 유섭이를 생각하며 나온 돈”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며 “이들의 마음과 기도가 분명 유섭이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분 한 분에게 감사하죠. 이제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또 다른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한편, 수술을 마친 유섭이는 “몸이 자유자재로 움직인다”고 말했다. 그 동안 제대로 걸으려고 해도 다리가 꼬이는 등 생각한 대로 몸이 움직이지 않았지만 수술 이후에는 지속적인 재활치료를 통해 두 발은 물론 몸이 제자리를 찾아갈 희망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