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차를 8년 동안 타다 얼마 전 하이브리드 차로 바꾸었다. 그동안 충전소를 이용하다, 주유소를 이용하려니까 처음에는 어느 주유소를 이용할지 막막하였다. 하지만 이제는 주변에서 가장 싼 주유소도 알았고 셀프 주유도 하고 있다.
그런데 며칠 전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야간에 강의를 마치고 집으로 가는데 주유등에 노란불이 들어왔다. ‘근처에서 주유를 해야지’라는 생각이 들어 눈앞에 보이는 충전소로 들어갔다. 잠시 후 직원이 충전이 안 된다며 휘발유차 아니냐고 하였다. 나는 내려서 친절하게 주유를 이렇게 하면 된다고 알려주었다. 하지만 주유는 되지 않았다. 순간 ‘이 차는 가스차가 아니라 휘발유차였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직원에게 미안하다고 이야기하고 쏜살같이 충전소를 빠져나왔다.
집으로 오면서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착각이었다. 아니 무의식 때문이었다. 8년간 가스차를 타면서 무수히 충전소를 이용했기 때문에 휘발유차로 바꿨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주유를 할 때는 아무런 생각 없이 충전소로 차를 돌리게 하는 행동. 의식의 밑바닥에 숨어 있으면서 의식이 잠깐 한눈을 팔면 나타나 예전처럼 행동하게 만드는 이것. 실체가 없는 듯 여겨지지만 언젠가는 나타나 본색을 드러내는 것이 바로 무의식이다.
출근하는 길목에 속도 단속기가 있다. 가끔 주의를 기울이지 못하고 무심하게 지나는 경우가 있는데 지나고 나면 과속을 한 것 같은 생각에 불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통지서가 언제 날라 오려나, 과속은 얼마나 했을까 궁금해 했는데 매번 오지 않았다. 그럴 때면 ‘아, 그곳을 지날 때면 무의식이 나를 지배해서 속도를 줄였구나’라고 막연하게 추측을 해본다.
이런 점에서 동물도 무의식이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신라시대 김유신과 관련된 일화 때문이다. 김유신이 화랑이었던 시절 무녀를 사랑하였으나 다시는 찾아가지 않기로 하였는데 어느 날 술에 취해 말을 탔는데 도착한 곳이 무녀의 집이어서 말의 목을 베었다는 이야기. ‘주인이 얼마나 그곳을 찾았으면 말도 무의식적으로 그곳으로 향했을까’라는 생각을 하면 ‘말도 무의식이 있구나’라는 생각을 해본다.
어쨌든 프로이드도 언급했듯이 무의식은 때때로 인간의 행동을 지배한다. 우리의 행동이 의식의 지배를 받는지 아니면 무의식의 지배를 받는지 또 얼마나 받는지를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의식과 무의식을 반복하며 일상생활을 하는 것이 우리들의 삶이라고 판단된다. 사람들과 교류하다보면 간혹 의외의 행동을 하는 경우를 보게 되는데 이런 것은 대개 그 사람의 잠재된 의식 즉 무의식이 표출되어서 그렇다고 보면 맞을 것이다.
한편 의식이 오래되면 무의식으로 변하게 된다는 것이 개인적인 소견이다. 무의식과 의식의 차이는 시간과 관련이 있다고 본다. 이런 점에서 무의식은 습관과도 관련이 있다. 어떤 행동도 일정한 기간 반복적으로 지속되면 습관으로 변한다. 어떤 사람이 좋은 습관을 가지고 있는가 아니면 나쁜 습관을 가지고 있는가는 결국 그 사람이 살아오면서 생활태도나 행동방식이 어떠했는가의 문제이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도 좋은 습관을 만들라는 교훈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좋은 무의식이 쌓여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성공하는 사람들은 좋은 습관을 많이 가지고 있다. 각종 습관들은 한 사람의 인생도 바꿔놓는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는 좋은 의식을 갖도록 의도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좋은 습관이 그 사람의 인생을 긍정적으로 변하게 하는 것처럼 좋은 의식도 누적되면 좋은 무의식이 되어 급박한 상황에서 자신을 유리하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기분 좋은 무의식과 남을 기분 좋게 하는 습관으로 무장하면 우리 인생은 행복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