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금구/본지 객원기자

합덕대건노인대학장

(0457)363-1991

신현진(합덕읍 성동리)

‘마음이 지척이면 천리도 지척’

-세아들 박사로 키워낸 어머니의 자식 그리는 마음-

조선왕조를 세운 이성계가 고려왕 신우를 무너뜨리기 8년전에 함경남도 안변땅에 머물고 있었다.

어느날 밤 꿈을 꾸었는데 내용이 심상치 않았다. 일만여 집에 있는 닭들이 일제히 울기 시작하더니 다시 일천 집에서 다듬이질 소리가 들려오고 자신은 부서진 집에 들어가 서까래 셋을 등에 지고 나왔다. 그때 어지럽게 꽃이 떨어지고 거울이 땅에 떨어져 박살나는 바람에 꿈에서 깨어났다.

이성계는 이 꿈의 길흉이 몹시 신경 쓰이는지라 가까운 곳에 있는 점쟁이 노파를 찾아가 꿈풀이를 부탁했다. 노파는 자기가 잘 알지 못하므로 이곳에서 5리 떨어진 설봉산 토굴을 찾아가면 이름난 고승이 있으니 그 스님에게 물어 보라고 하였다.

이성계는 설봉산을 찾아가 그 스님께 꿈풀이를 부탁했다. “그 꿈은 장차 군주가 될 징험입니다.” 즉 일만이나 되는 닭들이 한꺼번에 ‘꼬끼오’(高貴位)하고 운 것은 장차 높은 자리에 올라가는 것을 뜻하며, 일천집의 다듬이질 소리는 가까운 장래에 그렇게 된다는 뜻이라. 또한 꽃이 떨어지면 반드시 열매를 맺게 되는 것이며, 거울이 땅에 떨어지면 사람들이 깜짝 놀라 돌아보게 되며, 서까래 셋을 등에 짊어졌다는 것은 왕(王)을 나타낸다고 풀이했다. 꽃이나 거울 그리고 서까래의 상서로운 징험은 모두 왕업을 나타내는 것이므로 함부로 입밖에 내선 안된다고 못을 박았다.

그 스님의 이름이 무학으로 후일 이성계의 왕사(王師)가 된다. TV드라마 “용의 눈물”에 무학대사가 등장하는데 이런 까닭이 이성계와 있었던 것을 상기시켜 보면 역사의 뒤안길에 나도 함께 있음을 맛볼 것이다.

“한사람의 훌륭한 어머니는 백사람의 선생과 맞먹는다.”(교육학자 헤르바르트)

우리의 핏줄기 속에는 부모의 혼이 깃들이고, 나의 생명 속에는 조부모의 얼이 담겨있고 우리의 존재 속에는 조상의 넋이 숨쉬고 있다. 아버지의 태산보다 큰 은혜와 어머니의 바다보다도 깊은 사랑속에서 우리는 양육되고 성장하였으므로 나는 나의 부모의 분신(分身)인 것이다.

몇몇의 젊은 사람들이 부모에 대한 효를 잊어버리고 패륜적 행동을 일삼고 물질에만 전 생명을 거는 삶을 볼 때 안타까운 심정을 넘어 분노마저 느끼는 것이다.

물질은 다만 공간속에 존재할 뿐이고 운동과 변화만이 있는 것이다. 물질은 물질적 변화와 화학적 변화속에서 존재하며 물질을 아무리 연장하고 아무리 축적하여도 생명의 차원에 도달할 수 없다. 물질은 다만 물질일 뿐이다.

우리들은 뜻을 세워야 한다. 신념을 갖고 전력을 다하면 성공을 할 수 있으며 성공은 결코 우연과 요행의 산물이 아닌 것이다. 성공은 피와 눈물과 땀으로 쟁취하는 것이다. 뜻이 확고하지 못하고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신념이 없으면 실패하는 것이다.

신현진씨!

불경에 어머니 은혜에 대해서 1)아이를 잉태하여 열달동안 온 정성을 기울여 지키고 보호해 준 은혜 2)해산할 때 괴로움을 겪는 은혜 3)자식을 낳고 모든 근심을 잊은 은혜 4)입에 쓴 음식은 삼키고 단 음식만 아기에게 먹여주는 은혜 5)마른자리 고은자리 아이 눕히고 젖은 자리에 눕는 은혜 6)때 맞추어 젖을 먹여 길러준 은혜 7)똥, 오줌 가려 더러운 것을 빨아 주는 은혜 8)자식이 먼 길을 떠나면 생각하고 염려하는 은혜 9)자식을 위해 나쁜 일 하는 은혜 10)늙어 죽을 때까지 자식을 사랑해 주는 은혜.

어느 부모인들 자식에게 소홀히 하는 부모 있으련만 신현진씨도 7남매를 낳아 기르면서 층층시하 시부모를 뫼시고 있는 맏며느리로서 그 어려움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금년 고희를 맞으면서 금혼(결혼 50주년)을 맞는 신현진씨의 감회, 깊숙한 곳에서 스며나오는 애환을 누가 짐작이나 하겠는가. 다행한 일은 연년생인 7남매가 우의가 퍽 좋았다.

중국에서는 이런 형제간의 우의를 가리켜 안행(雁行)이라고 한다. 즉 기러기가 질서 정연하게 줄지어 날고 있는 모습과 같다고 해서 붙인 것이다.(예기에 나옴)

신현진씨의 남다른 자식사랑에 힘을 얻은 7남매들 또한 총명하여 아들 4형제중 3명이 박사가 되었다. 맏아들 표시열씨는 행정학박사로 고려대학교의 학장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둘째 표교열씨는 문학박사로(동양사 전공) 한림대학의 교수로 금년에 미국 하버드대학의 교환교수로 강의를 하고 있으며, 막내 표형찬씨는 의학박사로 서울에서 개업의이다.

경제적으로나 무엇으로나 남에게 아쉬울 것 없는 신현진씨도 고희에 이른 지금 마음 한구석에 섭섭하고 아쉬운 것이 있다. 셋째 표일찬씨는 남편(표대영)과 의논하여 농사일을 맡기려고 농업고등학교에 진학을 시켰다.

그런데 부모의 뜻과는 관계없이 독자적으로 대학에 진학해서 서울에서 고등학교 교편을 잡은 것이다. 그럴바에야 저 하고 싶은 공부를 시켜 다른 형제들과 같이 박사과정까지 마쳐주지 못한 것이 한스럽고 미안함을 금할 수 없다고 말씀한다.

이웃에서 3박사 낳았으니 큰 잔치라도 벌이겠다고 하였으나 이런 탓으로 말렸다고 지난 얘기를 들려준다. 우리 속담에 “마음이 지척이면 천리도 지척이다.”라고 했다. 고희를 맞는 신현진씨는 서울과 타 도회지에 있는 아들 딸들에게 항상 마음을 쏟고 있다. 천리에 있는 자식들도 지척으로 생각하면서.... 우리 어버이들의 표본적인 어버이의 마음을 보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