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 성 원 중국 산동성 중의원 원장
무료봉사는 생명의 당연한 요구
음력 6월 보름날은 유두날이다. 금년에는 7월 12일이었다.
혜원 신윤복의 풍속화중 농염한 자태로 목욕을 하는 여자의 그림이 있다. 상반신을 홀랑 벗고 드러난 양다리로 아무런 구애없이 주저앉아서 때를 미는 여자의 그림이다. 이 그림은 당시 우리나라의 풍속을 엿볼 수 있는 한 장면이다.
지금은 개량주택과 아파트로 각 가정마다 목욕탕 시설이 거의 갖추어져 있고 또 온천장 개발과 대중목욕탕이 동네마다 두서너개씩 있지만 필자의 유년시절만 해도 읍면단위에서는 대중목욕탕을 볼 수도 없었다. 낙후된 것중에서도 꼴찌쯤에 머무른 것이 목욕문화가 아닌가 생각한다.
남자들은 냇가에서 웃통 벗고 몸을 씻을 수가 있었고, 들일 하고 집에 들어서면 등목을 할 수 있었지만 부녀자들이 목욕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부녀자들이 목욕하려면 집에서 더운 물을 끓여 대개는 부엌이나 광속 등으로 숨어들어 조심스럽게 함지박에 물을 떠놓고 몸을 씻는 형편이었다. 그것도 한밤중에나 할 일이었다.
세시기에 보면 유두날은 부녀자들이 동류수(東流水)로 몸과 머리를 씻는 풍속이 있던 날이다. 이래야 집안에 불상사를 털어버릴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유두날에 부녀자들은 물맞이를 하려고 물좋은 으슥한 산골짜기를 찾아서 물맞이 놀이를 벌였던 것이다. 또 중노년층의 남자들은 풍병(風病)을 막는 비방으로 물맞이가 좋다고 하여 물줄기가 센 폭포수등을 많이 찾아 들었던 것이다.
내 기억으로는 당시 논섬지기나 하던 부유층 사람들은 유두날을 전후해서 삼삼오오짝을 지어 개성의 박연폭포, 광주 무등산의 물통폭포등을 찾아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유두날이 며칠 지났지만 젊은이들에게 우리의 옛풍속을 단편적으로나마 알리기 위해 써본 것이다.
마성원씨!
마성원(59세)씨는 중국인으로 한방, 양방을 겸한 의사로서 지금은 한방을 전문으로 하고 있으며 중국 산동성 래서시 중의원 원장이다(한국에서는 한의사라고 하지만 중국에서는 중의사라고 함).
한국의 의료계 시찰과 학술세미나 참석차 왔는데 며칠틈을 내어 합덕에 왔다. 합덕대건노인대학에서 초청하여 강의도 듣고, 진료도 받고, 또 중국의 여러가지 사정도 들어보기 위해서였다.
우리의 생명은 어떤 생명인가. 천상천하에 오직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목숨이며 하느님께서 나에게 주신 존귀한 생명이요, 부모님이 낳아주신 귀중한 목숨이다. 온 천하를 다 주어도 바꿀 수 없는 절대적인 생명인 것이다.
어떤 직업이던 윤리와 도덕이 요망되고 있지만 특히 의사에게는 윤리적인 면이 더 강하게 요구된다. 의사란 바로 하나밖에 없는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것을 천직으로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술은 인술이라고도 한다.
근래 와서 의사들과 병원 종사자들의 집단적인 파동이 가끔 일어나고 있는데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의사란 직업은 다른 직업과는 달리 생명을 대상으로 하고 환자를 취급하는 것이니만큼 환자의 곁을 떠날 때에는 언제나 윤리상의 비판을 받게되는 것이다.
의과대학이나 부속병원 정원에 반드시 “히포크라데스” 선서의 석조물이 세워진 것을 볼 수 있다. 그만큼 인간의 생명을 존중한다는 뜻으로 여러사람이 볼 수 있는 장소에 세워놓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성원 원장은 중국 사회주의 체제하에서 성장하고, 공부하고, 의사로서 진료를 하고 있다. 마원장은 병원장으로 월급은 천원(우리 돈으로 10만원) 받고 있으며 병원의 운영은 국가에서 맡고 있으므로 환자를 진료하는 데 수가와 같은 관계는 필요없단다. 그래서 환자를 대하면 기초에서부터 종합적인 진료를 하게 되므로 시간도 상당히 걸리지만 더 정확한 원인파악에 열중한다고 설명을 한다.
어떤 의대교수가 농반으로 얘기하는 것이 기억난다.“자본주의 국가에서는 의사들이 병원을 위해 일하지만 사회주의 국가의 의사들은 환자를 위해 의술을 편다” (오해는 없기 바란다)
마원장은 이날 합덕에서 노인 40여명의 진료를 실시하고 강의도 하였다. 그런데 모두 다 노인대학에서 무료로 봉사하는 것이라고 하였더니 퍽이나 의아해 한다. 물론 사회주의 국가체제에서는 봉사라는, 특히 무료봉사라는 말이 적당하지 않을 것이다. 각자에게 맡겨진 임무와 의무를 다하였을 때 국가에서 주는 돈이나 물품을 배당받기 때문이다. 무료봉사할 시간도, 생각도 염두에 두지 못했을 것이다.
의사들은 언제나 존경을 받아야 한다. 지역사회의 중요한 지도자인 의사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존경을 스스로 멀리하는 경우가 눈에 띄어 안타까운 심정이 들 때도 가끔 있었다.
마원장은 비록 사회주의 중국에서 병원장으로서 의술을 펴고 있는 사람이지만 우리 합덕에 와서도 그처럼 진지하고 열성적으로 진찰하는 데에 감명을 받았다.
그러나 무료봉사하는 의의를 깨닫지 못하였을 때는 크게 아쉬움도 남겨주고 떠나간 것이다. 마성원 원장님! 무료봉사의 의의를 간략하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우리의 생명, 우리의 자연등 모든 것이 하느님께로부터 거저받은 것이니 우리 이웃들에게 조건없이 베푸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