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천의 장항국가산업단지는 지난 92년부터 사업시행에 나섰지만 수요자가 없다는 이유로 단지조성 공사도 시작하지 않은 상태다. 덩그런 부지에는 잡초만 무성하다.

현재 충남도내 산업단지가 조성중 이거나 착공을 준비중인 곳은 대죽, 아산, 인주, 연기벤처단지 등 모두 88개 단지 2410만평에 이른다. 그러나 조성하는 대로 땅이 팔릴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충남도 관계자는 “안그래도 땅을 사겠다는 기업인이 가뭄에 콩나듯 하는데 수도권의 공장규제를 완화하는 수도권정비계획법(이하 수정법) 개정 움직임마저 가시화 돼 더욱 어려워 졌다”며 “수도권 규제완화는 지방경제를 죽이겠다는 얘기와 같다”고 말했다.

건설교통부는 올초 공단, 아파트형 공장, 가설건축물 등은 공장총량제에서 제외하고 개별공장 건축허용면적은 작년보다 16.2%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한 올해 수도권 공장총량제 운영계획안을 마련, 수도권정비위원회에 상정했다.

거꾸로 가는 수도권 정책

이 안은 지난 2월 실무위원회를 통과하고 최근에는 관련부처 장관과 수도권자치단체장이 위원으로 참여하는 본회의에 상정돼 대부분 건교부안에 찬성한 것으로 알려져 사실상 국무총리의 재가를 받는 대로 원안 통과될 예정이다.

이 안이 최종 확정되면 수도권지역에서 개별공장 건축면적 77만평이 허용되는데 이어 금년내에 12만평이 추가로 허용된다.

수도권 공장총량제의 쟁점은 수도권의 경우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투자수익성이 높은 수도권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비수도권은 지역 불균형 해소를 위해 수도권 공장 증설을 억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규제가 완화될 경우 수도권은 궁극적으로 비수도권 성장에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비수도권은 지역불균형을 심화시켜 오히려 지역의 공장이 수도권으로 몰릴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나사풀린 수도권 정비법

이밖에도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수도권에 공장을 지을 때 △산업단지는 총량규제에서 제외하고 △개별공장은 2000년 당초 배정물량보다 크게 늘리며 △가설건축물이나 허가신고대상이 아닌 건축물 등은 아예 규제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것 등이다.

수도권정비위원회에 참여하는 정부부처와 지자체는 건교부, 재정경제부, 국방부,행정자치부, 교육인적자원부, 문화관광부, 농림부, 산업자원부, 정보통신부, 보건복지부, 환경부, 해양수산부, 기획예산처, 비상계획위원회, 서울시, 인천시, 경기도 등 17곳이다. 이에 따라 수도권 정비실무위원회 및 정비위원회에 충분한 의견수렴을 위해 비수도권 출신 위원이 반드시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충남발전연구원을 비롯 부산, 광주.전남, 대구.경북, 대전, 충북, 전북, 경남, 제주발전연구원 등 10개 비수도권 시·도 연구원은 이례적으로 최근 ‘수도권 정책의 평가와 보완방향’이란 제목의 공동의견을 통해 공장총량제 폐지 등 수도권 규제 완화 움직임에 반론을 제기했다.

이들 연구원은 공동의견을 통해 “만약 무분별한 시장경제논리에 입각해 공장총량제를 완화 또는 폐지한다면 수도권 과밀현상은 영원히 해결이 불가능한 과제가 될 것”이라며 “수도권 과밀집중을 억제하려는 정책의지가 있다면 공장총량제를 오히려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연구기관들은 또 “수도권 인구 집중도가 80년 35%에서 2000년 46.3%, 제조업 사업체수가 80년 43.8%에서 99년 55.6%로 각각 증가하고 99년 현재 예금액의 68%, 대출액의 62%, 대학수의 42% 가 수도권에 밀집해 있는 등 수도권 집중도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충남지역 10개 시·군 시민단체 연대체인 충남지역운동연대 조상연 집행위원장(당진참여연대 사무국장)은 “수도권 정책은 당연히 기업편의보다는 국가 및 국토의 균형발전과 효율적 사용에 우선적으로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며 “공장의 수도권 집중 가속화와 국토의 편중개발을 심화시키는 수도권공장총량규제 강화로 지방산업단지의 활로를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