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보호구역에 개간허가 그후…
군행정 공백 속에 토취장으로,
지난 93년 9월 당진군은 당시 조수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던 고대면 슬항리 산 105-1번지 2천여평에 대해 과수원 조성목적의 개간허가를 산주인에게 내줬었다. 백로와 해오라기 등 철새들이 날아오던 곳에 산림훼손을 동반하는 개간허가가 나간 것에 대해 주민들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강력히 문제제기를 했었다.
“보호구역이라 하더라도 개발을 제한할 강제규정이 없어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던 당진군은 비록 법적인 면죄부를 받을 수 있었을지는 몰라도 안목없는 행정에 대한 비난의 화살은 피할 수 없었다.
당시 군 담당자도 “조수보호구역내에 개간허가는 원칙적으로 오류였음”을 시인했다. 그리곤 “다행히 개간규모가 크지 않고 개간목적이 과수원이기 때문에 문제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며 보호구역이 훼손될 것에 대한 주민들의 우려를 달랬었다. (본보 95년 5월23일자 보도)
그러나 그로부터 7년이 지난 지금, 과수원이 조성되기로 했던 이곳은 토사 채취장으로 둔갑했다. 엄연히 과수원 조성목적으로 허가가 나간 곳이, 그래서 철새보호구역이긴 하지만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던 곳이 포크레인과 덤프트럭이 연일 굉음과 먼지를 일으켜 날아온 철새들을 내쫓는 토사채취장으로 둔갑하는 동안 당진군은 아무런 행정적인 제재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개간목적대로 일이 진행되도록 지속적으로 살피고 지도를 했어야 할(더욱이 철새보호구역이기에) 당진군은 이 개간사업의 준공년도가 지난 94년이었음에도 어찌된 일인지 7년이 지난 현재까지 미준공 상태로 방치해 놓고 있다.
그러는 사이 이곳은 지난 98년, 일대 5㏊가 조수보호구역에서 해제됐다. 이로써 현재 이 일대 조수보호구역은 당초 6.4㏊에서 1.4㏊로 크게 줄었다.
보호구역에서 해제된 이후 이곳은 작년 7월경부터 대대적인 토사채취가 이뤄져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토사채취는 별도의 허가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무단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 조수보호구역으로 남아있는 1.4ha의 임야에는 4월께부터 백로 왜가리가 떼지어 서식하고 있다. 그러나 이 철새들의 서식환경은 바로 옆에서 진행되고 있는 토사채취로 날로 악화되고 있다. 이곳의 보호구 지정이 무색할 정도다.
당진군의 행정 공백 속에서 산주는 개간허가라는 명분아래 마음껏 개발을 했고, 철새보호구역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되고 말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