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문공단 군민합의 서둘러야”
대산쪾여천공단이 주는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
“여천은 10여년전 울산의 복사판”
유공, LNG 원료로 150만평 입주계획
여천공단의 매캐한 냄새
23일 아침 7시에 당진을 떠나 방문단이 여천에 도착한 것은 오후 1시50분. 방문단이 탄 당진군청버스가 좧신한국 창조의 주역 여천기지좩라는 대형아치를 통과했다. 드디어 여천공단에 들어선 것이다. 공단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던 여천시 환경보호과 채종철 계장이 차에 합승했다.
2분쯤 지나자 위력이 대단해 보이는 높은 기둥들이 5~6개 또는 7~8개씩 무리를 이루고 있는 공장이 나타났다. 성남석유화학, 대림산업, 한화종합화학, 제원레미콘... 그러나 끝없이 이어지는 공장의 행렬은 이들 공장의 이름을 일일이 나열하는 일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말해주었다. 1천만평 가까운 공단은 말그대로 황폐한 또 하나의 도시와 같았다.
여천시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80년대 중반 국가공단으로 지정된 여천공단은 조성계획 9백31만평중 지금까지 74%인 6백86만평이 조성되어있다.
정상가동중인 82개사중 29개사가 석유화학업체이며 나프타 분해업체 4개소, 비료화학 1개소, 정유 1개소, 나머지 47개사가 이들 업체를 지원하는 업체들이다. 대표적인 기업으로 LG칼텍스정유와 남해화학이 있다. 방문단은 먼저 LG칼텍스정유를 방문하기로 하고 차에서 내렸다.
공단지역 깊숙한 곳까지 들어와서인지 차에서 내리자 일대의 매캐한 냄새가 풍겨왔다. 저기압 때에는 훨씬 냄새가 심하며 4km 떨어진 시청에서도 맡을 수 있다고 동석한 여천시 직원이 말했다.
“주변민가 이주먼저 할 것”
전신이 호남정유로 67년 건립된 LG칼텍스정유는 1일 65만 베럴을 생산하는 정유 및 석유화학업체로 석유정제와 플라스틱 원료인 폴리프로필렌등을 생산하는 기업이다. 부지는 1백만평.
이 회사 대표로 나온 모 이사는 “그동안 환경관리분야에 문제가 많았다”는 점을 시인한 뒤 “자사는 TMS 시설을 설치해 모든 대기물질이 집진되고 있으며 센서(감지기)가 환경관리청과 직접 연결돼 환경감시 모니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폐수를 다시 최종 정화해 사용함으로써 폐수배출방지는 물론 공업용수 부족에 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대표는 그러나 여천공단에 입주한 수십개의 소규모 기업이 공단폐수종말처리장으로 방류하지 않고 직접 해안으로 폐수를 방류해 인근 광양만 해역이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고 덧붙였다.
이대표는 기업인답게 마산ㆍ창원공단과 여천을 비교하며 “석유화학은 부가가치가 높아 창원공단 매출의 4배가 되므로 지역에 유치할 만하다”고 말했으나 “유치전부터 환경방지시설을 우선으로 할 것”과 “주변에 민가가 있다면 이주를 먼저 할 것”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여천공단 설립후 58명 사망
LG정유에서 나와 공단의 더욱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자 병풍처럼 산이 둘러쳐진 곳에 비료사업과 정밀화학을 동시에 취급하는 남해화학공장이 나왔다.
1983년 정부의 비료합리화 정책에 따라 청주ㆍ나주의 비료공장이 사라지는등 비료사업이 어려움에 처하자 이 회사는 85년부터 정밀화학산업에서 이익을 낳아 비료사업의 안정화를 꾀하게 되었다. 머지않아 비료:화학의 비율을 3:7로 올릴 계획이다.
이 회사를 대표해 브리핑에 나선 홍보과장은 자사의 환경정책에 대해 오수ㆍ우수분리, TMS 24시간 가동(51억을 투자한 이 시설은 금강환경관리청 단말기와 연결되어 있다함) 고도의 산업안전 시스템을 들어 설명했다.
