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종 규 / 서야고등학교 교장
회향(懷鄕)
강원도 양양 남대천에서 태어난 연어는 2~5년후 태평양의 긴 여정을 마치고 고향인 남대천에 돌아와 죽는다고 합니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라고나 할까? 우리인간도 흘러간 과거를 회상(回想)하며 어릴적 생활을 그리워합니다. 그러기에 초등학교 때의 친구들이 모이면 모두가 동심으로 돌아갑니다.
땅거미가 질무렵이면 굴뚝에서 연기가 오르고 구수한 된장국 냄새가 나의 미각을 자극하던 일. 합덕 방죽에서 친구와 어울려 멱감고 고기잡고 연근을 캐던 일.
지난 3월 1일 우리들은 은사님을 모시고 중학교 동기동창회 모임을 가졌습니다. 40년만에 처음 만나는 그리운 친구들, 희끗희끗한 머리와 주름진 얼굴속에서 옛추억을 찾느라 여념이 없었던 일들이 인생무상 속에서 다시한번 나를 생각하고 발견하게 하였습니다.
30년동안 나의 생활은 틀에 짜여 있습니다. 아침이면 출근하고 저녁이면 퇴근하여 대체적으로 성당에 갔다가 다시 늦도록 공부하는 학생들이 궁금하여 학교에 다녀옵니다. 그렇기 때문에 생활의 리듬도 단조롭고 만나는 대인관계도 좁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한 생활속에서도 만나는 사람들마다 화제의 줄거리는 대체로 나라의 경제걱정, 정치걱정, 교육걱정, 사회걱정들입니다. 물론 나도 많은 점에 동감합니다.
그러나 저는 회오리치는 사회변모에 항상 부정적인 생각만을 갖고 있지는 않습니다. 정상에 오른 사람은 다시 정상에 오를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히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는 조그마한 일이라도 제 위치에서 묵묵히 노력하고 실천할 것입니다. 이 길이 50평생 나를 감싸준 고향을 지키는 길이요, 고향을 고이 키워나가는 회향의 길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논어술이편에 不憤不啓 不非不發(불분불계 불비불발)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마음속으로 분발하지 않으면 열어주지 않고, 애태워하지 않으면 말해주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모두 마음의 문을 활짝열고 내 고향을 고이 지켜나가는 데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끈기있게 노력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