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ㆍ수질상태 74개 도시중 71위
86년 환경ㆍ대기ㆍ해양오염 특별대책지역으로 지정
우리의 황금어장을 매립할 때도 농경지를 국가공단으로 지정한다고 했을 때도 당진화력, 한보철강, 고대공단, 부곡공단이 들어설 때도 우리주민은 언제나 뒷전이었다.
일부에서는 우리지역은 어차피 환경을 지키기 어려우니 포기하고 무조건 개발하자는 목소리도 전해온다. 하지만 대기ㆍ수질상태가 전국 74개 도시중 71위에 머물고 86년 환경오염ㆍ대기오염ㆍ해양오염 특별대책지역으로 지정된 울산에서도 환경을 지키기 위한 환경단체와 주민들의 눈물겨운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이대로 물러서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일깨워주고 있다.
故 이병철 회장의 별장 돗질산
석문면 장고항리 주민을 비롯한 각종 사회단체, 군의원, 개발위원들의 유공 울산 현지방문 이후 석유화학공장의 환경문제에 별다른 이의가 제기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일부에서는 환경에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 유공유치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겠다는 소리도 들린다.
울산의 석유화학단지는 정말 환경피해가 없는가. 이런 의문을 화두로 11일 밤 울산으로 향했다. 12일 낮 울산에 도착해 울산환경운동연합 허달호 사무국장과 함께 울산지역 석유화학단지 답사에 나섰다.
차 속에서 허국장은 「울산」이라는 지명은 산으로 울타리처럼 둘러싸여 있다 해서 일컬어진 명칭이라고 말했다. 우리 일행은 유공을 비롯한 석유화학단지가 한눈에 보이는 현대의 25층 사원아파트 옥상에 올라갔다. 울산시내, 석유화학단지에서부터 멀리 온산공단까지 눈에 들어왔다.
허국장은 석유화학공단과 인접한 앞산을 가리키며 돼지모양을 하고 있어 돗질산이라 부른다고 했다. 산 중앙에 있는 건물은 삼성 故이병철 회장의 별장이었을 정도로 경치와 환경이 좋았던 곳이지만 지금은 텅비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돗질산의 석유화학공장과 마주하는 곳은 환경에 강한 아카시아와 해송만 눈에 띌 뿐 나무가 자라지 못하고 있었다.
유공은 최대의 VOC 배출정유사
30년을 거치는 동안 울산지역은 평균온도가 1도, 최저기온이 2도나 상승, 겨울에도 눈이 거의 오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아파트에는 집집마다 공기정화기를 설치해 놓고 살지만 별효과는 없다고 한다.
몇년전에는 인근 아파트 주민 5천명이 구토와 현기증에 시달렸다. 울산시의 새시가지로 대규모 주택가와 상가가 계속 들어서고 있는 남구 삼산동 일대에 저녁 7시30분께 원인을 알 수 없는 악취가 덮쳐 아파트단지 주민 5천여명이 1시간 가량 큰 고통을 겪었다. 울산시와 이 일대 주민들에 따르면 이날 공단쪽에서 날아온 것으로 추정되는 심한 악취 때문에 주민들이 1시간가량 구토와 현기증에 시달렸으며 일부 가구에선 가스경보기가 울려 공포에 떨기도 했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이 일대는 공단과 가까운 저습지로서 평소에도 아파트의 유리창을 닫아도 악취가 스며들어 고통을 겪고 있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특히 유공의 경우 문제가 되는 것은 발암위험성이 있는 VOC(휘발성유기화합물) 배출량이 크다는 사실이다. 한국환경정보센터에서 발간하는 환경정보지 좧에코21좩의 96년 7월호에 따르면 유공은 1년간 VOC 5천691톤을 배출해 국내 정유사중 가장 높은 배출량을 보이고 있다.
또한 이 자료에 따르면 정유사 및 저유소의 주요 VOC 배출원은 저장시설 및 출하시설인 것으로 나타나 석문공단에 엄청난 규모의 물류센타를 추진중인 유공의 계획에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당진과 같은 임해지역인 온산은 기상특성인 주야간 해풍과 육풍의 교차영향으로 매일 아침 짙은 안개와 백색연무질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 때문에 공해물질 배출에 따른 독성 대기가스와 악취에 의한 인체에 미치는 영향의 심각성도 가중되고 있다.
각종 개발사업으로 인해 산지나 녹지공간의 감소로 도시공장에서 배출된 오염물질이 대기중에서 확산 또는 분산돼 원활히 희석되지 못하고 거의 대부분 지표면에 머물고 있어 산성비와 광학스모그현상이 발생, 복합공해의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3만여 주민 집단이주
유공을 비롯한 석유화학공단으로 피해를 입어 주민 3만여명이 이주한 마을중의 하나인 매암동의 대일마을을 둘러보았다. 대일마을은 85년도에 이주가 결정되었다. 이주지역 택지조성은 울산시가 맡고 어업권등 피해보상은 정부에서, 마을에 대한 재산상의 피해보상은 기업에서 하는 복잡한 절차로 인해 96년말이 돼서야 철거가 완료되었다 한다.
