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장 당진시장이 승부수를 띄웠다. 당진에코파워 등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계획 철회를 요구하며 김 시장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단식농성을 벌이다 농성 7일째 되던 지난달 26일 탈진·탈수 증세 악화로 실신해 병원에 이송됐다. 병원에 입원한 김 시장은 현재 회복을 위해 안정을 취하고 있다.

당진시 송전선로·석탄화력 저지 범시민대책위원회 황성렬 집행위원장과 김홍장 시장은 지난달 20일부터 26일까지 광화문광장에서 단식농성을 벌였다. 농성 7일 동안 수많은 시민들이 현장을 방문해 이들을 응원하며, 힘을 보탰다.

당진시의회 이종윤 의장을 비롯한 시의원들과 당진지역 시민사회단체 회원들, 출향인들을 비롯해 전국환경단체에서도 당진의 투쟁에 대해 지지에 나서며, SNS를 통해 국민들의 관심과 성원을 호소했다.

뿐만 아니라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물론이고 박원순 서울시장과 서울지역 구청장, 복기왕 아산시장, 제종길 안산시장 등 여러 자치단체장들과 어기구 국회의원을 비롯한 추미애·송영길·박완주·김종민·유동수·문미옥·유은혜 국회의원까지 굵직한 정치인들이 단식농성장을 찾았다.

특히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지난달 23일 단식농성 현장을 찾아 “석탄화력발전소 중단은 충남 아닌 대한민국의 요구”라고 격려했으며, 박원순 서울시장도 지난달 25일 농성현장을 방문해 “당진에서 생산되는 전기가 수도권으로 공급되고 있는데, 환경문제에 대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수도권 광역·기초자치단체들과 함께 석탄화력발전소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태양이 작열하는 여름의 한복판에서 내리쬐는 햇볕과 아스팔트 복사열 속에 김 시장이 쉽지 않은 결단을 내렸던 것은 그만큼 절박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당초 당진에코파워 전원개발실시계획을 지난달 28일 이내로 승인할 계획이었다. 지난 2011년 확정된 공유수면매립 기본계획에 석문면 교로리 일원 당진에코파워 건설 부지가 포함됐지만, 계획 확정 이후 5년 내로 전원개발실시계획 승인을 받지 못하면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그 마지노선이 7월 28일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19일 열린 해양수산부 중앙연안관리심의위원회는 당진에코파워가 신설될 석문면 교로리 일원 당진에코파워 부지를 공유수면매립 기본계획에 다시 반영하면서 전원개발실시계획 승인 시점도 연장됐다. 당초 당진시가 주장한 대로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계획이 전면 철회된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시간을 벌게 된 셈이다.

단식투쟁, 발전소 문제 공론화 계기

김 시장은 단식농성에 들어가기 하루 앞서 승인 계획이 미뤄졌음을 사전에 인지하기는 했지만 ‘물 들어와 왔을 때 노를 저어야 한다’는 말처럼 현안이 떠오르기 시작했을 때 전국적인 이슈로 만들고, 정부에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기 위해 단식농성을 강행했다. 미세먼지 등 한반도 대기오염이 심각하다는 지적과 함께, 그 주범으로 석탄화력발전소가 지목된데다, 당진에코파워 건설이 추진되는 상황이 잇따라 이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충남 석탄화력발전소 ‘치명적’

지난 6월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국내 연구진과 함께 한반도 대기질 측정했다. 지상 700m 상공에서 대기질을 측정한 결과, 서울보다 충남지역의 아황산가스가 최고 두 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황산가스는 대기 중에서 미세먼지로 변하는 물질로, 연구진은 충남지역에 집중된 화력발전소와 정유시설이 미세먼지 유발 원인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감사원이 지난 5월 내놓은 수도권 대기환경 개선사업 추진실태에 대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충남 지역의 석탄화력발전소는 수도권 초미세먼지(PM2.5)에 최대 28%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석탄화력발전소가 밀집한 충남 지역은 수도권과 바로 연접해 있어 수도권 대기환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환경부 등 관계 부처에서 수도권 대기환경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충남도 소재 화력발전소 등에 대한 관리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국제환경기구인 그린피스 역시 충남 지역에서 건설 중이거나 건설이 예정된 석탄화력발전소로 인해 매년 750명의 추가 조기사망자가 발생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특히 당진지역에서만 매년 300명의 조기사망자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연구 결과에 현재 가동 중인 발전소 피해는 포함돼 있지 않아 석탄화력발전소 및 미세먼지로 인한 피해는 훨씬 더 클 것으로 예상돼 왔다.

뿐만 아니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도 한국이 대기오염에 제대로 대처하지 않으면 앞으로 40년 후 2060년에는 OECD 회원국 중 대기오염으로 인한 조기사망률이 가장 높고 경제적 피해도 가장 클 것으로 예상했다.

진보·보수 단체 막론하고 참여

이처럼 미세먼지와 석탄화력발전소 문제가 이슈로 떠오른데다, 북당진변환소 건축 관련 소송과 송전선로로 인한 시민들의 피해가 이어지면서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는 계속해서 커져갔다. 하지만 당진지역 시민들의 힘만으로는 정부의 전원개발 및 전기사업 관련 정책을 바꾸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석탄화력발전소와 송전선로 문제가 비단 지역만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는 전방위적인 노력이 필요했다. 지난달 7일 어기구 국회의원을 비롯한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9명이 당진을 방문한 데 이어, 김홍장 당진시장의 광화문광장 단식농성은 이 문제를 공론화 하고, 전국 지자체장과 국회의원, 언론매체 등에 알려야만 한다는 절박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김 시장의 단식농성은 절반의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되고 있다. 시민들은 “시장이 뙤약볕에 단식투쟁을 할 정도”라며 문제에 관심을 가졌고, 지역 내 종교계와 진보·보수단체 할 것 없이 광화문 농성장을 방문해 석탄화력발전소 추가 증설을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높였다. 일각에서는 “1997년 유공 석유화학단지가 석문산단에 입주하는 것을 두고 범군민 차원에서 반대의 뜻을 모았던 이후 정치권과 시민들의 뜻이 하나로 뭉쳐진 것은 최근 들어 처음 있는 일”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당진에코파워 석탄화력발전소 증설 계획이 모두 철회된 것이 아닌 만큼 “긴장의 끈을 늦추지 말고 계속해서 시민들의 뜻을 모으는 한편, 다시 긴 싸움을 준비해야 할 때”라는 의견도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