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금구/본지 객원기자

합덕대건노인대학장

(0457)363-1991

김 한 순(우강면 내경리)

진정한 장로(長老)는 진실과 절제로써 더러운 때를 벗어버린 사람 - 법구경 "

바다를 떠밀고 치솟아 오르는 해돋이, 그리고 수평선에 포근히 안겨 숨어드는 낙조(落照)! 대자연의 서정적인 장관을 글에서, 사진에서 또는 머리에 그려보면서 살았지 아직 실제 상황은 보지 못했다.

금년 여름 기회가 주어졌다. 단체로 떠난 여행이지만 내심 서해의 낙조를 감상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로 남해의 외딴 섬 홍도(紅島)를 미련스럽게, 고집스럽게 택했던 원인이다.

8월 12일 19시30분! 평생 처음으로 낙조를 감상하기 위해 붉은 바위에 걸터 앉기를 30분. 저멀리 수평선에 막을 드리운 검은 구름으로 며칠전부터 기대하고 고대하던 장관의 볼거리를 얻지 못한 아쉬움에 되돌리는 발길이 허우적거린다. 그러나 헛수고는 아니었다. 일주(日柱)에 눈부신 잔잔한 바다에 붉다못해 황금색으로 변해 얕은 물결을 타고 밀려오며 수면에 투사되는 햇빛이 더욱 찬란하게 느껴져 낙조를 참관 못한 미련을 달래기에 족했다.

작은섬 전체가 붉은 바위로 이루어져 홍도라 이름하였으나 해넘이의 여름 태양을 받아 더욱 붉어지는 조물주의 시뮬레이션에 정신이 혼미할 정도이니 금년 휴가는 큰 수확이었다. 전남 무안군 흑산면 홍도!

사람이란 다행히도 그자리에 가만히 놓여있는 가구가 아니며 앉은 자리에서만 맴돌도록 만들어진 시계바늘도 아니다. 끝없이 변화하면서 생성되는 것이 생명현상이고 좀더 넓고 깊은 사색의 시야로 또는 현실적인 활동으로 미지의 세계를 갈망하고 탐구하려는 의지적인 노력으로 그 인생은 성숙되고 능력과 경륜과 대자연 속에서 덕망과 인품이 모두 갖추어진다고 생각한다.

시간과 약간의 재의 투자를 할 수 있다면 떠나보자. 가서 자연을 음미하며 망망 대해에 내 몸을 맡겨보라. 나를 찾기위해 바른 실제의 나를!

머리카락이 희다고 해서 / 장로(長老)가 되는 것은 아니다 / 단지 나이만을 먹었다면 / 그는 부질없이 늙어버리는 속빈 늙은이 / 진실과 진리와 불상생과 절제와 자제로써 / 더러운 때를 벗어버린 사람은 / 진정한 장로라 한다.(법구경)

김한순씨!

넓고 넓은 우강들판에 벼꽃이 앙징스럽게 피고 져가며 풍요를 약속해주는 논뜰을 바라보는 김한순 여사.

김한순 여사는 앳된 나이에 아산군 신창에서 삽교천 나루에 가마타고 우강면 내경리로 시집와 50년! 사별한 남편이 땀으로 땀으로 이루어 놓은 논(약 1만5천평)을 바라보며 지난날을 회상하면서 감개가 무량한 것이다.

슬하에 2남1녀를 위해 몸과 마음을 다하여 정성껏 키운 자녀들이 사회에서 제 몫을 다하고 있음에 위로를 받고 꿋꿋하면서 명랑하게 살고 있다.

큰아들은 만학으로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인천에 있는 교회에서 전도사로 소임을 다하고 있으며 목사 안수를 받을 날을 기다리며 목회자로 활동하고 있다. 작은아들은 충남대를 거쳐 서울에서 고등학교 교편을 잡은 교사, 하나뿐인 사위도 대전에서 교회와 교인을 인도하는 목사.

이렇게 성직자의 집안을 이끌고 있는 김한순 여사는 이를 간절한 소망과 기도의 결정체라고 하였다.

대자연에서 자신을 찾아보자. 자신을 발견하지 못하였거든 쇼펜하우어의 말에 초점을 맞추면 해답을 얻을 것이다.

“모든 사람은 다른 사람 속에 거울을 가지고 있다. 그 거울을 통해 자기자신의 결점과 여러가지 약한 곳을 정확히 볼 수 있을 것이다.”

김한순씨!

활기에 찬 가정, 평화로운 가정에도 한쪽으로는 어두움의 그늘이 있는 것이다. 불행한 사고로 먼저 세상을 떠난 아들도 있다. 혼자된 젊은 며느리와 손자 2명, 지척간에 살고 있는 손자들과 며느리를 위해 김한순 여사는 언제나 마음으로 함께 살고 있는 것이다.

그 가족들에게 삶의 의욕을 돋우고 용기를 잃지 않게 하기위해 자신의 삶보다 더욱 소중하게 아끼며 그들을 위해 몸을 던져가며 오늘도 넓은 논을, 며칠 있으면 추수할 논을 응시하고 있다. 말없이 응시하는 어머니의 심정, 자연만이 알고 이해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살고 있는 김한순 여사.

오늘을 살고 있는 노인들은 거의 다 젊었을 때 자신의 노년을 준비하고 대비할 여유도 없었고 그래야 할 이유도 몰랐던 세대를 산 사람들이다.

모월간 화보잡지 8월호에 당진의 거물급(?) 인사 7명의 르뽀가 게재됐다. 5명은 선출직 인사이며, 2명은 임명직이다. 한결같이 공적 자랑에 너스레를 떨었으며 앞으로의 멋진 설계도 제시했다. 필자는 이 기사내용을 탓하자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그네들의 어버이와 같은 오늘을 사는 노인들의 복지문제는 단 한마디도 없었다는 데 서운했을 뿐이다.

마을마다 몇천만원씩 돈을 들여 경노당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그리고 1년에 몇십만원의 보조금 명목으로 난방비도 지급하고 있는 것이다. 고마움을 금할 수 없다. 그러나 당국자들은 심사숙고하여 경로당과 노인들에게 더좋은 활동성과 운영의 묘를 제시하여 줌으로써 노인들이 편안하고 소외되지 않은 노후생활을 영위해야 할 의무와 그 권리도 있음을 몸으로 체험하게 하여야 될것이다.

노인들은 경제적 어려움, 건강문제, 사회와 가족으로부터의 소외, 역할상실, 부양부재등의 어려움을 겪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이런 문제의 해결을 위해 대외적인 홍보물에 말한마디도 없다는 데 실의를 머금는 것이다.

가장 시급하고 당면문제를 외면하였다면 큰 착각속에 살고 있다고 노파심에서 충언을 하고 싶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