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없이 살아온 들녘인생
세사람이 다투면 부족하나 천사람이 사양하면 풍족하다
차 연 근 합덕읍 신흥리
경칩! 겨울잠을 자던 개구리가 기지개를 펴고 활동하는 계절이다. 봄은 우리곁에 다가섰다. 지난 겨울은 매섭게시리 추위가 계속되더니 추위가 피부를 자극한 것은 어수선한 정치바람, 장사가 안돼 부들부들 하던 서민들의 마음을 꽁꽁 얼어붙게 만들었던 겨울임에는 틀림이 없다.
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날, 바다바람에 체감온도는 뚝 떨어져 온몸을 얼리면서 한보제철 부도가 터져 취재차 제철소 정문앞에서 몸을 덜덜 떨며 거닐면서 이틀동안을 대기하다 겨우 취재원을 만나 취재를 끝내고 돌아오는 차안에서 한꺼번에 밀려드는 추위를 감내하기에 오랜시간이 흘렀을 때가 생생한 기억으로 남고 있는 것이다.
며칠새 이곳저곳에서 봄의 화신을 알려주는 ‘란’의 전시회가 열렸으니 얼어붙은 우리의 마음도 다소나마 풀리는듯하다. 특히 우리들의 관심사는 자생란, 즉 동양란의 전시회장이다. 순 우리나라의 자생란을 정성을 다해 가꾼 것으로 한란, 춘란, 소심란 등은 이른봄 논뚝에 돋아난 냉이같이 새봄을 알려주는 메신저 역할을 다한것 같다.
비닐하우스에서 다량으로 가꾸어 상품화한 서양란은 꽃이 크고 실하며 보기에 좋으나 향기가 없는 것이 큰 단점으로 여기고 있는데 반면 동양란은 꽃은 작으면서 연약하지만 향기가 있으며 잎은 아름다운 여인네들의 속살을 보는듯 곡선미가 있는 것에 매료됨을 느낀다.
한란은 제주도에서 자생하고 좋은 품종이 많기로 소문이 나 있으며, 춘란계통으로는 호남과 영남지방에서 많이 발견되고 있으며 이중에는 향기도 좋고 우수한 품종이 발견되어 ‘란’ 애호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시중에 대량으로 판매되는 소심란은 값도 적당하고 향기도 좋으며 란의 자태도 일품으로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란의 일종으로 우리가정에서 몇분 정도 항상 곁에 두고 즐기는 사람들이 많음을 볼 수 있다.
란을 기르는 입지조건은 온도, 습도, 햇빛, 통풍으로 이 네가지 조건이 갖추어지면 좋은 란을 길러 번식도 되고 매년 꽃도 볼 수 있게 된다.
사람들도 산골에 은거하며 사는 사람들은 청빈하여 그윽한 맛이 저절로 풍기게 되며, 들에서 농사짓는 사람들은 소박하며 천진한 모습을 그대로 지니고 살아 마치 동양란의 한폭을 보는듯 싱그러운 멋을 품어 정신과 육체가 맑아짐을 맛보게 된다.
차연근씨!
차연근씨는 며칠전 산수(傘壽, 80세)의 큰잔치를 열었던 분으로 노익장(老益壯)의 모델로 하객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 됐다.
우리나라도 선진국과 같이 고령화 사회로 들어섰지만 오늘의 고령자들은 가난했던 시절 온갖 힘든일을 감수하며 지내셨던 관계로 관절염, 뇌졸증, 백내장등 노령자들이 겪는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나 80세의 차연근씨는 5척단구이지만 건강한 육체를 유지하며 젊게 살고 있다.
우리속담에 “구멍 보아가며 쐬기 깎는다”는 것이 있다. 풀이하면 무슨 일이든지 형편대로 적절하도록 일을 꾸며야 한다는 말이다. 무리하게 하는 일이란 대개가 완전하지 못하며 또 과욕이 따를 때는 몸도 마음도 이를 따를 수 없음으로 재산상에 손해와 몸에 질병을 얻는 원인이 되게 된다.
차연근씨는 3남1녀를 두었으나 그 직계손까지 40명이 된다. 팔순 잔치에 모인 하객들으로부터 또 한번 부러움의 환성과 박수가 터져나온다.
차연근씨가 들녘에서 보낸 80년! 그가 평생을 살아온 마을은 원장(갯벌을 막아 논을 만듬)을 만들어 논을 늘려나간 마을이었으나 차연근씨는 땅에 대한 욕심이 없었다. 청년시절(60년전) 운송수단으로는 우마차가 큰 역할을 담당했었는데 우마차를 마련하여 운송업(?)을 했다. 들판에서 생산되는 쌀을 운반했고 산간에서 생산되는 땔감을 들녘으로 가지고 와 판매도 했다. 5척단신이지만 힘은 세 1백kg의 쌀 한가마니는 혼자서 손쉽게 다루는 솜씨와 성실하고 정직하면서 부지런함에 늘 칭찬의 대상이 되었던 것이다.
차연근씨는 이런 성품덕으로 마을에서나 근동에서도 소문이 자자하여 물동량은 넘쳐 흘러 큰 돈도 모을 수 있었던 것이다. 집에서 먹을 양식을 해결하는 최소의 논과 밭을 마련한 나머지는 자녀들의 교육비에 충당했고 이웃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라면 쾌히 돈을 희사하는 큰 마음도 갖고 있었다. 그 결과 오늘날 유복하게 3남1녀를 잘 키워 모두 자기들의 길을 바로 찾았고 손자들 내려보면서 건강하게 살고 있다고 믿는 차연근씨.
도웅선사의 절집에 낯선 사람이 찾아왔다. 그는 스님들에게 마치 수수께끼 같은 질문을 했다.
“스님, 우리집에 큰 솥이 하나 있습니다. 그런데 떡을 찌면 세사람이 먹기에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천사람이 먹으면 먹고도 남습니다. 도대체 무슨 영문이겠습니까?”
많은 스님들은 서로의 얼굴만 멀거니 바라볼 뿐 아무도 대답을 못했다. 그러자 도웅선사가 말했다.
“그야 세사람이 다투면 부족하고 천사람이 사양하면 남을 수밖에...”
삶이란 축적된 경험이 다시 경험을 쌓고 다시 쌓는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모든 경험이 천성이 되고 운명이 될 정도로 스스로를 연마한다면 뜻하는 바 그 방향으로 끊임없이 나가게 되는 것이며 그러므로 참다운 인간의 삶을 살게 된다.
우리나라 곳곳, 구석구석마다 위기가 위험수위에 도달했다. 이럴쯤 모두 도웅선사의 말씀따라 지혜와 슬기를 깨우쳐 처신한다면 좋은 세상, 풍요로운 삶이 반드시 올 것을 믿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