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호순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시민단체의 낙선운동과 지역언론의 역할
지난 1월 24일 총선시민연대는 낙선운동 대상자 67명의 명단을 공개하며, 그들이 어떤 비리를 저질렀는지 자세히 유권자들에게 알려주었다.
이후 신문지면은 총선시민연대의 낙선운동의 정치적 파장에 관한 기사로 가득 채워졌다. 총선시민연대의 낙선운동에 폭발적인 힘을 부여한 것은 두말할 나위없이 정치권의 무능과 부패에 대한 국민들의 축적된 혐오와 분노이다.
그러나 총선시민연대로 쏟아지는 국민들의 성원은 우리 언론에 대한 간접적인 비판이기도 하다. 걸핏하면 국민들의 알권리를 내세우는 중앙언론이지만, 과거 고스톱 국회의원 명단의 공개를 거부한 것처럼, 비리 정치인들의 알량한 명예를 지킨다며 국민의 알권리를 외면하기 일쑤였다. 지역언론도 지역정치인에 대한 비판·감시기사보다는 동정·홍보기사에 더 치중했다. 언론이 정치인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기능을 외면해 왔기 때문에 시민단체가 제공하는 정보가 엄청난 국민적 호응을 받는 것이다.
물론 언론도 정치권을 질타해왔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정치개혁에 필요한 정보를 국민들에게 제공하지는 않았다. 특히 우리 언론의 선거보도는 저질 후보자와 양질의 후보자를 가릴 수 있을 만한 정확하고 상세한 뉴스 제공을 거부했다.
그러다 보니 전과자, 비리혐의자, 저질욕설과 상습도박을 일삼는 자, 특정기업의 하수인이나 다름없는 자들이 정당의 공천을 받고 버젓이 국회의원으로 당선이 된 것이다. 그 결과 민의의 전당이라는 국회는 늘 혼수상태 아니면 난장판이 되곤 했다.
작년에 드러난 일부 중앙언론사 정치부 기자들의 행태는 국민들로 하여금 왜 우리 정치가 그 모양인지 이해할 수 있게 해주었다.
언론인들이 겉으로는 국민들의 편에 서서 정치인들을 비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정치인들과 긴밀한 유대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즉, 우리 언론이 겉으로는 정치개혁을 요구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국민의 편이 아니라 정치인들의 편에 서서, 기득권 수호에 앞장서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 것이다.
우리 언론이 정치인들의 무능과 비리를 못본체하고 감춰주고 있을 때, 시민단체들은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앞장섰다. 그들은 중앙선관위에 행정소송까지 제기하면서 부패하고 무능한 정치인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다. 시민단체의 실무자들은 최저생계비에 미치지도 못하는 임금을 받으면서도 양심과 정의를 잃지 않고 시민의 편에서 일해왔다. 시민운동단체의 성실성과 공정성에 대한 국민들 신뢰가 바로 낙선운동에 대한 국민적 지지의 원천인 것이다.
한편 일부 언론은 반성은 커녕, 시민단체의 낙선운동이 선거법 위반이라며 딴죽을 걸기도 했다. 물론 시민단체도 법을 지켜야한다. 그러나 민주주주의 원칙에 어긋나는 악법에 불복종하는 것도 시민의 권리이다.
현재 우리 언론이 누리는 언론의 자유가 87년 6월 수많은 국민들이 집시법을 어기면서 거리로 뛰쳐나와 독재정권에 항거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우리 언론만 모르고 있는가?
지역신문도 정기간행물 등록법 개정에 따라 올해부터는 국회의원 선거보도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진정 지역주민들의 대변지로서 후보자들의 자질과 정책에 대해 공정하고 정확하고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다면, 지역신문도 준엄한 지역주민들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시민단체의 낙선운동은 도덕성과 신뢰성을 갖추지 못한 언론,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국민의 알권리를 외면해온 언론의 종말이 어떻게 될지를 예고하고 있다.
지역주민의 입장에서 정치인을 비판하고 감시하지 못하는 지역언론은 결코 그 지역사회에 뿌리를 박을 수 없다는 사실을 지역언론인들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