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금구/본지 객원기자
합덕대건노인대학장
(0457)363-1991
서 명 호(합덕읍 소소리)
나를 내어줌으로써 모든 사람을 높일 수 있다면
일본은 경제대국에 걸맞게 세계최고의 장수국(長壽國)으로 알려져 있다. 평균수명이 94년도 기준으로 남자 76세, 여자 83세로 통계되었다. 그런데 근래는 자녀들이 노부모의 봉양에 있어 여러모로 사회문제로 시끌거림을 보게되는 것이다.
자녀들이 노인 부모들의 봉양에 있어 금전적인 뒷바침과 그 자녀들의 사생활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고, 국가적인 노인정책이 개인의 일상화를 따르지 못하고 있다고 비난을 받고 있는 것이다.
지금 일본에서는 “가이고(介護)”(자녀들이 노부모들을 집에서 돌보는 일, 필자주) 부담으로 일본 사회에 큰 이슈화되어 있는 실정이다.
중국의 문물을 받아들인 한국과 일본은 다같이 한자문화권과 유교문화의 나라가 된 것이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은 중국문화를 수용하고 대응하는 자세는 크게 달랐던 것이다. 한국은 유교의 숭문사상(崇文思想)과 부모에 대한 효(孝)의 윤리를 주로 받아들였는데 일본은 국가에 대한 충(忠)의 윤리와 상무사상(尙武思想)을 받아들였다.
이런 연유로 “사”(士)를 한국은 학문의 선비로 받아들이면서 독서와 사색과 학문을 강조하는 송(宋)의 주자학(朱子學)을 이어 받았고, 이에 반하여 일본은 칼을 쓰는 무사(武士)(사무라이)로 받아들이고 행동과 실천을 역설하는 명(明)나라의 양명학(陽明學)을 주로 받아들임과 동시에 주자학은 차선으로 수용했던 것이다.
우리나라도 고령화 사회로 가는 마당에 노인들의 사회문제화가 심심치 않게 화제거리가 되고 있음으로 정부차원의 정책도 긴안목을 갖고 길게 넓게 다루어져야 될 것이고 따라서 각 개인들도 특히 예비노인들도 그에 상응되는 적절한 해결책을 지금부터 강구해야 될것이다.
농촌의 70대 노부부들은 텃밭과 몇마지기의 논을 경작하는데 자신들의 양식보다는 외지에 있는 자녀들을 위해서 땡볕에서 열심히 농사를 짓는다. 자식들에게 나누어 주기 위해 쌀을 찧고, 마늘ㆍ고추ㆍ참기름등 시도때도 없이 열심히들 날라간다. 그들의 공급처인 것이다. 힘들어도 땀을 흘려도 마냥 즐겁고 기쁜 것이다. 그러니 장수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춘 셈이다.(도시노인은 제외)
주는 마음은 너그럽고, 주는 손은 축복을 받을 것이고, 주는 생활은 복받는 생활이고, 주는 사람은 훌륭한 사람인 것이다.
공자님의 제자중 나이가 많은 자로(子路)가 공자님께 미래의 뜻이 어떤 것이냐고 물었을 때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하면 “노인들을 안심하게 하고, 친구에게는 신뢰감을 주며, 젊은이들에게 정다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라고 말씀하였다.
서명호 여사!
거울이란 얼굴을 보는 것이다. 얼굴에 불길한 것이 묻지나 않았는가 또는 얼굴빛이 평화스럽지 않은가 하는 것을 살피는 것이다. 그래서 군자(君子)는 거울을 볼 때마다 그 거울의 맑은 본성을 취해 얼굴을 비치는 거울처럼 자신의 마음을 맑게하여 세상을 비추는 것이다.(이규보의 경설)
서명호 여사는 서울태생으로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50년대 후반 서울의 인구는 150만명에 불과했으며 교통수단으로는 전차(電車)가 전부였다. 몇대 안되는 택시가 넓은 길을 막힘없이 달리던 시절에 남자들도 다니기 어렵던 대학과 대학원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 석사학위를 따냈다. 대학에서는 한글의 거두 김윤경 박사와 허웅 박사의 지도를 받았다. 졸업후 대학재단에서 설립한 한양여자고등학교에서 후진양성 30년! 서명호 여사는 어렵고 바쁜 학교생활중에서도 틈을 내어 서울 YWCA한글학교 교장을 맡으며 이 나라 여성들의 문맹퇴치에 큰 업적을 쌓기 20년!
“평상심지도”(平常心之道)라 하였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있어 순간순간마다 마음의 평화를 갖고 산다면 그것이 올바른 삶이요, 평화의 삶이며, 바로 신앙의 삶이라 하는 것이다.
서명호 여사는 학교에서 정년퇴임후 합덕읍 소소리에 정착했다. 사과나무에서 붉게 물들어 주렁주렁 결실을 자축하는 과수원 자락에 멋스러운 집을 짓고 평화스러운 삶! 외국어 번역사업에 여념이 없는 날과 날, 특히 일본어 종교서적을 번역해 몇권째 탈고하였다. 90년도에 정착하였으니 7년째...
서명호 여사와 필자와의 만남은 91년도, 수천그루의 연산홍이 만개했던 화창한 봄날이었다. “합덕에서 한글학교를 열어 국문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겠는데 함께 할수 없겠느냐”고 필자가 청했었다.
85세의 이순옥 할머니는 평생 삯바느질하여 모은 재산 10억원을 서울대학병원에 기증하면서 “돈없이 아픈 사람들이 치료를 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내돈은 세탁을 백번한 것 보다 더 깨끗한 돈이니까 환자들을 위해 쓰면 효험이 클 것이다”라고 하였다.
서명호 여사는 평생을 공부하며 쌓은 지적인 재산을 합덕의 문맹인을 위해 도구로 사용되겠다고 자청하여 나섰으니 위에 이순옥 할머니나 다 높이 평가되어야 할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내것을 남에게 댓가없이 내어준다는 것은 그들의 삶의 질이 행복한 것이며 기쁨을 얻는 삶인 것이다. 누구나 할 수 없는 봉사의 참삶인 것이다. 남에게 나를 내어주는 삶이야말로 지성인의 행동중 가장 궁극적인 모습이며 모든 사람에게 삶의 질을 높여주는 지름길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