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담섬 주민 이장우씨

“살던 곳에 살게 해달라는 것 뿐입니다”

이장우(43세)씨가 사는 곳은 삽교천에서 뱃길로 6km 가야하는 곳, 행담섬이다. 아카시아 숲이 울창한 해변가의 상가가 그의 집이다. 육지의 번쩍번쩍하는 상가들에 비하면 허름하기 짝이없는 가건물이지만 그래도 행담섬에선 제법 규모가 있는 편이다.

이씨는 이곳에서 부인과 초등학교에 다니는 남매와 살고 있다. 물때에 맞춰 바다에 나가 소라, 꽃게, 숭어 같은 것을 잡아다가 끓여서도 팔고 횟감으로도 팔고 남는 게 있으면 삽교천에 내다 팔기도 한다.

요즈음같이 화창한 날이면 평일에도 찾아오는 관광객이 많아 그럭저럭 생계를 이어가기에 지장은 없다. 그러나 한창 공사중인 서해대교가 하루하루 모양새를 갖춰갈수록 이씨의 마음은 초조하고 불안하기만 하다. 이씨 뿐만이 아니라 이 섬에 사는 주민들 모두가 그렇다.

한국도로공사가 행담섬을 통째로 사들여 휴게소를 만들고 위락시설을 들여놓아 해양관광지로 만들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육지 사람들에겐 생각만해도 기대가 되는 일이지만 평생 이곳에서 ‘갯고랑을 파먹고’ 살아온 주민들에게 그것은 곧 언제 내몰릴지 모르는 불안한 미래를 의미할 뿐이다. 왜냐하면 이씨를 비롯해 이곳 주민들은 한결같이 땅 한평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공부상에 없다는 이유로 무허가 건물이라는 이유로 도로공사에서는 건물철거비만 내주겠다고 하니 영락없는 난민신세가 될 형편이다.

“정부에서 70년대에 새마을 주택이라고 지어준 게 있지요. 그동안 재산세만 내고 이전을 미처 해놓지 못했는데 그 때문에 세입자로 돼 아무런 권리도 행사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행담섬 주민들은 누군가가 지금 살고 있는 세대수가 몇세대냐고 물어오면 특별히 힘을 주어 ‘20세대’라고 말한다. 도로공사에서는 행정적으로 등재되어 있는 세대수가 이주대책을 세워줄 기준에 못미친다며 주민들의 생계대책요구에 난색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놈의 법은 눈도 없고 귀도 없답니까? 이곳에 살면서도 자식들 교육 때문에 퇴거하지 못한 이도 있고, 육지에 방 한칸 얻어 자식들 돌보느라 섬에 상주하지 못한 경우도 있는데 말입니다. 중요한 것은 생계터전이 과연 어디냐는 것 아닙니까?”

법 얘기만 나오면 목청을 높이는 이씨는 또한가지 억울한 것이 있다. 행담섬 주민들은 외지인들로부터 섬을 지켜내기위해 고투를 벌여오기도 했다.

“개발이 발표된 이후 아침에 눈 떠보면 포장마차가 몇개씩 들어와 있고, 건달들을 쫓아내면 또 들어오고, 그런 일이 수도 없이 많았지요. 니네 땅도 아니면서 웬 참견이냐고 맞서는 뜨네기들과 싸우느라 고생 많이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주민들은 오히려 그때 사람들을 그냥 놔둘걸 그랬나 싶기도 하다. 워낙 주민수가 적다보니 자신들의 생계문제에 관심을 보여주는 이들이 없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우리들이 애국한거지요. 그때 그 사람들 모두 받아들였으면 지금 도로공사가 얼마나 골치를 앓겠습니까. 그런 사정도 모르고 자기네들은 영리를 위해 섬을 개발하면서 정작 이곳을 지켜온 주민들은 철거비만 받고 나가라고 하니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는 격 아닙니까?”

늘상 ‘법테두리 내에서’를 강조하는 행정이 힘없는 이들에겐 거꾸로 생존을 위협하는 철벽이 되고 있음을 이씨와 섬 주민들은 피부로 느끼고 있다.

“다른 것 바라지 않습니다. 여기서 벌어 먹게만 해달라는 겁니다. 철거비 갖고는 육지에 나가 셋방 하나 얻지 못합니다. 그저 살던 데 살게 해 달라는 것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