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식하지 말라 용기를 갖고 운명을 박차고 나가라
유 인 홍 우강면 세류리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절대로 무한한 것이 아니다. 길거나 짧거나 한정되어 있는 것이다. 잘 사는 사람은 그 시간을 귀하게 여기면서 잘 쓸줄 아는 사람이고, 잘못사는 사람은 모처럼 자기에게 주어진 귀중한 시간임에도 그걸 모르고 죽을 쑤면서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시간이란 강물처럼 한번 흘러가 버리면 다시 되돌아오지 않으므로 흘러가는 것이지 결코 오는 것이 아닌 것이다.
우리는 돈이나 물건은 아까워 하면서 덧없이 흘러가는 시간은 허송하면서 아까워할 줄 모르고 지내게 된다. 바로 이 순간도 시간은 영원속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이다.
미국 영화중에서 서부 개척자들의 장면을 자주 대하게 된다. 포장마차를 타고 몇개월이든 서쪽으로 달려가 황야 가운데 자신이 목재를 잘라 집을 짓는 아버지, 그러한 아버지는 주제도 험하고 학문도 없다.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나 가족을 이끌고 독립하는 길밖엔 없었던 것이다.
가난해도 좋고 온가족은 개척자처럼 강하나, 치졸한 것이다. 이런 영화장면을 볼 때마다 가정은 안으로부터 힘이 넘쳐 나오고 있을 때 맑음을 보게 되며 그 가장은 사나이중에 사나이, 한집안의 아버지답게 강한 인상을 받곤 한다.
좧미카엘 엔더좩의 동화 ‘모모’에 나오는 한구절을 소개하면 마을 사람들은 무슨 일이 생기면 폐허가 되어버린 원형극장으로 고아 소녀인 ‘모모’를 찾아간다. 그들은 모든 것을 그 어린소녀에게 털어놓는다. 다만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 들어볼 뿐인데 방황하는 사람들은 정착을, 나약한 사람들은 용기를 갖게 되고, 불행한 사람과 억눌린 사람들은 신념과 기쁨을 느끼게 된다. 그들은 그렇게 함으로써 자기자신들의 눈을 떴던 것이다.
지금 인심이 각박하여 어지러운 세상, 이기주의가 골수깊이 박혀 나 아닌 이웃은 생각하지 않고 지나쳐 버리는 세상사에 ‘모모’와 같은 소녀를 한번쯤 만나보았으면 변화되는 우리들의 삶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유인홍씨!
“팔자소관”이라는 말이 있다. 최선을 다했는데 일이 뜻대로 안되면 우리는 곧잘 이런 탄식을 한다. 확실히 어떤 지혜와 힘으로도 이루기 어려운 일이 많다. 그것이 잘못된 희망이라면 빨리 버려야 하겠다. 또 역부족이라면 차후를 기다려 용기를 잃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운명의 장난이 재산을 빼앗아갈 수는 있으나 마음의 용기까지 빼앗아 가지는 못한다. 인생의 참된 재산은 무엇보다 용기이다. 용기가 있는 한 실패에 탄식하지 않고 운명을 박차고 나갈 수 있다. 탄식한다고 해서 엎질러진 물을 다시 그릇에 담을 수 있겠는가? 인생에서 가장 쓸데없는 것이 탄식이며 무엇을 얻을까 고민하기 전에 먼저 탄식을 버려라. 운명에 이기는 길은 먼저 자기를 누르고 자기자신을 이겨내는 데 있다”
고대로마의 철학자 세네칼의 말이다.
유인홍씨!
유인홍(68세)씨와 전옥순(63세)씨 부부는 우강면 세류리에서 작은 전답을 의지하면서 산다. 겉으로 보기에는 농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단촐한 농가로 자녀들은 외지에 살고 있으며 부부가 흙을 벗삼아 농사를 짓는 듯 보인다.
그러나 유인홍씨는 팔자소관이라고 넘겨버리기에는 너무나 큰 시련을 겪었고 또 그 시련을 탄식하면서 허송세월을 하지 않은 삶이기에 필자는 독자 앞에서 떳떳하게 글을 쓸 수 있는 것이다.
유인홍씨는 10년전 위암으로 수술을 받고 1년동안의 투병끝에 건강을 찾아 집으로 돌아왔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마음에 생기가 돌아 농사를 짓고 있을 쯤 교통사고로 바른팔이 완전히 마비되고 엄지외에 네손가락을 잃어버리는 비운을 당했던 것이다. 병원생활을 또 반년이상 하였다. 결국 불구자의 몸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세월이 약이라고 시간이 흐르면서 장애자가 된 것을 의식하지 않고 농사일에 재미를 붙이면서 살아갔다. 어느날 유인홍씨는 친척의 혼사가 있어 서울로 출타하였다. 바로 이날 부인 전옥순씨는 풍을 맞고 쓰러졌다.
부인 혼자서 밤중에 닥쳤는데 가누지도 못하는 몸에 아픔을 견디면서 남편 유인홍씨에게 알려야 되겠다는 생각으로 전화 다이얼을 돌렸으나 통화를 이루지 못했다. 정신은 혼미하고 수족은 쓸 수 없고 사경을 오락가락 하다가 이웃 마을에 사는 시숙과 통화가 간신히 이루어졌다.
사투 2시간 후에 시숙과 조카들에게 의지하여 합덕읍내 의원에서 응급처치를 받고 날을 밝힌 후에야 서울 큰 병원으로 옮겨갔다. 너무 늦게 병원에 도착한 탓인지 반신마비가 된 채 6개월여의 병원생활을 끝내고 휠체어에 몸을 실어 세류리 집으로 돌아왔다.
유인홍씨!
유인홍씨는 자신의 불구와 부인의 반신불구가 된지 7, 8년이 지난 지금에는 마음의 아픔이 살아진듯 평온하게 살고 있다. 행복하게 사는 사람은 대개 노력가인 것이다. 헌신적인 노력의 결과로 얻은 기쁨없이는 누구도 참된 행복을 맛볼 수 없는 것이다.
유인홍씨는 농사를 짓고 부인의 식사, 빨래, 간병등 자신도 불구의 몸이지만 모든 어려움을 이기고 일어섰다. 멀고 가깝고를 가리지 않고 부인의 병을 고쳐주기 위해 휠체어를 밀고 달려가기 7년! 남편의 정성에 보답이나 한듯 부인 전옥순씨는 금년 봄부터 지팡이에 의지하여 화장실 출입을 하게 된것이다.
유인홍씨 집은 마을에서 2백여m 떨어진 외딴 가옥이다. 부인 전옥순씨는 “불구의 몸보다 혼자있는 낮동안 외로움이 견디기 어려워 말을 할 사람이 이렇듯 소중한 것을 느꼈다”면서 남편 유인홍씨의 간병에 끝없는 고마움의 말을 이어가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