그러나 「버려졌던 땅, 광양만 최남단 갯벌위에 엄청난 가치와 풍요를 이룩한...」으로 시작되었던 이 회사 홍보영화는 일대 야산의 소나무가 다 죽어 황량한 민둥산이 된 사실과 여천시가 제출한 자료, 마을주민 두명의 신랄한 증언앞에 무색해지고 말았다.
여천시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여천시는 공단설립후 59건의 피해분쟁이 발생했으며 109건의 사고가 발생해 사망 58명, 부상 82명, 오염대피 6백87명을 기록하고 있었다.
이와 같은 사고피해와 민원이 끊이지 않자 여천시는 4억8천만원의 용역비로 93년 10월 한국과학기술원(KIST)에 환경영향평가 용역을 주어 만 2년4개월간의 연구를 거쳤다. 용역결과 여천단지 주변은 수질, 토양, 대기, 해양, 소음진동, 안전등 8개 분야에서 환경오염이 심각해 대형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으며 주거환경이 부적합하므로 단계적인 주민이주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4천세대 이주해야
이주대상은 인근 평여동, 월하동, 묘도동, 중흥동등 10개동 4천가구에 1만5천68명이나 되었다. 여천단지에서는 96년 한해동안에도 33건의 사고가 발생해 9명이 사망하고 24명이 부상을 입었다.
KIST의 연구결과가 발표되면서 이 지역의 환경에 비로소 당국과 민간의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다. 정부는 96년 7월, 민관합동 정밀조사 실시후 주민이주 여부를 최종 결정하기로 하였으며 9월에는 이 지역을 「대기보전특별대책지역」으로 지정고시하였다. 그러나 환경오염도와 안전도에 문제가 있는 3개동(월하ㆍ평여ㆍ중흥) 주민들이 이미 이주를 시작한 지금도 정부는 나머지 마을에 대한 이주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
여천단지 피해주민 대표로 참석한 유재룡 이주대책위원장과 김정환 환경명예감시위원은 그간의 피해상황을 열거하며 “만일 우리가 당진군민이라면 석유화학단지를 결사반대하겠다”고 단언했다. ‘여천주민들은 감기만 걸리면 천식을 앓고 저기압 때는 앉아서 숨쉬어야 할 지경’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피부병과 만성두통을 호소했다. 주민들은 이주를 요구하며 지난 여름 땡볕 밑에서 3천명이 시위를 했다.
유위원장에 따르면 학생수가 2천명까지 되었던 삼일중학교는 현재 학생수가 337명이며 초등학교 하나가 폐교되었다. 이 일대에서 가장 큰 마을이었던 원래동 자리에 어마어마한 규모로 들어선 LG원유탱크. 근처 저수지에는 이곳에 살다 일순간 고향을 잃고 떠나간 주민들이 세운 「망향의 비」가 처량하게 서 있다.
동행한 여천시 환경보호과 채계장은 또한가지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여천단지는 국가공단이기 때문에 여천시에서 환경지도 관리하는 일이 현재로서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울산 91년에 자동측정기 의무화
둘째날 유공으로 향하는 차속에서 방문단은 유공에 대해 어떠한 질문을 하고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살펴야할지 의견을 나누었다. 방문단의 생각은 앞서 방문한 여천에 기초해 첫째, 환경영향 범위로 예상되는 3km구간이내 거주민에 대한 사전이주대책은 있는가. 둘째, 폭발등 만일의 안전사고에 대한 보장은 있는가. 세째, 환경관리시설 현황은 어떠한가. 네째, 연이어 들어올 중소관련업체 환경관리를 유도할 방안은 있는가 등으로 모아졌다.
유공의 울산공장으로 가는동안 울산시청 이수원 환경보호과장이 동승했다. 울산시의 자료에 따르면 울산공단은 1962년 제1차 경제개발 5개년계획에 의거, 경제개발을 최우선으로 조성된 국가공단으로 최근 수년전까지도 계속 공해문제를 일으켜왔다. 원인은 당시 토지 및 수역이용계획이나 오염물질 처리대책에 대한 아무런 검토없이 공장만 건설ㆍ가동했기 때문이다.
