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준 모 (대건산악회 회장)
산이 있어 거기 오르고 올라봐야 뜻을 안다
계룡산 서북쪽 암성(岩城)의 능선을 따라가는 산행은 계룡면의 신원사를 기점으로 하여 문필봉과 관음봉 정상에서 금잔디 고개를 거쳐 갑사로 하산하는 진로이다.
가을에 첫 산행은 신원사에서 출발, 2시간이 걸려 관음봉 정상에 우뚝섰다. “산이 있어 산에 오른다”는 산악인들의 말과 같이 누가 오르라고 하여 힘든 고행을 이겨내면서 올라왔겠는가. 거기 산이 있어 산에 오른 것뿐이다. 내 건강을 위해, 맑은 공기, 진세에서 쌓여 있던 마음의 찌꺼기를 털어낼겸 힘든 오르막을 기어올라왔고 바위틈을 아슬아슬하게 뛰어넘어 땀범벅이가 되어 올랐다. 정상에 올라 깊은 숨을 토해내니 발아래 펼쳐지는 장관에서 짜릿함을 맛보기 위해 올라왔음을 결코 후회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가을의 물이 들어 붉게, 노랗게 단풍든 산자락을 내려보면서 만끽하는 순간순간의 그 맛 때문인 것이다. 어떠한 일상사의 짜릿한 맛이 여기에 비교될 수 있겠는가. 발아래로 뻗어 내려가는 능선과 능선, 골짜기등의 오묘한 자연의 신비를 맛보다 보면 저절로 독실한 신앙인이 되는 순간이다.
하느님께서 천지를 창조하시고 “참 좋았다”는 그 자연을 관음봉 정상에서 내려다보니 저절로 좋아지며 즐거움이 더해가는 것이다. 이 아름다운 자연을 당신의 모습을 닮은 인간으로 하여금 다스리게 하셨음을 성서는 우리에게 가르쳐준다.(창세기 1장)
자연환경은 하늘이 거저 주신 선물이므로 사람들은 하늘의 섭리에 따라 올바로 가꾸어 나가야 하는 것이고, 인간들이 자신들의 욕심을 앞세워 경제발전이라는 이름으로 이를 함부로 다스릴 때 커다란 재앙을 불러일으키게 되는 것임을 우리는 뼈저리게 맛보고 있는 것이다.
모든 자연은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준다는 생각을 버리고 이제부터는 후손들의 것인 자연을 지금에 사는 우리들이 잠시 빌려쓰고 있다는 마음으로 탈을 바꾸어야 할 때이다. 남이 아닌 내 자손들의 물건을 빌려 쓴 어른으로 더 가꾸고 아름답게 보존했다가 돌려주어야 어른으로서 할 경우이지 훼손시키고, 있었던 것을 없애버리고, 엉망으로 만들어 놓고 돌려준다는 것은 양심에 어울리지 않는 것이다.
이글거리면서 붉게 타올라야할 계룡산의 단풍은 밝지가 않다. 죽어가듯 시들시들한 빛깔이 영 마음에 안든다. 산림청이나 환경청에서 어떠한 대답이 나올까 걱정스러워 묻지 않았으나 식물학자인 김교수에게 전화상담을 하였더니 “대기오염에서 오는 아황산가스 때문에” 그렇다는 대답이다. 시들하게 죽어가는 곱지 않은 단풍이 우리생활에서 내뿜는 각종 매연때문이라는 말에 겁이 덜컥 난다. 원형대로 살게하여 선명하고 붉은 단풍을 다시는 관상할 수 없음을 두려워 하게 되는 것이다.
안준모씨!
안준모씨는 대건산악회 2대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첫번째 산행을 계룡산으로 잡았다. 그리고 50여명의 회원들과 무사히 산행을 한것이다. 안준모씨는 7~8년전부터 가까운 친지들과 함께 바쁜 시간을 내어 산을 즐겨 찾았는데 이번 계룡산 산행이 38번째의 등산이라고 하면서 그는 등산이 끝나면 꼭 산행일지를 기록한다고 말한다.
좧말 없는 청산이요/태(모양)없는 유수로다/값없는 청풍이요/임자없는 명월이다/이 중에 병없는 이몸이/분별없이 늙으리라좩
임진왜란 때 좌우참판을 지낸 성혼의 싯귀절이다. 이글에 나타난 본뜻은 모든 이들에게 골고루 베풀어지는 대자연의 무한한 가치를 역설적으로 풀이한 것으로 읽고 있다.
안준모씨!
안준모 산악회장은 회원으로서 꼭 갖추어야 할 덕목은 산에 오르기 전에 마음자세부터 가다듬어야 하며, 산을 절대적으로 두려워할 줄 아는 것이 첫째라고 한다. 산은 말없이 서 있으며, 인간이 하자는 대로 내버려두고 있는 것이다. 산을 사랑한다는 것은 산의 정기와 사람의 마음이 통할 때 산으로의 값을 인간에게 주는 것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산을 위해 인간들의 나쁜 심성을 버리고 산을 위해 완전히 봉사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산의 정상에 올라가 서 있어라! 높으면 높을수록 좋을 것이다. 갖가지 공해에 꽉차 있는 세속에서 맑은 공기를 우리에게 공짜로 주고 있으며, 죽음에서 생명을 다시 살아나게 하고, 불의가 판을 치는 사파세계에서 정의를 알려주고, 비인간적인 것들이 득실거리는 곳에서 인간미를 드러내고, 풍족한 애정을 맛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산, 산인 것이다.
안준모씨는 38회의 산행중에서 가장 마음이 들었던 산은 경북 문경에 위치한 주흘산을 꼽는다. 주흘산은 인적이 드물어 관광지화 되지 않았고 자연 그대로 보존되어 태고의 신비를 맛볼 수 있는 곳이라 한다. 안준모씨는 매번 산행을 하면서도 그 지방의 풍속, 언어, 풍물, 생활상, 가옥의 건축상, 산세와 산행로등을 관찰하고 산행일지에 꼭 기록을 담아두는 면밀한 사람이다. 그러면서 회원들의 장비에 대해 한마디 한다.
“등산화, 등산복, 비옷, 점퍼, 물통, 상비약등은 기본이고 겨울에는 아이젠은 필수”라고 강조한다. 안준모씨의 등산에 대한 풍족한 지식은 38회씩이나 산행을 하면서 얻어진 경험이며 산악회의 리더로 모든 회원에게 존경을 받을만한 큰 덕목인 것이다.
안준모씨는 임기중 모든 회원들이 진정으로 산을 좋아해서 산을 찾아가는 등산인으로 되는 것이 큰 바램이라 한다. 대건산악회는 합덕대건신용협동조합에서 주관하는 모임으로 남녀노소 차별없이 조합원을 위한 모임이지만 3년동안 등산을 함께 한 필자로서 제언이 있다면 산악회와 드레킹회를 나누어 따로 모임체를 이끌었으면 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