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경찰서 중앙지구대 → 오락실 → 한국농어촌공사 당진지사 → 구 터미널 PC방 → 진원스타타워’
오늘의 순찰 경로다. 오후 7시30분, 엄마순찰대 당진시연합대(대장 박후남, 이하 엄마순찰대) 대원들이 당진경찰서 중앙지구대 앞에 하나 둘 모였다. 올해부터는 당진교육지원청의 협조로 시내권 중·고등학교 교사들이 함께 순찰에 동참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29일에는 원당중 교사들이 동참했다. 호루라기와 경광봉 등을 챙겨 채비를 하고 밤골목을 떠도는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 이들이 바쁘게 걸음을 옮겼다.
새로운 흡연 성지?
청소년들의 흡연 ‘성지’가 바뀌었다. 이전엔 롯데리아 옆 진원스타타워 골목이 아이들의 집결지였다면 최근에는 구 가원예식장 인근에 있는 오락실 건물 뒤편으로 아이들이 모인다. 대원들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더니 골목길 양측으로 각각 진입했다. 한쪽으로만 들어가면 반대쪽 골목으로 무리하게 도망쳐 나오려다 학생들이 다칠까봐 생각해낸 단속 전략이다.
최근에 청소를 했는지 이날은 비교적(?) 꽁초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이곳은 ‘담배카펫’이 흔하게 깔리는 곳 중 하나다. 밖에서 쉽게 보이지 않는 건물 뒤편인 데다가 오락실이 건물 지하에 있어 요즘 이곳으로 흡연 청소년들이 자주 모인다. 청소년들이 하교하는 오후 4시30분에서 5시까지, 그리고 학원을 마치는 오후 8시30분부터 10시까지 이곳에서 흡연하는 청소년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이날 야간순찰을 했던 시간은 오후 7시50분으로, 이미 한차례 아이들이 다녀간 뒤였기에 꽁초만 남아있던 상태였다.
담배 연기 가득 차는 복도
아무도 없는 현장을 확인한 대원들은 다시 발걸음을 옮겨 옆 건물로 들어갔다. 한 명은 승강기로, 나머지는 계단을 이용해 2층에 진입했다. 그리고 짧은 복도를 지나 화장실을 단속했다. 이곳 역시도 흡연 청소년들이 자주 찾는 곳 중 하나다. 24시간 화장실이 개방돼 있어, 사람들이 퇴근한 밤중에는 복도부터 화장실까지 담배 연기로 가득해 이른바 ‘너구리 소굴’이 된단다.
현장을 확인한 후 건물을 빠져나오자 한 대원이 다른 대원들을 부른다. 아까 지나쳤던 오락실 뒤편에서 교복 입은 청소년들이 흡연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남학생과 여학생 4명은 당진에서 거주하며 예산으로 통학하는 아이들이었다. 대원들이 인사를 하고 말을 걸자 아이들은 곧 담배를 껐다.
“등잔 밑이 어두워”
4명의 학생들이 골목에서 나오는 것을 보고 다시 대원들이 바쁘게 걸음을 옮겼다. 경보하듯 빠른 발걸음으로 단숨에 구 가원예식장에서 한국농어촌공사 당진지사로 향했다. 작은 공원이 있는 이곳 역시 흡연 청소년들이 자주 이용하는 곳이다.
바로 앞에 호서중학교과 호서고등학교가 있지만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처럼 아이들은 등교하면서 이곳에 들려 담배 한 대를 피우고 학교에 가고, 하교를 하면서 담배 한 대를 피우고 간단다. 13년째 순찰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김진아 당진3동대장은 “아이들이 후미진 곳을 잘 찾는다”며 “학교 앞이지만 으슥하고 수풀이 우거져 사람들이 찾지 않는 곳이라 아이들이 이곳에서 흡연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이전까지만 해도 가로등 하나 없어 매우 어두웠지만 계속해서 대원들이 건의한 결과 그나마 가로등이 제 역할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곳곳에 담배꽁초와 과자 봉지들이 나뒹굴고 있다.
