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는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 감염관리 대응에 실패했다. 대중의 공포를 해결하지 못했고, 질병의 확산을 막지 못했으며, 국가의 위신과 안전을 지켜내지도 못했다. 가부장적이고 보수적인 정권이 자신의 주특기인 방역 영역에서도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이다.
이른바 보수 언론이 연일 메르스 관련 소식을 전하며 우려를 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감염병 예방관리는 기본적으로 ‘정치’의 영역이다. 의료나 의학의 영역이기 보다 자원배분 및 권력 행사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감염병의 전파와 확산은 불확실성이 크고, 대중적 공포를 동반한다.
원칙에 따르되 변화하는 현실에 대한 정보를 빠르게 취합·분석·종합함으로써 경우에 따라 예방관리 대응의 큰 줄기를 바꿀 수 있는 실용주의도 필요하다. 정해진 매뉴얼이 있지만 매뉴얼에 빈 공간이 많기 때문에 그것을 채워나갈 판단력과 결단, 그리고 그로 인한 책임은 자신이 지겠다는 결의가 필요한 것이다.
지금까지 정부는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겠다는 태도로 일관해 왔다. 정치가 있어야 할 곳에 정치가 사라졌고, 그 틈을 타 메르스는 기술적 합리성과 전문주의에 근거한 예측을 보기 좋게 뒤집으며 세를 넓혀가고 있다.
물론 메르스 확산의 1차적 원인은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가 국내에 처음 들어오면서 이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방역 당국과 의료진들, 전반적으로 허술했던 감염관리체계, 민간의료에 내맡겨진무정부성이 극에 달한 국내 의료보건제도 등이다. 하지만 정치의 문제가 면책 될 수는 없다.
국민을 믿고 정보를 공개하되 이로 인한 부작용 발생 가능성을 언급하며, 그러한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 달라고 국민에게 호소하는 결단이 필요했다.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인권을 고려해서 보다 소통하며 민주주의적인 감염관리체계가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가 이미 많이 나와 있다.
지금 메르스로 인해 나라의 경제 전체에 타격을 주고 있고, 한국의 국격(國格)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누가 한국을 선진국으로 인정해 줄 것인가. 개인의 건강·위생 관리가 제대로 이뤄진다면 너무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의 진단인데도 국민들의 불안은 가시지 않고 있다. 이는 정부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 일종의 사회현상이다.
그렇다면 전문적인 방역대책과는 별도로 ‘메르스 현상’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이를 제때 마련하지 못하면 메르스가 자칫 우리 사회의 온갖 갈등에 또 하나의 기폭제가 될 위험이 있다. 이럴 땐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야말로 최선의 대책이다.
그 첫걸음으로 여와 야, 그리고 정부와 지자체가 당장 손잡고 국민 건강보호에 최선을 다하며,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 줄 때에 복잡한 현 시국이 회복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