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항 매립지 관할권 소송에서 당진시가 패소한 이후 당진항 관련 중심 의제가 사라졌다. 당진항 발전 논의 또한 동력을 잃고 있다.

그동안 매립지 관할권 회복에만 집중해오면서 소송에서 패소하자 당진항 발전을 위한 새로운 화두가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충남도계 및 당진땅 수호 범시민대책위원회에서는 매립지 관할권 패소 이후 △내항 개발 및 매립 반대 △외항 위주 당진항 분리독립 추진 △서부두 연륙 방안으로 아산만 조력발전소 재추진 △(가칭)당진항발전포럼 개설 등을 주장해왔으나 지역사회가 공감하는 의제로 자리 잡지는 못했다.

이밖에 최근 음섬포구 항만친수시설 조성 추진과 석문산단 국가부두 건설 필요성도 제안되고 있지만 여전히 핵심적인 이슈가 되지는 못하고 있다. 당진항 발전을 위한 화두가 사라진 상황에서 시민사회의 움직임 또한 크게 둔화되고 있다. 사실상 대책위가 해체 수순에 접어들면서 시민사회 구심점도 없어지고 있는 것이다.

평택시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발전 동력을 잃고 있는 당진항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평택시에서는 최근 평택항 활성화 토론회를 개최했으며 평택항 해양항만문화관 건립도 추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평택항 국제여객터미널 배후부지 활용방안을 위한 간담회를 개최했으며, 50여 개 시민사회단체가 평택항 민관통관장 설치를 촉구하는 결의대회 및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특히 매립지 관할권 패소로 인해 지도상 충남도계 내에 평택땅이 위치하게 되면서 평택시가 도계를 다시 그리는 작업에 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2004년 헌법재판소 판결로 서해대교 북단에 위치한 당진항 매립지가 당진시 관할로 확정됐지만, 이후 10여 년 동안 평택시에서는 지방자치법 개정 등을 통해 이후에 조성한 제방과 매립지에 대해서는 평택시 관할을 추진해왔다 이처럼 평택시가 장기적으로 도계 변경을 추진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진시는 이러한 우려에 대해서도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병성 당진항만(주) 대표이사는 “현재 당진시는 당진항에 대해 관심도, 전문성도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당진시가 당진항 매립지 분쟁 관련 기록을 담은 백서 <아산만 분쟁사>를 발간하고 지난달 25일 기념행사를 개최한 가운데, 백서에 치적만 담았을 뿐, 철저한 반성과 미래에 대한 전망은 전혀 담기지 않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백서의 사전적 의미는 ‘정부가 정치, 외교, 경제 따위의 각 분야에 대해 현상을 분석하고 미래를 전망하여 그 내용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만든 보고서’를 뜻하지만 <아산만 분쟁사>에는 이러한 내용이 담겨 있지 않다.

당진땅 대책위 박영규 공동위원장은 “치적과 미사여구만 가득할 뿐 예민한 부분에 대해서는 피해 가고, 잘못에 대한 반성도 없다”면서 “당진항 관련 의제와 이슈가 사라지고 구심점과 동력도 잃어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당진항 문제와 관련해 김홍장 당진시장은 지난달 30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충남도와 함께 당진항 발전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며 “올해 말 용역 결과가 나오면 해양수산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내년도 해양발전종합계획에 당진시와 충남도의 계획이 반영되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