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9일,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중 떨어진 벽돌에 맞아 머리를 다친 고려인이 당진종합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는 소식이 당진시외국인지원센터(센터장 권중원, 이하 당진센터)로 전해졌다. 센터는 긴급히 통역사 최타냐 씨를 병원으로 파견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2개월 전 사고가 발생했고, 해당 고려인은 그동안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해 후유증으로 쓰러진 것이었다.
게다가 그는 아산에 거주하고 있어 당진센터가 관할이 아니어서 지원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당진센터는 관할지역보다 우선 사람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에 김영경 팀장과 최타냐 통역사가 주도적으로 문제 해결을 맡았다.
의식 없는 상태로 실려와
사고 피해자는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고려인 세르게이 씨(58세·남)다. 그가 당진종합병원 응급실로 실려 왔을 당시 그는 의식이 없는 상태였다. 세르게이 씨는 지난 5월 경기도 한 지역에서 일용직 건설노동자로 근무하던 중 벽돌 2개가 머리에 떨어져 부상을 입었고, 병원으로 이송돼 입원했으나 이틀만에 주거지인 아산으로 옮겨졌다.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인 데다가 부상의 여파로 일을 할 수 없었던 세르게이 씨는 3~4주 동안 단칸방에서 홀로 생활해야만 했다. 특히 의사소통이 어려워 식료품을 구입하거나 배달음식을 주문할 수도 없어 식사조차 힘든 상황이었다. 아산시건강다문화센터에서 세르게이 씨에게 입원 치료를 받게 했으나 병원비를 걱정한 세르게이 씨는 치료를 제대로 받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 19일 세르게이 씨가 쓰러졌다. 다행히 고려인 커뮤니티 소속 A씨가 세르게이 씨를 발견해 자신이 거주하는 당진시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에 지원을 요청한 것이었다.
긴급지원부터 퇴원까지 도움
당진센터 최타냐 통역사는 가까스로 의식을 되찾은 세르게이 씨와 힘겹게 소통하면서, 그의 사촌의 연락처를 알아냈다. 사촌을 통해 미납된 건강보험료를 납부토록 하고, 병원비를 지원받을 수 있게 당진센터로부터 긴급지원을 승인받았다.
김영경 팀장과 최타냐 통역사는 세르게이 씨가 퇴원할 때까지 함께했다. 그가 퇴원하는 날 6시간 이상 기다렸으나 보호자가 나타나지 않자 결국 밤 11시에 그를 직접 아산까지 데려다주었고, 음식을 구매해 전달한 뒤 귀가했다.
최타냐 통역사는 “다친 세르게이 씨와 원활하게 소통이 안 되는 상태에서 사고 경위를 파악하고 지원 방안을 찾는 것이 힘들었다”며 “당진지역 외국인근로자도 아니어서 지원도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오로지 그를 살려야 한다는 생각에 문제 처리를 도왔다”고 말했다.
충남고려인지원센터 제대로 운영돼야
한편 세르게이 씨와 같이 사각지대에 놓인 고려인 동포들이 적지 않은 실정이다. 김영경 팀장은 “고려인들은 대부분 커뮤니티를 구성해 생활하고, 이른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일하기 때문에 한국어 교육을 받기 힘들다”며 “말이 통하지 않는 상태에서 사고가 나면 그대로 방치되는 경우가 더러 있다”고 말했다.
현재 합덕 등 당진의 남부 지역을 비롯해 충남권에 고려인 동포들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이선영 충남도의원이 ‘충청남도 고려인 주민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발의했으며, 해당 조례는 오는 17일 공포될 예정이다.
이 조례에는 고려인 동포의 합법적 체류자격 취득과 정착 지원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지역 정착을 돕는 것을 규정하고 있으며, 충청남도고려인주민통합지원센터 설치·운영에 관한 내용도 포함돼 있다.
권중원 당진시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장은 “이번 사례를 통해 사각지대에 놓인 고려인을 돕기 위해서는 타 지역 및 관련 단체·기관과의 협조·협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충청남도고려인주민통합지원센터가 제대로 운영돼 어려움에 처했으나 도움을 받지 못하는 고려인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심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