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회

은수교회 담임목사

당진환경운동연합 상임의장

그만 속이고 그만 속자

첫번은 속이는 자가 나쁘고 다음으로 속는 자가 나쁘다고 한다. 그런데 때마다 속이고 또 속아왔다. 지금은 속는 자가 더 나쁜 시대이다. 그러나 속이는 자의 술수가 너무나 교묘하니 어찌하랴. 조금은 옛날, 우리 국민들은 가짜 물건 때문에 얼마나 고통을 당했고 수치를 당했던가.

금방 표가 나는 가짜는 사실 문제될 게 없다.

정말 위험한 것은 진짜보다 더 진짜같은 가짜인 것이다. 왜냐하면 속지 아니한 줄 알았는데 속은 것 보다는 속은 것 같은데 속지 아니한 것이 훨씬 낫기 때문이다.

상점이나 점포 안을 장식하고 있는 화사한 조화나 정육점 앞에 걸려있는 신선한 플라스틱제 고기, 먹음직스럽게 담겨 음식점 진열장에 버티고 있는 음식. 모조품은 가짜임이 확실하지만 그것이 가짜이기 때문에 그 누구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없다. 그런데 사람 가짜는 그렇지 않다. 문제의 시초는 식별이 용이하지 않음부터이다.

구국이나 국민을 위해 내렸다는 그들의 결단이 진짜이냐는 것이다. 국민치안을 담당하는 경찰총수의 출신교명 변조는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정치계나 공·관직에 있는 사람들의 말은 어디까지 진실인지 잴 수가 없다.

경제계에 연결되는 있는 비리·부정의 탯줄을 끊어낼 수 있는 결단의 검을 쥔 자는 누구란 말인가. 우리지역에서 뽑아 보낸 선량과 선출하여 세운 공직자들은 얼마나 뚜렷하고 떳떳하게 하고 있는지… 잘못 뽑고 잘못 보낸 죄 역시 결코 적지 아니하다.

우리나라가 미국에서 직수입한 민주주의를 천명하고 시작한 지 반세기가 되었다. 시작부터 1인 독재와 연이은 군사독재로 얼룩지고 일그러지긴 했지만 나이를 속일 순 없다. 지금쯤은 국민의 의식수준이 높아지고 분별력을 가질 연륜이 되었건만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하는 선거문화를 보면 아직도 갈 길이 멀었음을 느끼게 된다.

농부가 좋은 씨앗을 뿌렸는데 어떤 씨는 딱딱한 길 같은 밭에, 어떤 씨는 돌짝밭에, 어떤 것은 가시덤불 땅에, 어떤 것은 기름진 옥토에 떨어졌다. 옥토에 떨어진 씨앗 외에는 열매를 맺지 못한다. 딱딱한 땅에 떨어진 씨앗은 애초 싹을 틔우지 못하여 새가 먹어버렸고, 돌짝밭에 떨어진 씨앗은 싹은 나지만 뜨거운 햇볕으로 타죽고 말며, 가시덤불에 떨어진 것은 싹도 줄기도 나지만 열매를 맺지 못한다.

결실하지 못하는 밭은 밭이 아니다. 신약성서에 나오는 예수님의 비유이다. 종교계에 군림해있는 가짜 능력자들도 열심히 가짜 종교상품을 생산해낸다. 너무나 진짜같아서 하나님만이 식별가능한 모조품들이다.

우리 시대에 성자는 사라지고 영악하고 약삭빠른 종교지도자들이 여기 저기 차량을 보내 골빈 신도들을 실어다가 원칙없는 까스불로 푹푹 삶아낸다. 그리하여 가장 잘 속이는 자가 능력있는 지도자요, 가장 잘 속는 자가 가장 은혜받은 신도가 된다.

세상은 여전히 썩어가고 변화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이제는 그만 속이고 그만 속자. 정말로 더 나쁜 것은 속이는 자보다 반복적으로 속는 자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