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정유증설은 ‘살지 말라는 얘기’
“난지도 주민 모두 실업자가 돼버렸지요”
대산공단에서 배출된 폐수로 어장피해를 입어 생존위기에 직면해있던 난지도 주민들이 대산3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지 5년째 접어들고 있다. 어렵게 뱃길을 건너 한달에도 서너차례씩이나 서울법원을 오르내렸던 대책위원회 박용수 위원장은 ‘지금 난지도 주민들은 심한 허탈감에 빠져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하루에 노인네들이 4, 5kg은 족히 따던 굴도 대산공단이 들어오고선 1kg도 채 못따고 있습니다. 김양식도 수온이 높아져 못하고 있지요. 생계수단이라곤 그것 뿐이었는데 지금은 전부 실업자가 돼버렸습니다.”
대산공단이 본격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한 91년. 그때까지만 해도 난지도 주민들은 그냥 열심히 일만 했다. 그러나 나프타 유출사고가 나고 공단에서 흘러나온 기름찌꺼기로 인해 주민들은 급격한 어획량 감소로 생활이 곤궁해지기 시작했다. 참다못해 지난 93년 주민들은 대산3사라는 공룡을 상대로 어장피해에 대한 보상청구소송을 낸 것이다.
“그 고충 어찌 말로 다 하겠습니까. 중앙 각부처로, 학계로 안다녀본 곳이 없지요. 전문기관에 용역을 줘 피해조사를 하고 그것을 토대로 대법원까지 간다면 반드시 승소한다는 얘기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용역비용이 자그마치 1억5천이나 한답니다. 가뜩이나 소득원이 없어 궁핍해진 주민들이 이 비용을 어떻게 댑니까?”
박위원장은 5년동안이나 끈질기게 싸워오면서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이 생존권을 보장받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절감했다”고 말했다.
결국 조사를 하지 못한 주민들은 이후 환경처의 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해 7억2천만원의 피해보상액을 판결받았다. 그러나 법적 구속력이 있는 판결이 아니기 때문에 사업자가 거부하면 그만이었다.
현재 대산3사에서는 소송이 길어지자 1개 회사당 1억2천만원씩 3억6천만원에 합의재판할 것을 제의하고 있다. 이 제의를 흔쾌히 받아들이자는 주민은 물론 한명도 없다.
“주민들은 너무나 억울하다고 합니다. 소송비용으로만 나간 돈이 벌써 1억인데 고작 3억6천만원 받아서는 한사람당 2백만원 밖에 안되는 거지요. 5년동안 일 못하고 얻은 피해는 또 어떻게 합니까?”
주민들은 환경처가 판결한 7억2천만원이라도 보상해주길 바라며 각계부처를 다니며 호소하고 있다.
난지도 주민들은 며칠전 충청남도에 간곡한 진정서를 하나 제출했다. 다름아닌 현대정유가 50만평을 매립해 증설한다는 계획이 있었기 때문이다.
“50만평을 증설한다면 난지도에서는 사람이 살지 말라는 얘기나 같지요. 어장에 대한 전면보상을 하든가, 그것이 어려우면 주민들이 소득사업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고서 공장을 증설해야 합니다.”
박위원장은 “일부 답답해하는 주민들은 이주대책까지 세워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가슴에 찬바람만이 불고 있는 난지도 주민들에게 보다 많은 관심과 격려를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