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농수산식품부는 경북도청 인근에 조성한 8ha의 숲에 대해 30년간 총 1950 톤CO₂(연간 65 톤CO₂)의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배출권 거래제 외부사업을 승인했다. 이 숲 입구에는 ‘산림부문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외부사업으로 등록된 숲으로 연간 65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후손들에게 건강한 지구를 물려주기 위해 조성된 건강한 숲’이라는 설명이 붙어있다. 임업시험진흥원은 이렇게 조성된 흡수원인 ‘탄소숲’을 통해 교육, 설명회, 홍보 캠페인, 걷기행사 등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2021년 어느 시의 탄소중립 관련 담당과장을 만났다. 탄소중립 비전을 발표하고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도시숲 조성 등 온실가스 흡수원 사업을 검토했으나, 한 발짝도 진행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숲 조성에 필요한 땅을 만들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돈과 시간도 많이 든다는 것이다.
그에게 공기 중 이산화탄소 직접 포집(DAC, Direct Air Capture) 기술을 설명하자 돌아온 반응은 ‘바로 이거네’하는 것이다. DAC 사업은 의지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사업이라며, 숲 조성을 위한 넓은 땅도 필요 없고 돈과 시간도 크게 절약할 수 있겠다고 한다. 수요는 필요에서 나오고, 제도는 그 필요를 키워낸다.
2021년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정부의 ‘이산화탄소 포집·활용(CCU) 기술혁신 로드맵’에 따르면, 공기 중 CO2 직접 포집·처리 기술을 차세대 혁신기술로 2050년까지 실증기술개발을 확대하겠다고 밝히며 2025년까지 DAC 원천기술개발을 목표로 제시하였다.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필요는 기술개발의 에너지원이다.
CCUS(이산화탄소 포집, 활용, 저장) 기술의 고도화로 공장, 발전소 등의 온실가스 배출 제로를 실현한다 해도 이미 배출된 ‘과거배출’과 탈루 등 ‘잔여배출’은 남기 마련이며, 이를 간과하면 탄소중립도 요원할 것이다.
또한 배출원에서는 현재와 미래배출에 대한 솔루션에 몰두하기에도 힘겨울 뿐만 아니라 공정특성 상 어쩔 수 없이 배출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게 마련이다. 이에 대한 보완책이 외부사업과 상쇄배출원 제도이다. DAC를 흡수원 사업의 하나로 인정하고 배출권 거래를 허용한다면 2050년 실증목표는 크게 앞당길 수 있다. 미국의 일론 머스크는 공기 중 직접 포집 기술경연에 1억 달러라는 상금을 내걸고 각국의 많은 기업들에게 기술 개발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규제가 시장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실제로 국제에너지기구(IEA)는 DAC 기술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핵심수단 중 하나로 강조하며, DAC 기술과 시장을 선도하려는 미국은 2021년 제정된 ‘인프라 투자 및 고용법’을 통해 5년간 35억 달러의 재정을 투입할 계획이고, ‘HR3684법’을 통해 DAC로 포집된 탄소 1톤당 50달러의 세금 공제로 일자리 마련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지원책이 마련돼 있다.
이미 기업도 기술개발과 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21년 9월 스위스 Climeworks는 아이슬랜드에서 연간 4,000톤 규모의 DAC 상업시설 운영을 세계 최초 개시하였다. 캐나다의 Carbon Engineering은 2015년부터 연간 300 톤의 DAC 시험생산시설을 운영 중이며, 미국과 영국에서도 상업시설 건설을 추진 중이다. DAC는 미래의 기술도 미래의 일도 아닌 현재의 기술이고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몇 가지 보완이 필요하다. 우선, 이산화탄소 포집(CCS)에 대한 기술적 정의의 확장이 필요하다. 정부 발표 자료에 따르면 ‘여러 물질이 혼합된 배가스에서 이산화탄소를 포집, 분리하는 기술’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배출원’의 ‘배가스’를 전제로 하고 있다.
즉, 과거배출과 잔여배출로 대기화된 공기 중 이산화탄소도 CCS 기술 정의에 포함돼야 한다. ‘탄소중립ㆍ녹색성장 기본법’의 “온실가스 흡수”에 대한 정의를 토지이용, 토지이용의 변화 및 임업활동 및 ‘다양한 기술 등’에 의하여 대기로부터 온실가스가 제거되는 것을 말한다고 조정해야 한다.
그리고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정부까지 법과 제도를 전향적이고 적극적인 방향으로 제정하고 운용하여야 한다. 시장을 열어주고 제도를 만들어 주면 기업은 그 시장에 뛰어든다. 이런 토대와 환경을 마련하는 법과 제도가 돼야 한다. 새 시대를 위한 법과 제도가 새 시대를 담아내지 못한다면, 오히려 그 길을 막는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다.
탄소중립 관련 기술은 세계적으로 시작 단계에 있어 우리나라의 블루오션 시장이 될 가능성 또한 높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높은 아시아는 DAC 성장잠재력이 가장 큰 지역으로 꼽힌다. 우리나라가 아시아를 선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