공단지역 인근주민의 집단민원으로 1985년 들어서야 이주사업을 시작하게 되었으며 86년부터는 울산ㆍ온산지역을 대기특별대책지역으로 지정고시, 저유황유류 사용지역으로 고시하게 되었다.
게다가 91년과 94년에 각각 대기배출업소와 폐수배출업소에 대해 자동측정기(TMS)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했으며 91년 10월 이후에 신설되는 공장은 다른지역보다 10년 앞당긴 특별배출 허용기준을 적용해 종전보다 30~81%나 배출기준치를 강화했다. 뿐만 아니라 92년부터는 이미 가동중인 공장에 대해서도 타지역보다 5년 앞당긴 엄격한 배출허용기준을 적용, 30~60%를 강화했다.
“여천은 환경대책 없었다”
특히 울산시는 민선시대로 접어든 지난 96년 3월 환경오염실태조사 및 중기환경보전계획수립을 위한 용역사업을 발주했으며 민선시장 임기동안 ‘공해백화점’이라는 오명을 해소하기위해 오염물질의 배출자체를 억제하는 「Zero Base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전날 본 여천공단이 지금 한참 공해피해를 겪고 있다면 울산공단은 오랜 고통뒤에 비로소 환경에 대한 반성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달랐다.
이에 대해 이수원 울산시 환경과장은 “여천공단은 울산공단 주변에서 한참 이주가 시작된후 조성됐으면서도 울산공단의 선례에 대한 사전검토를 전혀 하지 않아 똑같은 피해를 되풀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수원 과장은 “당진이 이처럼 공단조성에 앞서 피해를 예방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다행한 일”이라고 격려하기도 했다.
오전 9시30분. 드디어 울산공단의 유공정문을 들어선 방문단은 우선 여천과 달리 깨끗하게 정비된 공장과 곳곳에 이루어진 조경이 눈에 띄었다. 비전문가의 눈으로 볼 때 구내에 도로포장 또한 규모있게 잘되어보였고 악취나 불쾌한 인상을 주는 것은 보이지 않았다.
회사측에 따르면 유공은 울산단지내 250만평 위에 40개의 단위공장을 갖고 있었으며 연간매출이 10조원이다. 5년전부터는 회사운영방침에 환경원리를 도입, 매년 환경관련 운영비로 2백억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고 했으며 금년부터 1백억씩 1천억을 별도로 투자해 일대에 환경공원을 조성하고 있다고 했다.
배출물질 ‘제로-베이스’화 강조
방문단은 20분짜리 회사홍보영화를 본 뒤 폐수처리시설을 먼저 둘러보았다. 설명에 따르면 유공의 석유정제 폐수처리과정은 ①물리적 처리 ②화학적 처리 ③생물학적 처리 ④고도처리의 4단계를 거쳐 처리되고 있으며 이렇게 처리돼 깨끗해진 폐수는 배출물질 Zero-Base화에 따라 다시 재활용된다고 하였다.
1차로 수집된 폐수(냄새나는 기름찌꺼기)는 기름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오일슬러지를 재생해 판매하며 BOD 0.5ppm으로 최종 정화된 물은 공장내 비상용 저수지로 보내지거나 생활용수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방문단이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최초의 폐수와 최종 정화된 폐수 두가지로 중간의 폐수처리과장은 지난해 460억을 들여 설치했다는 밀폐된 폐수막 속에서 이루어져 눈으로 볼 수 없었다. 물론 악취도 차단하고 있었다. 회사측은 이 제2종폐장을 시설하는데 1천억이 투자됐다고 말했다.
“울산시청이 자동측정감시”
중질유를 경질유로 전환한다는 HOU공장은 공정 대부분이 자동화되어 있었다. 사무실에 비치된 수십대의 컴퓨터 단말기로 공정을 조정함은 물론 모니터를 통해 공장 곳곳을 점검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한 젊은직원은 유공의 전체 고용인원 4천명중 3천명이 기술자이며 4조 3교대로 근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역시 울산출신이라는 직원은 20년전부터 운영되고 있는 유공의 자체직업훈련원에서 6개월 연수를 받은 뒤 이 HOU공장에 배치됐다고 말했다.
