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로 인해 지난 20여 년 동안 외부 활동을 하지 못한 데다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상태에서 이원섭 씨(45·신평면 거산리)는 계속해 줄어드는 통장 잔액을 볼 때마다 압박감이 극에 달했다. 아들조차 못 알아볼 정도로 치매를 앓고 있는 어머니까지 모셔야 하는 상황에서 100만 원가량 잔고가 남았을 때 그는 “안 좋은 생각까지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상상이즈(대표 이형태)에서 그에게 집에서 재택근무를 할 수 있도록 도왔다. 다시 시작한 일, 그리고 노동이 그가 삶을 포기하지 않고 일어날 수 있게 했다.

강직성 척추염이란?

그의 병명은 강직성 척추염. 척추에 염증이 생기고 움직임이 둔해지는 병이다. 류마티스 인자가 음성인 혈청음성 척추관절병증이라는 질환군에서 가장 흔한 병으로, 엉덩이의 천장관절과 척추관절을 침범하는 만성염증성 질환이다. 하지만 치료법이 없고, 심해지면 결국 척추가 대나무처럼 연결되는 강직을 초래한다. 척추 운동이 어려울 뿐 아니라 등이 앞으로 굽고 목도 움직이기 어려워진다. 이원섭 씨가 자신에게 이 병이 있는 것을 알았을 때는 23살의 젊은 나이였다.

조금만 움직여도 고통

국민대 전자공학과에 입학한 그는 1학년 때 실험하다 본인에게 녹색약(녹색을 구별하기 어려운 질병)이 있는 것을 알았다. 공학도의 길 대신 육군3사관학교에 들어가려 했던 그는 체력을 다지기 위해 운동하던 중 허벅지에 통증이 오는 걸 느꼈다. 통증이 이어지자 병원을 찾았고 강직성 척추염 진단을 받았다. 그는 “병을 알기 전에는 오히려 남들보다 건강한 줄 알았다”고 말했다.

통증은 생각보다 심했다. 망치와 송곳으로 때리고 찌르는 느낌의 고통이 찾아왔다. 고통을 덜기 위한 마약성 진통제를 하루 7~8알까지 먹었다.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심해지는 통증에 그는 밖에 나서는 것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법적인 보호 받을 수 없어

허리를 꼿꼿하게 유지하려다 최근엔 하반신 마비까지 겪었단다. 일하고 싶어도 밖을 나설 수 없었다. 지난 20여 년간 할 수 있었던 것은 10개월짜리 모니터링 업무 두 차례였다고. 살던 집을 처분하고 작은 아파트로 이사했다. 수중에 들어오는 돈은 없지만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수급자도, 차상위계층에도 속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어머니까지 치매를 앓고 있어 온종일 그와 형이 교대로 돌봐야 하는 실정이다.

“저도 누군가를 돕고 싶어요”

“소득은 없고 가진 돈은 줄지, 통증 때문에 밖에도 나갈 수 없고, 어머니까지 계시니 더 어려웠죠. 100만 원 남짓 남았을 땐 정말 심적 압박이 심했어요. 빚을 져야만 가족이 살 수 있는데, 저희에겐 빚 갚을 능력이 없잖아요. 그때는 정말 안 좋은 생각까지 들었어요.”

그때 이명희 당진시장애인자립생활지원센터 꽃다지 회장의 연계로 상상이즈에 취업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에는 재택근무를 하고 싶어도 오프라인 교육을 이수해야 하는 등의 어려움으로 번번이 취업을 포기해야만 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상상이즈에서는 재택근무로 모든 일을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이 씨는 인터넷 블로그와 카페 등에 당진 소식과 정보를 재가공해 올리는 업무를 맡고 있다. 매일 당진시청을 비롯한 기관 홈페이지 공지를 모니터링하고, 시민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찾아 정리해 새로운 콘텐츠로 만든다. 그는 “일을 받았을 땐 처음하는 일이라 계속해 문구를 수정해가면서 글 하나에 2~3시간씩 걸리기도 했다”며 “지금은 꽤 익숙해졌다”고 말했다.

“취업 제안을 받았을 때 마음을 누르고 있었던 것이 풀리는 느낌이었어요. 앞으로 당진에 장애인을 위한 일자리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사회 경험을 하면서 대인 관계를 쌓을 수 있는 일자리요. 일을 열심히 하면 저도 언젠가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