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수 용(전 호서고 교사)

사랑하는 2학년 9반 여학생들에게

학생들 봄방학 즐겁게 잘 보냈겠지요. 나도 편히 지내고 있어요.

정년퇴임이란 말만 듣고 막상 퇴임을 하고 보니 허전하고 아쉬운 마음 금할길 없습니다.

지난 일년간 한문교과를 맡아 잘 가르치지도 못하고 학생들의 한문실력도 보태주지 못한 점

미안할 뿐입니다. 3학년에 올라가서는 한문과목이 없더라도 수시로 한문을 익히도록 해요.

대학에 진학하고 사회에 나가서도 필요한 때가 많을 것입니다.

어제는 학생들이 써준 편지를 한사람 한사람 전부 읽어 보았어요. 학생들을 다시 대하는듯

앉던 자리, 맑은 눈동자, 귀여운 모습들이 환하게 보였어요. 마음 같아서는 달려가 학생들의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만 퇴임한 입장에서 그럴 수도 없어요. 내가 호서고등학교를

생각할 때 나의 마지막 수업, 나의 마지막 제자들이 가장 인상깊게 남을 거예요.

22일 퇴임하는 날! 1교시에 초대하며 선물과 꽃다발, 그리고 노래를 불러주고... 학생들의

눈을 보니 전부 눈물이 고인 모습, 나도 눈물을 참느라 혼났어요. 물론 마음속으로는 눈물

흘리고요. 퇴임식장에서의 작별의 눈물, 귀여운 나의 제자들의 모습 영원히 잊지 않을 거예

요. 또 학생들의 이름도 기억할 거예요.

이제는 3학년이 되어 새로운 과목, 새로운 선생님들과 재미있게 공부하고 좋은 대학, 목표

한 대학에 전원 진학하도록 해요. 내년 겨울방학때 학교에 찾아가 교무실에 게시한 합격자

명단을 하나 하나 살펴보고 축하하겠어요.

끝으로 사랑하는 2학년 9반 여학생들 만날 기회가 있겠지요. 읍내거리에서 만나면 반갑게

인사해 주어요 상록문화제때 서예전시도 봐주면 좋겠고, 체육대회날 찾아가서 뛰는 모습도

보고 싶어요. 그리고 스승의 날 혹 편지하고 싶으면 해줘요. 주소는 서울이 아니고, 알겠지

요?

생각을 떠올리는 마음 어수선하고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아 이만 줄이기로 하고 학생들 열심

히 공부하기 바라겠어요. 안녕...

1997년 2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