본관1층에 마련된 . 이곳은 각 공장 조정실의 관리상황을 종합관리하는 사령탑으로 40개 단위공장의 모든 공정과 이상유무가 파악되며 매순간의 대기상황이 자동으로 측정돼 울산시와 모니터로 연결되고 있는 TMS(Tele-Monitering System)가 시설된 곳이다. 일본을 모델로 하여 5년전 52억을 투자했다고 한다.
석문, 공장부지 150만평에 5조계획
일행은 외국 거래사와 화면을 통해 회의를 진행한다는 6층 화상회의실로 자리를 옮겨 유공의 사업계획을 듣고 질의응답시간을 가졌다.
유공을 대표해 나온 안원배 이사는 유공의 환경계획을 ①냄새제거 ②폐수재활용 ③대기무방출이라고 간략히 설명한 뒤 1992년 환경관리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96년 환경친화적 기업인증을 받았다는 사실을 덧붙였다. 아울러 유공은 석문국가공단에 공장부지 150만평등 총 220만평을 건설계획중이며 80만Kw 규모의 LNG 자가발전소도 순차적으로 건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공은 이 일대를 정유ㆍ석유화학 40만평, 정밀화학ㆍ신에너지 20만평, 환경산업 10만평, 생명공학 등에 활용하며 5조4천억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어진 방문단의 질문은 대기ㆍ폐수처리과정의 완벽성에 대한 이의제기, 돌발사고에 대한 대책, 주민이주대책, 관련 영세업체 입주시 대책, 환경관리대책, 고용대책 등으로 모아졌다.
안이사는 이에 대해 ①벙커C유 대신 LNG를 전량 사용하므로 유황성분 없다. ②굴뚝 높이를 20~30m로 하여 대기배출물질이 공장내로 떨어지도록 하겠다. ③환경관리에 철저하므로 이주대책 및 계획은 없다. ④폐수는 재활용한다. ⑤고용인원 5천명중 1천명은 주민을 고용한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방문단은 유공의 답변에 여러가지 이의를 제기했으며 이중 중요한 부분은 서면답변해달라고 요청했다. 일행 대다수의 반대ㆍ우려의 입장이 개진된 가운데 두시간 가까이 질의응답을 마치고 방문단은 다시 차에 올랐다.
“국가공단관리 자치단체가 해야”
모든 과정을 지켜보며 동행한 울산시 이수원 환경보호과장은 돌아오는 차속에서 다음과 같이 몇가지 중요한 문제를 제기했다.
①공단과 주거지 사이에는 반드시 차단녹지가 필요하다.(공장이 1만평이면 20~30% 녹지를 둔다) ②영향권내의 지역은 애초에 이주대책을 세우는 것이 좋다. ③99년 1월부터 대기환경보호법이 시행되므로 공해방지시설은 필수지만 중소기업이 문제다. ④국가공단에 대한 환경관리는 정부와 자치단체간의 관계가 과제이다. 자치단체가 최대한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⑤환경영향평가를 사업자 자신이 돈내고 하는 제도는 문제다. 앞으로 정부가 환경영향평가소를 둘 계획인 것으로 안다. ⑥무엇보다 시민환경단체의 공해감시구조가 필수적이다. ⑦석유화학단지 입주는 심각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석유화학ㆍ음식업체등 울산과 온산공단지역내에 341개 업체, 공단외에도 914개나 되는 기업이 입주한 울산시의 환경과장다운 우려의 목소리다. 이 과장은 마지막으로 이렇게 덧붙였다.
“여러 기업이 입주한 공단를 관리하기는 어렵지만 1개소는 쉽습니다. 지금은 환경기술도 발달하였고 기업이 미치는 경제적 효과를 감안할 때 유공의 입주는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물론 결정은 당진군민이 할 일입니다.”
이과장의 말은 60년대 5만 인구였던 울산이 현재 광역시 승격을 앞둔 1백만 인구의 도시로 성장하는데 대기업의 몫이 절대적이었음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과장은 소규모 화학업체가 몰린 공단을 관리하는 데는 여전히 어려움이 있으며 민원도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님을 부인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