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은 국군의 날을 시작으로 노인의 날, 개천절 등 기념일이 무려 14일이나 된다. 게다가 여기저기서 수많은 행사가 열리다 보니 10월은 어디를 먼저 참석해야할지 모를 만큼 정말 바쁜 달이다.

10월 행사 중 당진문예의전당에서 개최한 ‘당진을 그리다 展’ 작품전시회가 기억에 남는다. 그 넓은 전시장을 가득 채우고도 자리가 좁았는지 평소에 쓰지 않던 공간까지도 작품들로 가득 차 있었다. 작품을 들러 보고 난 다음 방명록에 “발전하는 모습에 찬사를 보냅니다” 라고 썼다. 옆에서 물끄러미 바라보던 이가 “원장님! 반갑습니다”라며 인사를 건넸다. 통성명을 하고 보니 전시장 밖 야외에서 조각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 또 다른 작가였다.

뜻밖에도 작가와 함께 걸으며 작품을 감상하는 호사를 누렸다. 그 많은 작품 중 유난히 눈길을 끄는 것이 있었다. 조각을 볼 줄은 모르지만, 높은 작품성과 정성이 보통은 넘어 보이는 작품이었다. 그 앞에 기록된 제작년도는 놀랍게도 2005년이었다.

그 작가는 당진에서 태어나 우리나라 미술계의 최고봉인 H대학을 어려운 형편을 이겨내고 졸업했다. 지금은 전업 작가로 활동하지만 수입이 신통치 않다고 한다. 부업으로 대학에 강의도 나가지만 현상유지가 어렵고 상당한 부채가 창작활동을 짓누르는 모양이다. 그러한 애로사항을 가진 작가가 어디 한 둘이랴. 작품 앞에서 문화원장으로서 어깨가 무거웠다. 10월이면 수많은 작품전시회가 개최되는데 그 많은 작품 중 몇 점이나 팔리는지 더욱 궁금했다.

지독한 가난과 병마와 고독을 이겨낸 예술가 중에 훌륭한 작품을 생산한 작가들이 많다. 그러다 보니 훌륭한 작품은 배가 고파야 나온다는 말도 있을 정도다. 고흐도 생전에 그림 한 점 팔지 못해 매번 동생 테오에게 생활비를 얻어 썼다고 한다. 그 외에도 많은 작가들 역시 이와 비슷한 빈곤 속에서 일생을 보내다가 살아생전 빛을 보지 못하는 작가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간혹 작가의 작품성 보다는 관직이나 단체장의 명성을 보고 인정받는 작가도 있다. 작품성보다 유명세로 돈벌이 하는 작가의 예일 것이다.

작가는 태어날 때부터 재능이 있는 사람도 있고 무수한 역경과 질곡을 넘어 경지에 오르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전업으로 하든, 취미로 하든 상당한 재료비는 말할 것도 없다. 작가의 열정을 생각한다면 그림 한 점, 작품 한 점을 그냥(공짜) 달라는 말을 쉽게 하지 못할 것이다. 같은 작품이라도 10만 원에 산다면 그 만큼의 가치가 있을 것이고, 100만 원에 사면 또 그에 맞는 가치가 될 것이다. 즉 작품에 들어간 재료비만 보려고 들지 말고 그 작가의 고뇌까지 봐달라는 말이다. 작품은 작품으로서 정당한 값을 쳐주고 사야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전시장에서 값이 궁금하면 언제라도 물어 보면된다. 작가마다 호당 가격을 인정해주는 제도가 있느니 증빙서류를 요구해도 결례가 되지 않는다. 작가를 대신해서 작품을 설명하고 거래를 알선해 주는 일은 통상 큐레이터가 하는 일이다. 큐레이터가 없는 소규모 전시장에서는 작가에게 직접 물어보면 된다. 작품에 대한 이해를 원한다면 직접 대화를 요구하거니 연락하면 전시회를 여는 작가에게 또 다른 보람일 것이다.

나는 전시장에서 작가와 부딪히면 언제라도 물어 본다. 몇 점이나 나갔는지. 아무 말 없이 쓴 웃음이 대답의 전부인 경우가 많다. 당진 전시에서는 팔리지 않던 작품을 서울 인사동이나 다른 지역에 가서 전시를 하면 많이 팔고 오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더러 다른 시·군 사람들은 당진에 대해 ‘부자동네’라고 말한다.

그런데 왜 ‘부자동네’ 당진에서는 미술품이 잘 팔리지 않는 걸까. 대기업이 들어와 있고, 넓은 땅을 소유한 부자들이 많은 당진이 아니던가.

이제 당진은 서해안시대를 선도하는 해양 도시답게 문화수준도 높아져야 한다. 작가들이 많은 돈을 번다기보다 최소한 작품 활동을 지속할 수 있을 정도의 수입이라도 되는 도시가 되었으면 좋겠다. 여유 있는 시민이 배고픈 작가와 자매결연을 맺어 후원하는 도시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사집이나 개업집, 생일에 초대받아 갈 때 미술품을 사서 선물하는 사회분위기가 조성됐으면 좋겠다. 또한 작가의 작품을 중개해 주는 거래시장이 조성되면 금상첨화겠다.

충북 청주에 있는 앙성온천을 다녀온 적이 있다. 조그마한 면 단위 시골마을인데도 그곳에는 골동품 경매장이 있어 전국의 골동품 상인이나 관광객이 몰려들고 있다. 당진은 이미 문화예술 수준이 상당히 발전한 만큼 당진에서도 미술품 시장이 있어 전국에서 애호가나 거래상이 몰려오게 되는 날을 기대해 본다. 예술은 사고팔아야 한다. 공짜예술은 없을 뿐만 아니라 있어서도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