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의 애환과 기쁨 함께하는 베테랑 집배원

김 근 옥 합덕우체국 집배원

매년 12월 31일 자정, 서울의 보신각 종을 타종하는데 구천(九天)으로 묵은 해가 지나가며 새해가 되었다고 고하는 행사로 종을 치는 것이다. 우리들은 현장의 생생한 종소리를 듣지 못하고 TV중계로 간접적인 소리만 듣는 제야의 종소리인 것이다.

해가 서산에 걸쳐 넘실넘실 넘어갈쯤 산사(山寺)에서 울려퍼지는 예불을 알리는 종소리를 들을 때 마음을 편안하게 사로잡게 되는 것을 느끼며 부처님의 자비스러운 가르침이 피부에 스쳐감을 맛보게 된다.

새벽에 교회에서 울리는 종소리는 하느님의 거룩한 말씀을 전하는 종소리였는데 “안면방해”가 된다고해서 우리 귀에서 사라진지 10여년이 되었으니 지금에 와서는 무척 아쉬움을 남게하는 일임에는 틀림이 없다.

종을 얘기하자면 경주박물관 뜰에 있는 “에밀레종”을 단연 으뜸으로 치고있는 것이다. 에밀레종은 1천2백여년전에 만들어진 종으로 애틋한 사연이 담긴 종인데 그 종소리는 “엄청나게 큰 소리이면서 이슬처럼 영롱하고 맑다”라고 표현들한다. 맑고 고운 에밀레종을 경주에서는 5~6년전에 새벽 6시에 타종을 하여 경주시민들과 경주를 찾는 나그네들에게 큰기쁨과 선물을 주었는데 지금은 매일 타종하지 않고 제야의 종소리로만 울린다고 한다. 모두가 지나가버리는 과거사로 치부되니...

경주에 있는 에밀레종을 똑같이 2개를 복제하였다. 그 하나는 1986년 미국건국 2백주년을 기념하는 선물로 “우정의 종”이란 이름을 붙여 미국 로스엔젤레스 어느 공원에 안치되어 있고, 또 하나는 서울 종로 보신각에 매달려있는 종인 것이다. 전문가들의 말로는 복제품이 진짜 에밀레종의 소리를 따르지 못한다고 한다.

TV로 중계하는 제야의 종소리를 듣게 되면 우리들은 지난해의 모든 근심과 덧없는 걱정거리를 씻어내며 새해에는 더 좋은 일만 일어날 것이란 기쁜소식을 알려주는 종소리로 알아듣고 기운이 솟구치는 정감을 느끼는 것이다.

에밀레종에는 그 몸체에 1천여자의 명문이 새겨져있는데 “... 눈으로 보아도 알지 못하며, 진리의 소리가 천지간에 진동하여도 그 메아리의 근본을 알지 못함으로 부처님께서는 신종(神鍾)을 달아 진리의 소리를 듣게 하셨다...” 계속해서 “신종이 만들어지니 그 모습은 산처럼 우뚝하고 그 소리는 용의 읊조림같아 위로는 지상의 끝까지 다하고, 밑으로는 땅속까지 스며들어 보는 자는 신기함을 느낄 것이요, 소리를 듣는 자는 복을 받으리라”

종은 기쁜소식을 전하며 자비로움을 깨우치는 소리이다. “딩딩”하면서 길게 꼬리를 달고 여운을 남기는 종소리는 마음의 평화를 주고 맑은 정신을 가져다 주는 기쁜 소리임에는 틀림없다.

김근옥씨!

김근옥씨는 17년째 합덕우체국에 근무하는 베테랑 집배원이다. “둥근 모자에 큰가방을 맨 멋쟁이 아저씨”이다. 이런 글귀는 흘러간 동요에 나오는 아름다운 낱말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은 오토바이에 우편함을 달고 다니는 고된 일꾼에 지나지 않는다고 본다.

기쁜소식, 반가운 소식을 배달하는 집배원이었고 글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편지를 읽어 함께 공감하고 기뻐하고 눈물을 짓던 일도 옛날 필름에 나오는 신파조 영화장면이다. 군인간 아들의 건강한 모습의 사진을 동봉한 편지도, 시집간 딸이 첫아들 낳고 좋아하는 사연의 편지들은 사라진지 오래되었다는 것이다.

지금 김근옥씨가 하루 1천여통을 배달하는 우편물은 세금고지서, 청첩장, 단체등의 공문서등이 주종임으로 집배원이 집안으로 들어서는 것을 반기는 사람은 없다고 한다.

김근옥씨는 집배원 생활하면서 곤욕도 여러번 치루었다. 한번은 촌으로 배달갔다가 사무실에 왔는데 파출소에서 호출을 했다. 내용은 집배원이 지나간 코스의 집에서 비디오 기계를 도난당했다는 신고가 접수되었는데 그 시간에 그 집앞을 통과한 사람은 집배원밖에 없으니 조사를 받으러 출두하라는 명령이다.

파출소에 출두하여 “그 집은 우편물이 없어 가지도 안았다”고 설명을 하였으나 들어주지 않았다. 증거물로 진창에 나있는 신발자국이 남아있다며 현장검증까지 했다. 그러나 그날은 비온 뒤라 장화를 신고 배달을 하여 발자국이 틀려 혐의가 풀렸다고 한다.

또 들판으로 자전거 타고 가다가 보니 봇도랑에 아주머니가 빠져 허우적거리는 것을 목격하고 건져드리고 집으로 연락하여 모시고 가도록 조처하고 사무실에 들어오니 파출소에서 호출이 왔다. 물에 빠진 아주머니가 이웃사람과 싸움을 하였는데 싸움경위를 증인으로 진술하라는 것이었다.

“나는 공무중 물에 빠진 것을 건져드렸는데 싸웠는지, 실족했는지 전후의 일은 모른다”고 여러번 변명아닌 설명을 하고 파출소 문을 나섰다고 한다.

인도 성웅 간디는 “크리스도는 믿지만 크리스챤은 믿지 않는다”는 말을 남겼다. 김근옥씨는 독실한 가톨릭 신도이며, 교회의 등뼈역할인 복지회장을 2년 임기로 맡고 있다. 집배원으로 가정마다 종을 울리며 기쁜소식을 전하고 있고, 그는 건실하고 착실하게 일하고 있으며 하느님의 복음을 실은 천사의 메아리를 은은하게 풍기면서 사는 사람이다.

교회에서 크고 작은 직책을 맡고 있으면서 교회밖에서는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는 이율배반적인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고, 모범을 주는 크리스챤이며 공무원인 집배원으로서의 김근옥씨를 만날 때마다 존경이 절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