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이명자 차장
군수의 열기, 지역농민의 냉기
요즈음 김낙성 군수는 각종 행사장이나 모임에서 약방의 감초처럼 빼놓지 않고 거론하는 자랑거리가 있다. 바로 97, 98년에 이어 올해에도 당진군이 단보당 쌀생산량에서 전국 1위를 차지했다는 내용이다.
당진군에 따르면 농림부 조사결과 당진은 올해 쌀농사에서 단보당(10a) 583㎏을 생산, 전국 최고 단수를 기록했다. 단보당 583㎏이면 논 3백평에서 평균 쌀 일곱가마 이상의 수확을 보았다는 결론인데 대단한 것임에 틀림없다. 또한 김낙성 군수에게도 6년여의 재임기간 동안 세번이나 이러한 영광을 가져왔다는 것은 농촌지역의 수장으로서 더할나위없는 영예이고 치적임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군 농업관련부서의 관계자들도 이제 쌀 생산량에 있어서는 당진이 전국 최상위권임이 입증되었고 당분간 당진을 능가할 곳이 없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군청내 담당공무원들은 김 군수의 연일 계속되는 1등 자랑에 전전긍긍해하는 모습들이다. 농림부로부터 1등을 차지했다는 통보를 받은지 1달이 다 되어가건만 군 산업수산과는 이 사실을 외부에 알리는 것에 소극적일 뿐 아니라 되레 알려질 것을 걱정하며 쉬쉬하고 있는 분위기다.
농림부 역시 쌀 생산 예상량은 발표했지만 순위는 언론에 공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왜일까? 다름아닌 농민들의 싸늘한 정서 때문이다. 이러한 정서는 농민들은 전혀 풍년을 느끼지 못함에도 농림부가 올해 쌀농사를 풍년이라고 발표한데서부터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
농민들은 두차례 잇따라 불어닥친 태풍의 영향으로 여물지 않은 벼가 많아 예년보다 수확량이 현저히 떨어졌음에도 가당찮은 정부의 풍년발표로 초기 쌀 소비가 위축돼 농촌의 어려움만 가중시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때문에 농민들은 가뜩이나 쌀이 남아 돈다는 판국에 마냥 다수확을 추켜세우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되묻고 있는 것이다.
이제 농업관련 기관이나 부서에서도 다수확보다 어떻게 하면 당진쌀을 차별화시켜 제값받고 팔아줄 수 있을까를 집중적으로 고민하고 정책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생강 한 품목을 제외하곤 올해 수지타산이 맞은 농작물이 하나도 없다는 현실은 농민들의 이러한 요구가 생존권 차원의 절박한 호소임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농민을 지도하는 사람들은 앞선 농업을 배워온다며 해외연수를 곧잘 다녀온다. 오늘의 농촌현실이 농민들의 기술과 노하우 부족에서 연유한 것만은 아니지만 그들이 배우고 익혀온 신지식과 슬기를 농업현장에 접목시켜 하루빨리 차갑게 식은 농민들의 마음을 데워주고 가슴의 상처를 치유하는 일이 쌀생산 1위 자랑보다 더 발전적이고 바람직한 일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