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섭씨
합덕 중, 농고의 산파역
합덕중, 농고에서 18년간 서무과장
“옛 선배님들과 같이 우리도 함께 합덕의
발전을 도모한다면 못할것이 있겠습니까”
황희는 고려말, 조선조 초의 문신으로 육조판서를 두루거치며 조선 역사상 가장 오랫동안 정승자리에 있었던 사람이다. 조선조의 개국공신도 아닌 그가 바람많은 정승자리에 18년을 재임할 수 있었던 것은 남다른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려운 시대 상황에서 그의 편린(片鱗)속에 우리들이 서 있는 지금의 자리를 조명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것 같아 누구나 몇번이고 듣고 들은 얘기를 써 보는 것이다.
어느날 계집종과 사내종이 다툼을 하다 황희에게 옳고 그름을 판단해 줄것을 청하게 된다. 먼저 계집종의 하소를 듣고 난 황희정승은 “네말이 옳구나 옳다”라고 얘기했다. 그런데 곧이어 사내종의 하소를 듣고 나서도 똑같은 대답을 하는 것이었다. 방안에서 그 판결을 듣고 있던 부인이 하도 기가막혀 “이쪽이면 이쪽이고 저쪽이면 저쪽이지 어찌하여 이쪽도 옳고 저쪽도 옳으냐”는 질문에 “당신 말도 옳소”했다는 얘기다. 바로 그것이 그가 18년 정승자리를 지키며 나라의 정치를 할 수 있었던 지혜였으며 중도(中道)의 삶을 살아가는 대범한 모습이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높은 사람, 보통사람들이 사회생활에 있어 이렇게 중도를 지켜가며 이웃과 친교를 맺어가면서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가? 나 스스로 돌이켜 보면서 세모(歲暮)의 끝자락을 밟고 있는 오늘, 난 5분이라도 우리들이 남겨논 발자욱을 더듬어 보면서 새해의 설계를 하고 더 밝은 새날, 더 밝은 휘황찬란한 새해의 햇살을 받기위해, 또 맞이하기위해 자성의 시간을 가져보자는 뜻인 것이다.
논어의 공자가어(孔子家語)를 보면 사람의 품격이 소인(小人), 용인(庸人), 사인(士人), 군자(君子), 현인(賢人), 성인(聖人)으
로 나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더 높은 품격을 탐낼것이 아니라 소인을 넘어서 용인의 됨됨이는 갖추고 살자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용인이란 대세대로 삶을 사는 보통사람을 말하기 때문이다.
요즘 사람들은 자기자신만을 위해 행동하고 말하고, 즉 자기중심적이며 이기적인 사람들로 겹겹이 쌓여있다고 말을 하고 또 필자가 느끼기에도 이런 사람이 우리주위에 널려있음을 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마음속으로 허전함을 느끼고 스스로 괴로와하면서 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허전하고 텅빈 마음을 자기 나름대로 보상하기 위해 허풍을 떨고 유명한 인사들을 자기친구라 하거나 또 잘아는 친지처럼 떠벌이고 다니며 모든 사소한 문제도 권위와 모양새를 내세우는 체 하고 있음을 흔히 보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행여나 정치인을 자처하거나 지망하는 자가 있다면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황희정승과 같은 중도를 지켜감이 앞으로 그림 그리기에도 모양새를 갖추었다고 보는 것이다.
박인섭(61세)씨!
30여년간 합덕을 지켜가며 살았고 합덕인들과 중도를 유지하면서 허물없이 웃사람, 아랫사람 친교를 맺고 살고있는 사람이다.
박인섭씨는 필자와 마주앉아 얘기하며 음정을 높인다.
“세계화로 가는 길목에서 합덕인들도 해야할 일이 있습니다. 연호방죽을 복원하자는 것입니다. 물론 쉬운 문제는 아니지만 차근차근 매듭을 풀어가기 시작하면 언젠가는 옛모습의 연호방죽으로 살려 놓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 20여년전만 하여도 30여만평의 연호방죽에는 연꽃이 온 방죽을 덮었으니 아주 장관을 이루어 관광지로의 몫을 크게 하였었다. 그리고 방죽둘레 4Km가 넘는 뚝에는 아름드리 벗나무가 있어 벗꽃철에는 벗꽃잔치, 그리고 겨울에는 철새들이 겨울을 지내는 곳으로 기러기떼들의 질서있는 묘기에 넋을 잃은 구경꾼들로 성시를 이룬곳으로 그야말로 사계절, 전천후 관광지였던 것이다.
박인섭씨는 합덕중, 농고에서 18년간 서무과장으로 근무하면서 오늘이 있기까지의 중, 농고의 산파역을 맡아 헌신했으며 또 학교의 살아있는 증인의 한 사람이다.
“합덕중, 농고가 지금의 위치에 있기까지는 합덕사람, 순성, 면천, 우강사람들이 한데 뭉쳐 성금을 내었으며 학교육성에 한마
음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작고하신 장백룡 선생은 10만평의 학교부지를 희사하였고, 송지원 선생은 섭외를 담당, 서울, 대전등지로 다니면서 큰 일을 하셨구요. 지금 생존해 계신 장정환 옹도 큰 몫을 하신 분들입니다”
30여년전 합덕의 우리 선배들은 합덕의 발전과 합덕을 더 키우기 위해 한마음, 한뜻으로 뭉쳐 사심없이 큰 일들을 해내셨던 것이다.
“옛 선배님들과 같이 우리도 함께 합덕의 발전을 도모한다면 못할것이 있겠습니까. 합심하여 뜻을 모았으면 합니다. 옛 연호방죽을 살리기 위해”
노인들이 보여주는 지혜와 지위 높은 사람이 주는 뜻깊은 충고는 지극히 훌륭한 것이다. 풍부한 경험은 노인들의 명예이며 노인들의 영광은 백발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