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아비의 독백

손 춘 희

그립소, 그때가 그립단 말이오.

쥐솔은 밀집이라도 그 위로 동이 트고

한 벌뿐인 낡은 옷이 아침 이슬에 적셔도

그 때가 좋았오.

들녘엔 곡식이 가득하고

외로움을 씻어줄 작은 도랑도 하나 있소.

태양빛은 거저라오.

가끔 찾아오는 반가운 도적떼도 조금 나누면 그뿐이라오.

다리 하나 없다해도 바람에 기대면 그뿐이라오.

못난 이 얼굴도 마음만은 항상 웃는다오.

손도 없고 발도 없소. 바람에 풍화되어가는 뼈 뿐이라오.

분골의 시간을 함께하는 친구도 없소.

어쩔 수 없나보오.

내 뼈는 썩어져 바람에 날리우오.

그 땐 하늘만이 내 친구라오.

어쩔 수 없나보오.

어쩔 수 없나보오.

서야고 2 / 시사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