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운전하는 여성들은 많이 만났어도 택시 운전하는 여기사는 마주하기 힘들다. 간혹 여기사를 마주한 적 있다 해도 손에 꼽힐 정도다. 택시운전을 하는 김귀숙 기사도 승객들이 자신을 보고 신기해한다며 남자 기사일 때 보다 더 반갑게 인사 해주기도 한단다.

김 기사는 1883년에 대한항공사에서 경리로 일했다. 이후 사촌 언니와 서산에서 사우나를 운영하기도 하고 옷 가게에서 일하기도 했다. 그렇게 여러 직업을 거친 후, 택시 운전을 하게 됐다. 벌써 택시 운전을 한 지는 올해로 만 5년이 됐다. 마흔 후반의 나이에 택시 운전을 시작한 김 기사는 운전하는 것이 재미있고 적성에 맞아 가족들의 만류에도 운전대를 잡았다.

사람과 사람으로 만나

택시 운전을 하면서 재밌었던 에피소드도 많다. 재밌는 순간순간이 자신의 일상이라는 김 기사는 “운전기사와 손님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으로 만나니 재밌는 일이 많다”며 “여성이라고 해서 무시하는 손님보다 오히려 여자가 택시 운전하기 힘들진 않느냐고 걱정해주는 손님들이 많다”고 말했다. 즐거운 마음으로 하는 일이지만 김 기사에게도 힘든 순간이 있다. 그중 젊은이들의 말투에 종종 상처를 받았다고.

“깨끗이 청소해 놓은 택시에서 침을 뱉고 욕설을 하는 어린 친구들을 보면 가슴이 아파요. 다 내 자식 같아서 호통을 치거나 화는 못 내겠더라고요.”

택시 안에서 인생을 배우다

택시운행을 하면 할수록 여자 운전기사의 필요성을 느낀다는 김 기사는 “남자 기사들이 할 수 없는 세심한 부분을 여자 기사들이 관리한다”며 “내 택시를 탄 순간 향기로운 냄새가 나는 것 또한 여자 운전기사가 가지고 있는 섬세함과 쾌적함 때문”이라고 농담처럼 말했다.

김 기사는 늦은 귀가 시간, 여성 직장인들을 태울 때는 손님들이 걱정돼 행선지까지 데려다 주고서는 빨리 집으로 들어가라고 재촉한다. 세상이 흉흉해서 잠시 택시를 멈춰 놓고 잘 들어갔는지 확인한다고. 김 기사의 배려심에 손님들이 감동해 단골도 많다.

택시 운전을 하면서 인생을 배운다는 김 기사는 “일용직 노동자 분들이 택시를 타면 땀을 많이 흘려 혹시 차에 냄새가 밸까 걱정하신다”며 “그럴때마다 나는 괜찮으니 빨리 타시라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손님들에게서 나는 땀 냄새는 많은 것을 배우게 한다”며 “열심히 땀 흘려 일한 돈으로 한 가정을 이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짠하다”고 말했다.

“저는 지금껏 부러움 없이 살았어요. 하지만 택시운전을 하면서 많은 생각을 했죠. 이렇게 힘들게 번 돈으로 한 가정을 이끌어나가는구나 하고요. 그래서 전 그분들의 땀 냄새가 참 좋아요. 값진 향기죠.”

당진모범운전자회에서의 봉사

김 기사가 택시 운전을 한 지 시간이 꽤 지났지만 쑥스러움이 많은 탓에 선뜻 당진모범운전자회에 들어서지 못했다. 김 기사는 “동료의 권유로 기회가 닿아서 당진모범운전자회에 가입하게 됐다”며 “여자 기사이기도 하고 쑥스러움도 많은 편이라 선뜻 들어가고 싶다고 말을 하지 못해왔다”고 말했다. 평소 봉사활동도 계획해 뒀던 김 기사는 당진모범운전자회를 통해 그 동안의 꿈꿔왔던 봉사도 할 수 있게 됐다.

“유동인구가 많은 탑동 사거리에서 등교하는 학생들을 위해 횡단보도를 건너게 해주는 봉사를 했어요. 꼭 필요한 일이더군요. 당진모범운전자 회원 뿐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이 학생들을 위해 등굣길 지도봉사를 하게 된다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봉사하는 도중에 아이들이 먼저 다가와 인사를 건네줘서 기뻤다는 김 기사는 “봉사하고 있는 와중에 아이들이 먼저 다가와 ‘안녕하세요’, ‘고맙습니다’라고 감사 인사를 전한다”며 “그 인사에 힘 입어 더 열심히 봉사 하게 된다”고 말했다.

운동으로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김 기사는 요즘 없는 시간을 쪼개 자신을 위한 시간을 만들었다. 택시 운전 생활로 병이 하나씩 늘어났기 때문이다. 허리도 아프고 관절염도 생겼다. 운동할 시간이 없다보니 예전보다 체중이 10kg이상 증가했다. 방안을 고심하던 김 기사는 다이어트 댄스를 배우기로 결심했다. 김 기사는 “운동하면서 건강도 챙기고 기분도 좋아진다”며 “체중도 감소하니 자존감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시간을 쪼개어 내 자신에게 투자한다면 몸도 마음도 모두 건강해진다”고 말했다.

평소 운전을 하다가도 틈이나면 수시로 스트레칭을 하곤 하는데 이 모습을 보고 다른 택시 기사님들도 따라한단다. 동작을 크게 해야 한다고 조언도 해준다고.

“저는 택시를 운행하는 것이 참 좋아요. 저는 인복이 많은 것 같아요. 손님들도, 같이 일하는 동료들도 저에게 한 없이 좋은 것만 주고 가요. 앞으로 손님들이 편하게 동네 친한 언니누나로 저를 생각해주시고 손님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