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금구/본지 객원기자

합덕대건노인대학장

(0457)363-1991

안 필 원 / 트레일러 차주기사 한보철강 체불운송비 대책위 총무

“운전석에서 새우잠자가며 번 돈인데...

할부금, 아이들 학비 누가 다 채임집니까”

의회민주주의의 특징중 하나가 기회주의와 적당주의를 배제하는 것이다. 한보철강의 당진

공장! 3조9천억원의 자금의 특혜, 자금운영상의 비리, 자금지원의 배후관계등 국회에서 철저

하게 가려내어 무수하게 떠돌아다니는 낭설을 잠재워야 될 것이다.

한보철강의 부도사태는 당진지역의 주민들에게는 더욱 파장이 커 회오리 속에서 벗어나기

를 갈망하고 있다. 아주 영세 소시민들이기에 당장의 생계의 위협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리스신화에 미라스왕은 그의 선생이자 양부인 디오니소스에 무엇이든 자기의 손이 닿는

것은 금으로 변하도록 해달라고 청하였다. 미라스는 그런 능력을 얻어 시험해본다. 참나무가

지를 꺾자 그것이 손 안에서 금으로 변하는 것을 보고 미라스는 자기 눈을 의심할 정도였

다. 돌을 들어보니 금으로 변하고, 잔디에 손을 대니 그것도 마찬가지였다. 사과나무에서 사

과를 하나 따니 그것도 역시 마찬가지로 금사과로 변했다. 미라스는 뛸듯이 기뻐했다. 집에

서는 하인들에게 훌륭한 음식을 장만하라고 분부하였다. 빵에 손을 대니 단단해져서 깜짝

놀랐는데 그 한조각을 입술에 대니 이가 들어가지 않았다. 술을 한잔 마시니 금이 녹아서

목구멍을 내려가는 것 같았다. 이런 예기치 못한 고통에 크게 놀란 미라스 왕은 모든 것을

금으로 변하게 하는 자기능력을 떨쳐 내려고 노력하였다. 갈망하여 얻은 선물을 증오하였다.

그러나 아무리 하여도 그 능력을 떨쳐낼 수는 없었으므로 결국에는 굶어 죽을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미라스는 온통 금으로 빛나는 팔을 들고 이 황금의 재앙으로 부터 구원해 주십

사고 디오니소스에게 애걸한다.

한보그룹의 회장도 디오니소스 선생에게 황금의 마법에서 풀어 달라고 호소하였다면 이처

럼 엄청난 사회의 혼란을 야기하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기왕에 여기까지 도달했으니

수서(水西)사건 때와 같이 어물쩡 넘어가지 말 것을 바랄 뿐이다.

옛부터 재승박덕(才勝薄德)이라고 하였다. 재주가 뛰어난 사람은 덕이 부족하여 실패하는

일이 많으므로 인간은 재덕을 함께 갖추어야 큰 일을 할 수 있고 큰 인물이 될수 있는 것이

다.

미국의 자동차 왕 헨리포드는 “스스로 장작을 패라! 그러면 이중(二重)으로 뜨거워진다”

고 하였다. 이 땅의 모든 졸부들은 귀담아 들을 명언인 것이다. 회사의 최고 경영자가 해야

할 일은 오직 하나뿐이다. 회사의 장래구상을 명확하게 세우는 것이다. “서기 2천년대에는

어떠한 회사가 되어있을까”하고 물었을 때 중역진으로부터 평사원에 이르기까지 똑같은 답

변이 나올 수 있는 회사로 키우면 된다고 본다.

안필원씨!

한보철강공장 정문에서 대형트레일러차들이 줄지어 며칠째 움직이지 못하고 서 있다. “잠

못자며 운반한 철근운임 보장하라” “다 죽는다 개인 차주”라고 쓴 걸개를 걸어 놓았다.

작년 11월부터 한보철강에서 운임을 못 받고 있는 개인 차주 3백여명들의 눈물겨운 장면이

다.

안필원씨는 개인차주대책위의 총무를 맡고 있는 차주기사로서 한보철강의 처분을 기다리며

영하의 추위와 매서운 바다 바람을 맞아가면서 밤, 낮으로 거대한 공장건물을 응시하며 서

있다.

“한마디로 말해 한보철강과 우리 개인 차주기사들은 잘못된 만남의 악연을 연출하고 있는

것입니다. 반평도 못되는 운전석에서 담요 한장으로 새우잠을 자 가면서 철근을 운반한 3백

여명의 개인차주 기사들인데 작년 11월부터 운임을 못 받고 있습니다. 각 차마다 차이는 있

지만 7천만원에서 1억원까지의 할부금은 누가 어떻게 갚아 나갑니까? 대개 매월 2백만원씩

의 할부금을 3개월째 못내고 있으니 우리차가 아니라 약정상 남의 차가 된 것입니다. 또 차

를 할부로 구입하기 위해 3명의 보증을 세웠는데 그 보증인들에게 채무변제 통지서가 송달

되니 그분들이 무슨 죄가 있습니까. 가족들의 먹거리도 문제이지만 자녀들의 학자금 등록기

인데...”

말 끝을 맺지 못하는 안필원씨이다.

안필원씨와 3백여명의 개인차주기사들은 한보철강과 직접적인 물류유통계약을 맺은 것은

아니다. 한보그룹 계열사인 한보관광의 운송사업부와 개인차주 기사들이 소속된 회사와 운

송계약을 맺고 한보철강의 철근을 운반해 준 것이다. 그런데 한보철강회사의 부도사태로 운

임을 책임지고 해결 할 회사가 없어진 데에 큰 문제가 야기된 것이다. 모든 회사들이 한보

철강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개인차주 기사들은 대책위를 구성하고 철

근을 생산하고 그 철근을 운송하여 준 한보철강회사와 대화의 장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싸우는 부부는 쉽게 헤어지지 않아도 싸우지 않는 부부는 쉽게 헤어지는 것이다. 싸우면서

자란 형제간의 우애가 더 두터워지는 것은 이야기 중에 분명 사랑이 묻어가고 묻어 오기 때

문인 것이다.

한보철강 회사측과 안필원씨의 개인차주 대책위간에 여러차례의 대화가 오고가다가 한보철

강측에서 운임은 철근으로라도 대불해 주겠다고 약속을 받아냈으나 철강회사의 내부 사원들

간의 의견차로 약속마저 흐지부지 된 상태로 원점을 맴돌고 있다. 한보철강 정문에서 질서

정연하게 도열된 트레일러중에는 앵코(기름이 없음)되어 차를 움직일 수 없는 차들도 수십

대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3백여대의 체불된 운송비는 약 10억원 정도라고 하는데 개인차주

기사들은 총액은 확실한 답을 못한다. 각자들의 회사에서 알 뿐이다.

개인차주 기사들은 불안정된 마음으로 각자 우왕좌왕들 하고 있다. 강력한 어떤 힘이 뒤에

서 지탱해주고 명령을 받고 하는 일이 없다. 하루 속히 국가에서 대책을 마련해서 당장 생

계의 위험을 느끼는 이들에게 저 거대한 트레일러가 붕붕거리며 달릴 수 있도록 해야할 것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