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에 노란 나비가 찾아왔다. 나비가 날개 짓을 하자 시민들 가슴 구석구석에 따뜻한 바람이 불었다. 작은 움직임은 이내 큰 물결을 만들었고 1029명의 추진위원과 34개의 시민·사회단체 그리고 시민들이 평화의 소녀상 건립에 손을 모았다. 그렇게 전국에서 39번째이자 충남에서 3번째로 당진종합버스터미널 앞 광장에 지난 3월 1일, 당진 평화의 소녀상이 건립됐다.
당진, 노란 물결 일다
지난 1일 당진에 노란 물결이 일었다.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이 열린 종합버스터미널 앞 광장으로 모인 시민들 손에 노란 풍선이 하나씩 들렸다. 풍선에는 “할머니 오래오래 사세요”, “이젠 편히 쉬세요”, “감사합니다” 등의 시민들의 염원이 담겼다. 이 풍선은 제막과 함께 하늘로 오르며 먼저 떠난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를 향해 날아갔다.
가수 김장훈 당진 방문 약속 지켜
3월 1일에 맞춰 진행된 평화의 소녀상 건립 제막식은 당진예술소년소녀합창단의 평화의 노래공연을 식전 행사로 시작됐다. 이어 당진어울림여성회 소속 이영희 회원과 그의 딸 이시언 어린이가 할머니께 보내는 편지 낭독과 본 행사가 진행됐다.
한편 지난 1월 26일 평화의 소녀상 건립 기금 마련을 위한 콘서트 무대에 섰던 가수 김장훈 씨가 평화의 소녀상 건립 제막식에 당진을 재방문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며 이날 함께 했다. 김장훈 씨는 “참으로 감동적인 날”이라며 “많은 시민들이 평화의 소녀상 제막에 함께한 모습을 보고 나 또한 힘을 얻었다”고 전했다.
소녀상이 세워지기까지
한편 당진에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지기까지 8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지난해 9월 당진어울림여성회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 윤미향 대표의 강연을 시작으로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위한 추진 준비 위원회’를 구성했다.
이들은 시민들과 뜻을 더하고자 아파트 및 부녀회, 복지관 등을 돌기 시작했다. 그 후 지역사회에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제안하며 본격적인 움직임이 일기 시작했다. 추진위원회를 폭넓게 구성하며 여러 차례 준비회의를 거쳤고 발족식과 함께 음악회까지 개최했다.
그 후 지역 출신 조각가인 배효남 작가가 소녀상 제작을 맡았으며 당진시의 협조로 당진종합버스터미널 일원에 건립키로 하고 제막까지 이뤄졌다.
당진 평화의 소녀상 건립 추진위원회 김진숙 사무국장은 “건립이 끝이 아닌 소녀상을 보고 많은 시민들이 보고 지난 역사를 생각해 볼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평화의 소녀상, 시민운동으로 번져
한편 평화의 소녀상 건립은 범시민운동으로 번졌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여성단체인 어울림여성회에서 시작돼 이명남 상임대표를 필두로 한 추진위가 구성됐으며 1만 원 이상의 후원금을 전한 시민 추진위원 1029명과 34개의 사회단체가 참여했다.
여기에는 33명의 일본인이 뜻을 함께 모으기도 했다. 콘서트와 각종 홍보 활동을 통해 추진위는 6142만 원을 모으며 당초 목표 모금액을 달성하기에 이르렀다. 추진위 이준섭 집행위원장은 “많은 시민들이 함께 해 줘 감사하다”며 “소녀상 건립으로 잊혀져 있던 일본군 위안부를 기억하고, 우리의 민족성을 다시 살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미니인터뷰 이명남 추진위 상임대표
“일본군 위안부 문제, 잊어서는 안 돼”
당진 평화의 소녀상 건립 추진위원회 이명남 상임대표는 “3월 1일 뜻깊은 날에 시민들이 소녀상 제막을 축하해 주기 위해 모였다”며 감사함을 전했다. 이어 “결국 작은 물방울이 모여 오늘과 같은 거대한 힘을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이 상임대표는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해결했다고 하는데 현실을 보면 후퇴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자꾸만 할머니들을 잊으라고 하는데 잊을 수 없는 일이며 우리가 앞으로도 잊지 않고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니인터뷰 배효남 작가
“과거 아픔 극복한 소녀의 모습 표현”
평화의 소녀상 건립에 재능을 기부한 배효남 작가는 “뜻 깊은 기회에 함께 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하다”며 “평화의 소녀상을 떠올리면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슬픔과 아픔을 연상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 떠오르는 기억에 지역 풍토성을 더해 기존 의미에서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예술성을 더했다”고 덧붙였다. “소녀가 팔을 벌리고 서 있는 모습은 과거의 아픔을 극복하고 자유로운 영혼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입니다. 또한 날개를 펴고 있는 새는 평화와 자유를 상징하며 지상과 천상의 매개체 역할을 하죠. 바닥의 물방울 파장은 미래세대까지 민족의 아픔과 슬픔, 역사적 교훈 전달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께
1년 전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한 분께서 운명하시면서 50분도 채 남아계시지 않다는 기사를 접하고 마음 한 구석이 답답해졌던 기억이 나요. 그래서였나 봐요. 친구들과 함께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어요. 그리곤 8월 14일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에 저희는 아이들과 함께 천안 ‘망향의 동산’을 찾았어요. 제겐 낯선 곳이었어요. 다른 사람들도 모두 슬퍼 보였어요. 저는 왜 그리 슬퍼 보이는지 궁금해서 엄마에게 여쭤 보았어요. 엄마는 절 가만히 보시더니 “여기 묻혀 계신 할머니들 중에는 네 나이랑 같은 12살 소녀 때에 많이 힘들고 슬픈 일을 겪으셨어”라고 말씀 하셨어요. 이해는 못했지만 엄마 눈이 슬펐던 것이 기억나요. 그리곤 엄마와 이모들께서 ‘평화 나비 팔찌 만들기’ 부스 운영을 하시면서 평화의 소녀상 모금 운동을 하셨고 저도 함께 다니면서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알게 됐어요. 그래서 용돈을 모아 추진위원회 가입도 했어요. 할머니를 만나 뵌 적은 없지만 왠지 저희 할머니처럼 가까운 사이가 된 것 같아요. 지금 할머니들은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바쁘다고 들었어요. 감사드리고 저희도 이렇게 응원하고 마음을 보낼게요. 꼭 할머니를 언젠가는 만나 뵙고 싶어요. 할머니 오래오래 사세요. 사랑해요요. - 엄마 이영희·딸 이시언 올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