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시대시론
붕당(朋黨)과 정당(政黨)
권건오
당진축협 기획실장
국립공주문화대학 강사
성호(星湖) 이익(李翼)은 곽우록(郭憂錄)의 붕당론(朋黨論)에서 「이(利)가 하나이고 사람이 둘이면 곧 2개의 당(黨)이 생기고, 이(利)가 하나이고 사람이 넷이면 4개의 당을 이룬다」고 하였다.
정당(政黨)이란 일정한 정치이상의 실현을 위해 정치권력의 참여를 목적으로 하는 정치단체를 말하는데 뚜렷한 정강과 정책으로 대변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그 배경에는 국민과 국가의 이익을 위한 봉사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러면 붕당(朋黨)이란 무엇인가? 붕(朋)이라 함은 친구나 벗을 의미한다. 보통의 친구나 벗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도(道)를 같이하거나 같은 스승 밑에서 배운 학우(學友)를 붕(朋)이라 한다. 당(黨)이란 편당(偏黨), 파당(派黨)을 의미하는데 자기를 따르는 사람은 받아들이고 자기를 따르지 않는 사람은 배척하는 것이 당이다. 그렇다면 붕은 좋은 뜻일 수 있을지 모르지만 붕당은 나쁜 뜻일 수밖에 없다. 나쁘게 표현한다면 “패거리 정치”라고나 할까? 그러므로 붕당은 일정한 주의 주장이나 정강을 내세워 대립하는 정당과는 다른 것이다. 붕당이란 지연(地緣)과 학연(學緣)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지금의 우리나라에는 과연 정당이 존재하는가?
조선시대의 당쟁에 대해서 비판을 가하면서도 오늘날의 우리는 스스로의 모습에 대해서는 깨닫지 못하고 있다. 당쟁으로 비판을 받는 조선시대에도 한번 내건 당명을 바꾸지는 않았다. 물론 구성원의 이동은 있었으나 고지식할 정도로 당파를 고수하였다. 그런데 지금은 정치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당명을 식은 죽 먹듯 고친다. 조선시대에는 당쟁을 하더라도 의리와 명분을 내세웠다. 그러나 지금은 보수 진보의 뚜렷한 색깔도 없고, 정강이 별로 다른 것도 아닌데 이해관계에 따라 이합집산(離合集散) 하고 유력자 뒤에 줄서기에 바쁘다. 또한 조선시대에는 적어도 문과에는 합격을 해야 정치를 할 수 있었고 스스로도 도덕적 수양이 되어 있어야 남을 다스릴 수 있다는 유교적 명분을 지키려고 애썼다. 그러나 지금은 돈정치, 계보, 줄서기로 정치인이 된다. 조선시대는 유덕자(有德者)의 세상이라 덕이 없으면 정치에 나설 수 없었으나 지금은 유력자(有力者)의 세상이다. 돈 있고 배경 있는 사람이 정치지도자가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지금은 덕이고 뜻이고는 정치와 무관하다. 정치에 돈이 왔다 갔다 하고 힘있는 사람 뒤에 줄서는 철새정치가 고작이다. 지금의 우리 정당은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은 끌어들이고 싫어하는 사람은 배격하는 붕당의 의미를 가진 전근대적인 당쟁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 또한 상대를 넘어뜨리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또 다른 당쟁의 속성도 가지고 있다.
그런 까닭으로 오늘날 우리의 정치판에는 정당이란 없다. 붕당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국가의 이익에 봉사하기보다는 사리사욕을 취하고,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며, 사상과 정책, 주의 주장이나 정강도 비슷한 정당들이 그때 그때의 이익에 따라 서로 싸우며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고 서로 붙었다 떨어졌다를 마음대로 하는 당을 어떻게 정당이라고 할 수 있는가?
지방자치가 시작되면서 이러한 정치판의 부정적인 흐름은 지방의 작은 조직사회에도 오염된 것 같다. 자질구레한 단체들의 이합집산(離合集散)을 보면서 누가 누구를 나무랄 수가 있는가를 생각해본다. 작은 이권이면 속속들이 아는 사이에서도 얼굴을 바꾸는데 먹물정치판에서야 말하면 무엇하겠는가?
지역에서 내노라 하시는 분들의 자기 반성이 필요한 시기인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