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길 만들며 개발로 흩어졌던 주민들 하나로

개발은 풍요로움을 약속하는 보증수표는 아니었다. 그 이면엔 조상대대로 물려받은 농토가 공장부지가 되고 생산의 땅이 투기대상으로 바뀌면서 열심히 일하는 풍토도 앗아갔다. 게다가 ‘보상’이라는 태풍이 한 마을을 휩쓸고 가면 남는 것은 각박해진 인심과 이미 추스리기 어려워진 따뜻한 공동체의 붕괴였다.

송산면 가곡1리도 그런 안타까운 전철을 밟은 마을이었다. 바로 코앞엔 한보철강이, 그리고 천혜의 어장을 육지로 탈바꿈시켜 놓은 석문방조제가 생기면서 비록 억세지만 풋풋한 인정이 넘쳐나던 바다 사람들은 뿔뿔히 흩어졌다. 형평성 없고 주먹구구식인 보상정책은 그 첨병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위세를 떨치던 한보철강이 하루아침에 무너지면서 이 마을 사람들은 이상하게도 다시 태어났다. 한보부도로 2천여만원에 이르는 방값과 밥값을 떼인 처지였는데도...

가곡1리는 올해 마을 구석구석을 꽃밭으로 장식했다. 관광객들의 쓰레기 하치장이나 다름없었던 성구미 방면 지방도로변이 형형색색의 꽃동산으로 변모했고, 이 마을 주민이면 누구나 꽃길을 걸어볼 수 있게 조그마한 농로가에도 어김없이 꽃이 심어졌다. 가사골, 독사골, 신영개, 두멍개등 4개반에 만들어진 꽃밭은 모두 1천평에 이른다.

이 거대한 작업을 앞장서 실천한 건 올해 새로 마을일을 보게 된 정치웅 이장을 비롯, 지도자 신현모씨, 부녀회장 최연례씨였다. 아무런 댓가도 바라지 않고 앞장서 일하는 사람들에겐 언젠가 따르는 이들이 생기게 마련. ‘내 앞가림’에만 신경쓰던 마을 사람들은 뙤악볕에서 구슬땀 흘리는 이들을 보고 하나 둘 이 작업에 동참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는 동안 가곡1리는 하나가 됐다. 출향인들도 고향이 고향다워지는데 가만 있지 않았다. 선우회, 일심회 등등에서 선뜻 후원을 보내왔다.

이제 성구미를 다녀오는 관광객들이 이마을엔 더이상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다. 꽃만 심으면 누가 밥먹여 주느냐고 볼멘소리를 하던 일부 주민들도 마음이 바뀌었다. 모두가 이 마을 꽃밭의 주인이 되었기 때문이다.

정치웅 이장은 “꽃많이 심자는 것보다 개발바람 때문에 파벌까지 생겨 서로 질시하던 주민들을 하나로 모아보자는 것이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근본 취지였다”며 “생각보다 주민들의 협조가 적극적이어서 오히려 지금은 그 높아진 주인의식을 어떻게 받아 안아야할지 어깨가 무겁다”고 즐거운 걱정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