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이름이 오래 남기를 바라거든 덕쌓기를 게을리말라”
문 정 호 옹 버그네동우회장
역사는 언제나 결과만이 분명하게 기록되고 기억되는 법이다. 상황의 조건이 아무리 불가피하고 정신적 고뇌가 얼만큼 컸다해도 그것은 이내 잊혀지고 사라지게 마련이다.
60년대에 청렴하기로 세인들에게 떠들썩한 화제의 인물이 된 김홍섭 서울고등법원장은 생시에 어떤 죄인에게 사형을 판결한 것에 마음을 아파하고 고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법복을 벗고 수도원의 종지기(문지기)가 되기를 갈망하다가 타계한 판사였다.
2천년전의 본시요 빌라도는 누구였나? 그는 예수가 살아있던 그 당시 예루살렘을 통치하던 로마인 총독이었다. 그는 유다인의 대제사장과 장로들에게 붙잡혀 온 예수에게 죄없음을 알고 수차에 걸쳐 “나는 그에게서 아무런 죄도 찾지 못했다”라고 말하면서 예수를 놓아주려고 하였지만 흥분한 유다인의 대제사장들과 군중의 뜻을 누르지 못하고 마침내 예수를 십자가에 못박기위해 그들에게 넘겨주고 말았던 것이다.
결국 “나는 이 의로운 사람의 피에 대하여 책임이 없다”고 말하면서 예수의 죽음이 자신의 책임이 아님을 밝히기 위해 손을 씻으며 물러났던 것이다.
본시오 빌라도는 귀가 있으나 듣지 못했고, 알고 있었으나 의를 행하지 못하였다. 그는 의로운 사람 예수를 십자가에 못박아 죽게 한 자가 되었다. 오늘날에도 또 영원히 전세계 10억이 넘는 가톨릭 신도들에게 매일 한번이상 “본시오 빌라도 치하에서 고난을 받으시고 십자가에 못박혀 죽으신 예수...”에서처럼 그를 기억하고 입에서 입으로 끊임없이 쉬지 않고 불려지고 부끄럽게 들추어지는 악명의 사나이 본시오 빌라도가 되었던 것이다.
인간은 여러가지 욕망의 주체이다. 산다는 것은 욕망을 채우기위해 끊임없이 활동하며 욕망을 실현하기 위한 부단의 노력을 하고 있다. 바로 욕망이 충족될 때 만족감과 성취감, 행복감을 느끼며 살고 있는 존재들이다.
그 욕망이란 식욕, 성욕, 물욕, 명예욕, 권력욕등등이다.
동물들은 욕망이 없기 때문에 정신질환에 잘 걸리지 않는다. 낮에 일하고 밤에 잘 자고, 배가 부르면 그 이상의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인간처럼 자기의 욕망을 채우기위해 강박적으로 일하는게 아니라 오직 생존을 위해 일하면서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는 것이다.
공자의 손자 자사(子思)가 지은 사서(四書)중 한권의 대학에는 “덕윤신, 심광체반”이라 하였으니 덕은 몸을 윤택하게 하고, 마음을 넓고 풍복하다 하였다. 내 이름이 역사에 오래 남기를 원하고 자기의 이름이 천추만대에 길이 빛나기를 바란다면 명예에 앞서 덕 쌓기를 게을리하지 않아야 된다는 말씀으로 이해가 되는 글이다.
문정호 옹!
문정호 옹은 지난 여름에 희수(喜壽)를 지냈으니 금년 78세의 고령이다. 그러나 마음과 몸이 젊은이 못지않게 건강하고 솔직담백하면서 쉬지 않고 스스로 할일을 찾아 즐겁게 여생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버그네동우회라는 친목회를 앞장서 조직하고 회장을 맡았으니 더욱 바쁜 나날을 이어가면서 왕성하게 활동중이다. 회원들의 면면을 보면 교장 2명, 공무원 2명, 언론인 1명, 농업 2명, 사업 5명(전직을 말함)등 직종부터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는 것이다.
겉으로는 다른 친목회나 다를 바 없겠지만 버그네동우회 계획은 더 먼곳을 향해 각 회원들의 경륜을 십분 활용하면서 버그네의 발전을 위해 일익을 담당할 굳은 의지가 내포되었으며 생의 마무리를 위해 한점의 흑점도 남김이 없이 살겠다는 표정을 읽을 수 있다.
합덕 중동노인정은 갈곳없어 콘테이너 박스를 시장 모서리에 세워놓고 일년 이상 되었으나 누구하나 들여다 보지 않는 요즘의 인심을 누가 탓할 것인가. 여름에는 더위에, 겨울에는 추워서 출입이 많지 않는 콘테이너 박스.
문정호 옹은 매사에 적극적이다. 90년도에 대건노인대학에서 학생모집 공고가 나가자 첫번째의 손님으로 원서를 냈으며 학적부에 1번으로 오른 일호의 학생이었다.
합덕대건노인대학 건물은 대건신협의 것으로 90년부터 무상으로 임대하여 사용하고 있었다. 최근에 신협의 사정에 의하여 매각한다는 공고가 나붙었다. 문정호 옹은 공고에 아쉬움을 나타낸다.
“늙은이라서 경제적 여유가 없기 때문에 가타부타 할 처지는 못되지만 30년전 신협 창립당시부터 밑거름이 된 오늘의 늙은이들을 외면하면 안되는 것이다”라고 일침을 가한다.
대건신협에서는 본관 지하실을 깨끗하게 개조하여 노인대학을 계속 운영하도록 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해서도 노인들은 탁 터놓고 말은 안하지만 찝찝하게 생각들 하고 있는 모양이다. 언제인가 저승으로 갈 때는 육신은 땅속에 묻히는 것인데 미리 예행연습이라도 하는 것처럼 지하실로 오르내리는 것이 못마땅한 것이며 모양새도 좋지 않다고들 한다.
신협이란 돈장사에 국한된 곳이 아니다. 또 이사들은 전문직종도 아니다. 그저 조합원을 대신한 3년간의 명의직 이사들이다. 늙었다고, 예수신의 활동이 정체되었다고 만의 하나라도 장애물 취급했다면 큰 오류를, 잘못된 판단을 했다면 후세까지 큰 오명을 쓸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정호 옹이 이끄는 버그네동우회가 오래오래 회원간 친목을 다져가면서 버그네 마을의 원로들로서 구심점 역할을 담당할 것을 기대해보는 마음 간절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