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금구/본지 객원기자

합덕대건노인대학장

(0457)363-1991

전정만(신평면 초대리)

권력도, 재물도 큰 강의 역사를 만들진 못한다

설! 고향! 객지에 터전을 이루고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는 마음의 고향으로, 추억속에

고향으로 남고 있음을 느낀다. 즐거움이, 괴로움이 함께 어우러져 나를 키워낸 고향! 그 고

향에는 내 조부모의 혼백이 묻혀있고 늙으신 내 부모님이 살아계시는 내 고향! 나의 집!

세계의 모든 나라, 모든 사람이 애창하는 ‘홈 스위트 홈’의 작자 죤 하워드펜은 한번도

가정을 가져본 일이 없었다. 그가 이 노래를 지은 것은 프랑스 파리에서 글자 그대로 돈 한

푼 없는 가난한 신세에 놓여있을 때였다. 그는 평생토록 아내를 얻지 않았고 집도 가지지

않은 채 지구위를 바람처럼 헤매여 다녔다.

1851년 봄날 그는 사랑하는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남겼다. “참으

로 이상한 이야기가 되겠지만 세계의 모든 사람들에게 가장 큰 기쁨을 자랑스럽게 노래한

나 자신은 정말이지 아직껏 내집이라는 맛을 모르고 지냈으며 앞으로도 맛보지 못할 것 같

소” 그는 이 편지를 쓴지 1년뒤 아프리카 튀니지의 어느 길거리에 쓰러져 이 세상을 떠났

던 것이다. 정말 이율배반적인 이야기다. 한번도 가정을 가져보지 못한 사람이 지은 노래가

세계의 모든 사람이 즐겨 부르는 노래가 될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것은 아마도 가정을 가져보지 못한 사람이기 때문에 오히려 가정에 대한 뜨거운 사랑을

노래할 수 있었는지 모른다. 고향을 등지고 살고있는 사람들이 고향의 향수를 떨치지 못하

고 행렬을 이루고 떠나오는 설날 귀향길과 같이!

내 고향 당진땅! 자연과 인심이, 그리고 물질이 풍요롭던 땅! 이땅에 산업폐기물이 몰려온

다고 모두들 아우성을 쳤고, 작년에는 불가사의의 용광로가 공해물질을 토해내는 바람에 인

심을 흩어지게 만들더니 금년에는 초장부터 돈이란 놈이 방향을 잃어 착하디 착한 농민들의

밸을 뒤집어엎어 산다, 못산다 쇳물 속에서 난리를 당하고 있다. 설은 정녕 ‘설어움’의 준

말이더냐?

도가니는 금에서 쇠똥을 걸러내는 역할을 할 뿐이지 모든 것을 마구잡이로 제것으로 녹이

는 마술단지는 아닌 것이다. 공룡같은 공장은 너무나 팽배해 있어 마치 청개구리가 소와 같

이 커지려고 흉내 내다가 배가 터져버렸던 것이다. 권력에 의지하고 재물에 아첨하는 놀이

에 많은 사람들이 소용돌이에 휩싸여 정신을 잃어가고 있다.

“성공의 비결은 비록 오래 걸릴지라도 일정하고 변하지 않는 목표에 있다. 사람들이 성공

할 수 없는 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외곬로 나아가지 않았기 때문이지 성공의 길이 험악해서

가 아니다. 한마음 한뜻은 쇠를 뚫고 만물을 굴복시킬 수 있는것이다.”(디즈테일리)

전정만씨!

50년전, 그는 20대 젊음을 국방경비대에 몸을 담았다. 반쪽의 나라이지만 나라의 터전을 굳

히기 위해서였다. 경비대와 국군부대를 거치면서 많은 어려움도 죽음의 문턱도 수없이 드나

들었다. 그리고 군인이란 특수성으로 여러 곳에서 살다가 또 떠나야 하는 유랑생활을 하게

된 것이다.

전정만씨는 40대 중반에 육군대위로 만기제대를 했다. 군 수송부대에서 잔뼈가 굵어져 제

대했을 때 많은 유혹이 몰아 닥쳤다. 수송부대에서의 오랜 경력과 퇴직금에 눈독을 들인 친

지들에게서 사업을 해라, 이것을 같이 하자, 또는 자동차 정비공장을 차리면 큰 돈이 모일

텐데, 하는 것등이었다. 그러나 전정만씨는 재물에 대한 유혹을 떨쳐 버리고 고향을 가꾸기

로 결정한 것이었다. 퇴직금 쪼개어 논을 넓혔고 황소도 몇마리 샀다. 본격적인 농사에 전념

한 것이다.

전정만씨는 오랜 군대생활에서 생활철학을 터득하게 된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자기 자

신만을 위해 살고 있어 나만 편하면 되고 우리식구만 편하면 다른 집이야 어찌 되어도 좋다

는 지극히 타산적이고 편집광적인 발상은 군대생활에서는 용납치 못하는 것을 너무나 잘 알

고 있었던 것이다.

사회라는 강은 한사람 한사람의 물방울이 모여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우리는

고작 한방울의 물방울에 불과한 존재들이지만 우리모두가 힘을 합하여 강물이 되었을 때 농

사를 짓는 농부 곁으로 와 긴요하게 사용되는 농경수가 된다는 것을 그만의 생활철학으로

감지하게 된 것이다.

설날 아침, 조상들에게 차례를 지내고 전정만씨는 아들 3형제와 며느리 그리고 손자손녀들

로부터 세배를 받았다. 모든 괴로움과 노고가 한순간 사라져간다. 우리 어버이들의 현 위치

의 자화상인 것이다.

우리는 현재 최면술에 걸린 것 같은 혼미상태에서 살고 있는지 모른다. 가지각색의 도그마

(교리)가 신변에서 소용돌이치고 있는 것을 느끼면서 살고 있다. 가지각색의 정신주의적 또

는 종교적 단체에서부터 상업주의에 이르기까지 각양각색의 것이 우리마음을 안이하게 잡으

려고 그물을 치고 있다. 그것들을 과감히 밀어내고 자립하려는 마음이 현대인에게 부과된

커다란 임무인 것이다. 인간은 고민하고 방황해야 하는 것이지 그렇게 쉽사리 구원되거나

성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지금 싸워야 하는 것은 자기안에 있는 많은 적들인 것

이다.

전정만씨는 시간이 허락되는 한 면천향교에 들러 성현들의 가르침을 듣고 익히고 배우면서

마음을 갈고 단련시킨다. 내고향, 내땅을 더욱 바른 길에서 잘사는 고향땅으로 가꾸기 위해

서. 그래서 70세의 나이를 잊고 사는지 모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