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규호

상록문화제 집행위원장

내가 중학교 다닐 때 고모부님이 우리 집에 오시면 약주 한잔 잡수시고 한자 풀이를 재미나게 하여 주시곤 하셨는데 고모부님이 풀어주시던 한자가 생각이 떠올라 글로 옮겨 보고자 하는데 제대로 옮길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고모부님이 그런 풀이를 자주하여 주신것은 한자에 흥미를 갖게하고 잊어버리지 않도록 한 뜻이 아닌가 생각되고 잘못 옮기더라도 한학을 하신분들께서는 무식한 사람의 짓 이려니하고 이해하여 주실 것도 당부드립니다.

옛날 한 사람이 친구에게서 편지를 받아 읽어보니 ‘國無城 月入門(국무성 월입문)하면 二日二時(이일이시)요’라고 써 있어 얼굴에 웃음을 가득 머금고 친구 생각을 며칠 하다 친구 집에 찾아가게 되었다. 서로 만나서 반갑게 대하고 정겹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으나 때가 되어도 밥 먹으라는 말이 없어 서운해하고 있는 중 문밖에서 심부름하는 여자아이가 주인에게 ‘人良卜一(인양복일) 할까요’하고 묻는 것이 아닌가? 찾아간 친구는 역시 훌륭한 친구가 되어서 심부름하는 여자아이까지 한문을 가르쳤다고 탄복을 하고 있는데 집 주인이 말하기를 ‘月月山山하면 人良卜一(월월산산하면 인양복일)해라’하는 것이 아닌가? 혹 한가하면 오십시요라는 편지를 받고 찾아 온 친구에게 밥 한끼 주기가 아까워 ‘식사 올릴까요’하고 묻는 여자아이에게 ‘친구가 가면 밥달라’는 친구가 너무 괘씸하여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벌떡 일어나 집으로 돌아와 다시는 그 친구와 만나지 않았다는 말씀을 듣고 그 뜻보다는 한자 풀이가 재미나서 외워 두었는데 지금 나이가 어느 정도 들고 보니 그 뜻을 새삼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그 친구의 참 뜻이 우리 집에는 심부름하는 사람까지 유식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 그러한 문답을 하였는지는 모르지만 멀리서 찾아간 친구는 절대 좋게는 해석을 못하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가 예의나 세상사는 이야기를 할 때면 삼강오륜을 제일 먼저 말하고 지나간다. 그중 朋友有信(붕우유신)이라는 글귀도 있다. 믿음이 없는 친구가 과연 친구가 되겠는가? 그것은 朋友有信(붕우유신)이 崩友有信(붕우유신, 무너진 붕)으로 변하게 될 것이다.

이와같이 믿음이라는 것은 한순간에 깨어지고 깨어진 믿음이 회복되기란 정말 어려운 것이다.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우리들은 이런 믿음에 관한 일들을 수시로 만나게 되고 상대를 의심하면서 세상을 살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밥도 제대로 못 먹던 시절에 한끼 굶는 것이 그리 큰 문제야 되었겠는가? 한끼의 밥보다 친구의 진정한 우정이 더 소중하였으리라고 생각된다.

우리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약속을 많이한다. 때로는 큰 일을 약속하고 때로는 작은 일을 약속하며 개인과 개인간 약속을 하는가 하면 공인으로의 약속도 하면서 세상을 살아 가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종종 이 약속이 너무 쉽고 하찮게 여겨지는 것을 종종 보았고 직접 겪으면서 살고 있다.

이 사회가 믿음이 없다면 어떻게 세상을 살아가겠는가? 믿음이 없다면 모든 일은 법대로 해야 될 것이고 모든 판단을 하려면 법에 의뢰하여 확정 받은 후에야 말과 행동이 가능할 것이다. 이렇게 살벌한 세상을 어떻게 살아 갈 수 있겠는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웃고 자유스럽게 살려면 서로의 믿음보다 더 중요한 것이 없지 않나 싶어 몇자 써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