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장 시장이 취임 후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당진형 주민자치가 당진시의회의 반대에 부딪쳐 좌초될 위기에 처해 있다. 전국적으로 ‘실질적 주민자치 실현’이라는 큰 기대를 받으면서 많은 관심을 끌었는데 시작한 지 1년도 안돼 포기하게 되었으니 당진이 전국적으로 망신만 당하게 생겼다.
지난해 12월 21일 당진시의회는 ‘주민자치협의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가 제정된 지 1년도 안 돼 전면 개정하고 주민자치위원회로 되돌려 놨다. 당진시의회는 주민자치협의회에 대해 “관련 조례가 상위법에 위배된다”, “지역주민 간 갈등을 조장한다”, “지역 개발사업 추진에 장애가 된다”면서 폐기해 버렸다.
하지만 지역주민들은 당진시의회의 주민자치협의회 조례 개정에 대해 “주민자치협의회가 의원들 권한과 권위를 침해하는 것이라 못마땅해서 없애버린 것이다”, “당진시장과 갈등이 있고 당이 다르니까 몽니를 부리는 것이다”라고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이 더 많다.
지난 2014년 12월에 제정된 주민자치협의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가 상위법에 위반된다는 주장에는 문제가 있다. 상위법에 명시가 되어 있지 않을 뿐 지방자치의 근본취지를 규정하는 지방자치법에 있는 목적과 취지에 부합하고, 상위법에 없는 부분을 보완하는 조례제정이라는 측면에서 부적합하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그리고 당진시의회에서 문제시 하는 특별법상의 주민자치회 기능을 부여한 점도 시민의 권한을 제한한 것이 아니라 행정의 권한을 위임한 사항이라 문제될 것이 없다. 또한 당진시의회 스스로가 조례 제정 시 특별법과 상충되는 것을 문제 삼아 주민자치협의회라고 명칭을 달리 사용하는 방법으로 상위법 위반을 피하도록 했다.
주민 간 갈등에 대한 문제도 대화와 타협의 기술이 부족해서 생긴 것이거나 운영상의 문제로 발생된 것으로, 어차피 다른 모습으로 갈등이 표출됐을 내용들이지 주민자치협의회의 폐단으로 지적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주민들의 반대로 공장이나 축사를 짓지 못해서 지역개발에 문제가 된다고 주장하는 것도 주민자치협의회가 아니더라도 지역주민들이 들고 나왔을 문제들이다. 주민자치협의회가 만들어졌기 때문에 생긴 민원이 절대 아니라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당진시의회가 내세운 주민자치협의회 조례 개정 사유는 핑계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물론 주민자치협의회 조례나 운영에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니지만 현재 문제는 소통에 있다. 이런 사태를 빚은 데에는 의회뿐만 아니라 당진시에게도 책임이 많이 있다. 조례 제정이나 주민자치협의회 운영 전에 충분한 준비가 없었으며, 책임지고 리드해야 할 읍·면·동장이나 읍·면·동 담당공무원들의 이해부족과 운영미숙이 많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김홍장 당진시장이 시의회와 소통이 부족했던 점이 큰 문제였다고 생각한다. 주민자치협의회 운영이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이라면 김 시장은 의지를 갖고 어떻게 해서든지 의회를 설득했어야 했고, 정말 추진의지가 확실하다면 전면 개정의결 뒤에는 재의를 요구했어야 한다.
주민자치는 시대적 요구다. 그래서 정부에서도 지방발전특별법을 제정해 31개 지자체를 시범지역으로 선정, 주민자치회를 운영하고 있고 국회에 입법을 요구한 상태다. 당진시가 좀 더 앞서 나간다고 잘못될 것이 전혀 없고 오히려 장려해야할 일이며, 이미 당진시보다 더 선진적으로 주민자치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는 지자체들이 많이 있다.
지금 개정된 주민자치위원회 조례는 오로지 주민자치센터 운영을 위한 것으로, 주민자치센터 운영을 위해 유명무실한 주민자치위원회를 운영하겠다는 것에 불과하다.
지방자치와 주민자치의 기초가 되는 당진시의회가 정말로 시민들이 무엇을 바라는지, 정말로 주민자치가 시대적 요구인지 살펴보고 대의적 차원에서 하루 빨리 조례를 다시 개정하길 기대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