안전 위협 시설 점검키도
공원 뒤편 샛길로 나가니 읍내동 골목이 나왔다. 대원들이 어느 폐가 옥상에 올랐다. 또한 계단 아래까지 불빛을 비춰 확인했다. 이곳은 오랫동안 방치돼 흉물로 남아있었다. 계단 아래의 경우 무너질 위험이 있지만 종종 이곳에 청소년 혹은 노숙자들이 들어가는 경우가 있단다.
박후남 연합대장은 “학생들이 자주 다니는 골목만이라도 폐가가 정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물 사이사이에 있는 어두컴컴한 골목을 지나며 대원들은 흡연 청소년들이 자주 나타나는 현장을 순찰했다. 주차장 끝 후미진 곳, 건물 뒤, 24시간 열려 있는 화장실, 공원 등이 흡연 청소년들을 자주 발견할 수 있는 곳이다.
대원들은 청소년 흡연을 지도하는 순찰 외에도 사용에 문제가 있는 화장실과 공원 시설을 파악하고 당진시에 건의하는 일도 하고 있다. 작동하지 않는 안심벨을 확인하기도 하고, 움푹 파인 도로 개선을 요구하거나 가로등 수리를 요청하는 등 당진시민들의 안전을 해치는 것들에 대해 감시하고, 개선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혼내는 것보단 다독여야”
한편 PC방과 헬스장, 옷가게 등이 있는 구 미스터피자 건물에 들어섰다. 이곳 역시도 흡연하는 청소년들을 많이 볼 수 있단다. 김민정 연합대 사무국장은 “고등학생들은 건물 안에서, 중학생들은 건물 밖 계단에서 담배를 피곤 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순찰에 참여한 최대석 원당중 교사가 친근하게 한 학생을 불렀다. 학생들도 처음엔 장난스럽게 뛰어다니다 곧 선생님 곁으로 왔다. 박후남 대장과 대원들은 계단을 따라 학생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아이들에게 인사를 하고 다독이며 순찰을 마쳤다.
최대석 교사는 “오늘 처음 순찰에 참여했는데 당진에 살면서도 골목골목에 있는 학생 흡연장소는 처음 봤다”며 “학생들이 무리를 지어 담배를 피우지만 사실 한 명 한 명 보면 모두 순수한 아이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혼내거나 야단을 친다고 해서 아이들이 담배를 끊지는 않는다”며 “다독여서 돌려보내는 편”이라고 말했다.
“흡연하는 아이들에게 야단을 치거나 지적할 목적으로 순찰을 돌진 않아요. 사실상 흡연하는 것을 막기는 어렵거든요. 다만 아이들에게 인사를 하고 말을 걸면서 부디 조심하길 당부하는 거죠. 자주 보다 보니 제법 친해진 아이들도 있어요. 종종 어디에서 아이들이 흡연하고 있는지 알려주기도 해요.”
“환경이라도 밝게 개선됐으면”
한편 엄마순찰대는 10년 넘게 야간순찰을 이어오고 있다. 당진뿐만 아니라 합덕, 송악, 석문 등 각 지역에서 많으면 일주일에 3회, 적으면 주 1회씩 청소년들이 자주 모이는 곳을 찾는다. 이들의 목적은 단속과 적발이 아니다. 아이들이 위험으로부터 안전하길 바라고, 조금은 달라지길 바라는 엄마의 마음 때문에 순찰에 나서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타까울 때가 많다. 공간이 넓은 장애인 화장실 변기 앞에서 술판을 벌인 장면을 보기도 하고, 청소년들이 머물다 간 곳에 피임기구가 발견되기도 한다. 혹은 늦은 밤 20대로 추정되는 남성들이 교복 입은 여학생들을 어디론가 데리고 가는 장면을 보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박후남 대장은 “혹시나 모를 위험 상황에 대비하고자 여학생들을 길거리에서 만나면 조심하라고 말을 더 건네기도 한다”며 “아이들이 위험하지 않게 지역 곳곳에 환경이라도 개선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