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시 지역 내 농협이 4월 1일자로 인사를 단행한 가운데, 이번 인사에 대해 “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파행적 인사”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농업·농촌을 위한 농협의 역할은 뒤로 하고, 선거가 끝나자마자 파행적 인사를 단행한 농협 조합장들을 두고 일각에서는 “도덕적 해이를 넘어 도덕적 파탄”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동급 이동 원칙 지켜지지 않았다”
농협중앙회는 지난 4월 1일 ‘당진시 지역농협 인사업무협의회’에 따른 인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진시 지역농협 인사업무협의회’는 당진시 지역 내 농협 조합장들로 구성돼, 농협 신규채용·승진 임용·인사교류·직원 급여 등에 관한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임의 기구다.
당진시 지역농협 인사업무협의회 협약서 제3장 제10조 직원 인사교류의 원칙에 따르면 동일 직급 별 인사이동이 이뤄져야 하지만, 이번 인사에서는 합덕농협에서 근무하던 3급 직원 김모 씨가 정미농협 3급 직원으로 이동된 반면, 정미농협 3급 직원이던 이모 씨는 합덕농협 M급(매니저급, 과거 1급과 2급에 해당)으로 승진 이동했다. 이에 따라 합덕농협 측은 급여규정에 의해 M급 승진자에 대한 더 많은 임금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행정적·경영적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한 합덕농협 M급 상무직 승진에 있어 합덕농협 내 직원 중 승진 요건을 갖춘 직원이 있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인사 결과 내부 직원 승진이 아닌 타 농협에서 승진, 이동한 이유에 대해서도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합덕농협 김덕호 감사는 “동일 직급끼리 이동해야 하는 원칙을 위배해 가면서 무리하게 인사를 단행했다”며, 그는 “이번 인사이동으로 합덕농협은 상무 6명, 과장 2명으로 비생산적이고 비능률적인 조직 구조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농협 관계자 역시 “합덕농협 내에서 승진해야 할 사람이 승진을 하지 못한 반면, 타 농협과 인사교류에서 불필요한 승진, 이동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원칙을 무시한 파행적인 인사가 이뤄졌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당진시 지역농협 인사업무협의회 강문규 의장은 “동일 직급별 인사이동은 인사규정 모범안에 따른 것일 뿐, 당진시 지역농협 인사업무협의회에는 해당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해나루조합 직원 파견 부적절”
한편 송악농협이 주관농협으로 참여하며 당진시농산물유통센터(APC)를 운영하고 있는 당진시농협 해나루조합 공동사업법인(이하 해나루조합)과 관련한 인사도 도마 위에 올랐다. 업무 특성에 맞지 않는 인사조치로 인해 유통·판매 등 중요 사업을 도맡고 있는 해나루조합을 방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해나루조합에 파견됐던 송악농협 직원이 지난해 하나로마트로 복귀, 배치된 데에 이어 당진시 3농 혁신 추진으로 장근순 단장이 3농혁신T/F팀에 참여하면서 두 명의 직원 공백이 생긴 해나루조합에 대해 당진시 지역농협 인사업무협의회는 지난해 회의에서 2015년도 4급 일반관리직 임용고시 합격자를 해나루조합에 파견키로 의결했다.
그러나 올해 4급 승진 임용 직원은 송악농협 본소에 발령받고, 정년퇴직을 얼마 남기지 않은 직원이 해나루조합으로 파견돼 의결된 사항과는 전혀 다른 인사가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해나루조합은 물론 파견 당사자의 동의가 없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해나루조합 직원의 평균 연령은 30대로, 당진시가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로컬푸드·학교급식 사업 등 역동적인 사업을 주로 담당하고 있어 이번 직원 파견이 적합하지 않은 인사라는 지적이다.
해나루조합 이부원 대표이사는 “당진시 지역농협 인사업무협의회와 농협중앙회 당진시지부로부터 ‘인사업무협의회 의결 결과에 따라 직원을 파견하겠다’며 기다리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아무런 고지 없지 전혀 예상치 못한 직원이 파견돼 서로 당혹스러웠다”고 말했다.
또 다른 농협 관계자는 “농협 본연의 기능인 지역 농산물 유통·판매 강화를 위해 각 농협에서 출자해 해나루조합을 설립해 놓은 만큼 적재적소에 가장 적합한 사람을 두고 일을 해야 하지만, 이번 인사는 해나루조합 사업에 대해 의지가 없는 것처럼 비춰진다”며 “농민들을 위한 농협 본연의 역할을 생각하기 보다 인사 전횡을 휘두른 것으로 보인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당진시 지역농협 인사업무협의회 강문규 의장은 “인사업무협의회를 새로 열어 주관 농협인 송악농협에서 경영·관리·인사 천거 등을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심천택 조합장에게 해나루조합 인사 파견에 대한 권한을 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송악농협 심천택 조합장은 “올해 송악농협에서 여성 4급 승진 임용자가 나와 APC 특성을 고려해 연륜 있는 4급 남성 직원을 파견하게 됐다”며 “인사협의회를 통해 해나루조합에 직원을 파견하는 입장으로 인사 내용을 사전에 통보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농협시지부 뭐하나?
한편 이번 지역 농협 인사에 대한 파열음이 깊어지면서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농협중앙회 당진시지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제기됐다. 당진시지부 농정지원단장이 인사업무협의회 간사로 참여하지만 인사 원칙과 의결 사항 등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감독하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농업 관계자는 “이번 인사 파행에 대해 농협중앙회 역시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면서 “지역의 농협들을 지도·관리·감독하는 농협중앙회의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