이어 우리는 주민들이 이주를 요구하고 있다는 장생포(한때는 고기잡이로 유명했던 곳)를 지나 지금은 공단이 들어선 여천동으로 향했다. 이곳은 80년대부터 계속되어온 유공의 프라이스텍에서 내뿜는 독가스의 악취로 인해 구토를 하고 눈도 못뜨고 대피하는등 화생방 훈련과도 흡사한 피해를 반복한 끝에 92년도에 이주를 했다고 한다.
이어 우리는 철거로 인해 인구가 줄어드는 바람에 부곡동, 용연동, 황성동등 3개동을 합쳐 새로 만들어진 개암동이라 불리는 마을을 찾았다. 이 마을은 유공과 인접해 있어서인지 소음이 심하게 나고 있었다. 이 마을에서 만난 아주머니는 유공에서 나는 소음, 냄새, 불꽃 때문에 머리가 아프고 속이 울렁거리고 잠을 잘 수가 없다고 한다. 감기도 자주 걸리고 한번 감기에 걸리면 잘 낫지도 않는다고 호소한다. 지금은 세입자들만 남아있고 11월경 임대아파트로 이주할 계획으로 있다고 한다. 또한 유공에서 공해로 인한 피해인정을 거부하고 있어 일체 피해보상비를 받은 적이 없다고 불만을 터뜨린다.
92년도에는 탱크 화재사고로 부곡동, 황성동, 장생포등 일대 주민들이 공포에 떨며 전부 대피하는 소동도 있었다고 한다.
허국장은 울산에는 아직도 오일장이 남아있다고 한다. 하지만 인근 지역주민들이 가지고 나온 수산물, 농산물은 울산지역주민들이 사먹지 않는다고 한다.
이어 우리는 유공을 비롯한 석유화학공단으로 내려왔다. 이곳 맞은편에는 오대마을이 자리하고 있었는데 국민고충처리위원회에서 이주를 권고한 지역이라고 한다. 이곳은 1년내내 모기가 있고 여름철에는 쉴새없이 소독을 하지만 모기로 인해 생활하기가 어려울 지경이라고 한다. 온도가 높고 폐수가 나오고 개구리등 모기천적이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마주 보이는 오대마을을 뒤로한 채 관광지로 유명했다는 처용암이 있는 황성동에 들렀다. 예전에는 횟집이 즐비했던 지역이라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음산한 모습만 남아있었다.
환경단체의 신뢰를 못받는 TMS
대기ㆍ수질ㆍ자동측정(TMS) 장치를 보기 위해 마지막으로 울산시청 환경보호과를 찾았다. 울산시와 유공이 자랑하는 TMS는 환경오염의 만병통치약인가. 여기에서 우리는 몇가지 문제점을 발견했다.
첫째, 대기측정의 경우 총량규제가 안된다는 점이다. 대기측정 TMS는 유공 굴뚝 일부에만 설치되어 있고 개별수치만 나오게 되어있다.
둘째, 저유시설, 배관등에서 휘발하는 오염원은 측정이 되질 않는다.
세째, 프라이스텍에서 폐가스를 소각할 때 나오는 독가스는 TMS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주민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는 프라이스텍에서 나오는 독가스는 환경공무원의 눈으로 측정하게 되어있고 사업주가 대기오염을 인정해야만 개선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 울산시의 환경보호과 담당계장이 말한다.
작년에만도 세차례나 프라이스텍에서 불완전 연소된 가스가 장시간 동안 뿜어나온 적이 있었다. TV에도 5분간이나 방영되고 울산주민들의 거센 항의까지 받았으나 울산시청에서는 증거가 없어 행정처리가 어렵다는 이유로 그냥 넘어갔었다.
네째, 유공을 비롯한 석유화학단지는 국가공단이기 때문에 TMS에 기준치를 초과하는 환경지수가 나와도 울산시에서는 법적으로 처벌을 할 수가 없다는 문제를 안고 있었다.
울산을 다녀오면서 ‘울산을 방문하는 우리지역의 많은 사회단체대표, 주민대표, 주민들이 왜 석유화학단지 인근주민들과 환경단체 책임자들을 만나지 않았을까? 왜 기업주만 만나고 왔을까?’하는 의문이 다시 한번 들었다. 여천과 같이 민둥산이 된 울산공단 주변의 산은 왜 보지 못했을까? 역시 의문이었다.
우리기업에 환경문제가 있다고, 주민과 환경분쟁이 있다고 말할 기업주가 있을까? 기업주의 말만 믿고 우리의 미래를 맡기려는 일부 우리주민들의 자세는 도덕적으로 온당한 것인가?
울산지역주민의 집단이주는 말이 좋아 집단이주이지 그들은 경제적 풍요를 가져올 줄 알았던 석유화학단지로 인해 쫓겨나는 것이었다. 아무 대책도 없이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빼앗기는 처참한 모습 속에서 우리지역의 불안한 미래를 떠올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